중소기업청이 어제 국민이 창업기업에 직접 투자하고, 국민의 아이디어를 창업으로 연계시키는 프로젝트를 추진하겠다고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일반 국민을 대상으로 소액자금을 모집해 창업기업에 투자하는 '크라우드 펀딩'을 상반기에 도입한다. 하반기에는 대국민 창업 아이디어 공모전(무한상상 국민창업 프로젝트)을 개최해 우수 아이디어에는 최대 5000만원까지 사업자금을 대준다.
'슈퍼스타K'와 같은 창업 국민 오디션을 치른다는 얘기다. 포털과 연계해 대국민 아이디어 공모전을 열고 대중의 투표와 전문가 심사를 거쳐 우수 아이템을 뽑는다는 것이다. 물론 중소기업청 의도 대로 주부ㆍ학생 등의 생활 속 상상력과 아이디어를 사업으로 연결시키는 마중물 역할을 일정 부분 할 것이다.
하지만 적지 않은 부작용과 휴유증이 예상된다. 창업기업의 기술과 사업성에 대한 평가는 전문가의 영역이다. 가요 오디션처럼 노래를 듣고 율동을 본 뒤 감성적으로 휴대폰 번호를 눌러 결정할 일이 아니다. 대중 투표 1위 아이템이 전문가 평가에선 낙제점을 받는 경우도 나타날 수 있다. 크라우드 펀딩이 섣불리 이런 아이템에 투자했다가 실패하면 항의가 거셀 것이다.
전문가들이 엄격하게 평가해 투자하는 벤처캐피털도 벤처기업 투자 성공률이 5% 미만이다. 국민 돈을 모금한 크라우드 펀딩이 이 정도 투자 성공 확률에 만족할까. 자칫 무늬만 벤처이지 그만그만한 수준의 자영업만 더 불릴 수도 있다. 김대중 정부 시절 정보기술(IT) 붐에 편승해 신지식인 선정과 함께 벤처기업 지원 정책을 폈다가 묻지마 투자와 결합해 벤처 거품을 낳았던 경험을 벌써 잊었는가.
벤처투자 활성화는 필요하다. 대학생을 포함한 예비 창업자들에게 창업에 도전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국민 호주머니 돈을 모아 벤처기업에 투자하고 국민을 벤처 오디션에 빠져들도록 하는 것은 창조경제의 본질과 어긋난다. 박근혜 대통령이 당선된 뒤 처음 찾은 경제단체가 중소기업중앙회이고 '중소기업 대통령'이 되겠다고 선언한 데 무리하게 코드를 맞추다간 엉뚱한 후유증을 낳을 수도 있다. 이명박 정부의 녹색경제도 포장만 요란했지 실적은 없었다. 이벤트성보다 구체적이고 실현 가능한 정책을 내놓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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