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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아톰인가, 고질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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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는 지금 원자력 발전을 놓고 치열한 논쟁 중

[아시아경제 김종일 기자] 아톰과 고질라가 싸우면 누가 이길까. 1951년 제작돼 한국에도 잘 알려진 만화 아톰(atom)은 말 그대로 '원자'라는 뜻이다. 로봇 아톰은 원자력 에너지를 동력으로 한다. 아톰은 자유자재로 하늘을 날며 세상을 구원한다. 반면 1954년 개봉한 영화 고질라는 수소 폭탄 때문에 유전자가 변형된 괴수 고질라가 일본 전체를 파괴하는 내용이다. 고질라는 통제 불가능한 과학문명의 공포의 아이콘이다.


고질라와 아톰은 모두 원자력이라는 같은 뿌리에서 탄생했지만 하나는 원자력의 통제 불가능성을, 또 하나는 원자력의 통제 가능성을 상징하며 서로 분리된다. 고질라는 원자력의 위험성을, 아톰은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 가능성을 각각 보여준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전 세계는 각자의 입장에 맞게 아톰과 고질라를 내세워 대대적으로 자신들의 논리를 홍보하고 있다. '탈 원전'을 선언한 독일과 일본은 원전 고수 정책을 펴고 있는 프랑스, 미국 등과 치열한 신경전을 펼치고 있다. 자국 내에서도 엄청난 찬반 대립에 휩싸이고 있다.


우리도 한 치의 양보 없는 찬반대립이 격화하는 양상이다.

정부와 원전업계는 원자력은 통제 가능한 '아톰'이지 통제불가능한 '고질라'가 아니라고 적극적으로 주장한다. 이를 위해 국제원자력기구(IAEA)나 원자력기구(NEA) 같이 공신력 있어 보이는 국제기구 및 단체를 끌어들이기도 한다.


반대로 원전에 반대하는 환경·시민단체들과 원전 건설이 예정됐거나 건설된 지역주민들은 1년 365일 빨간띠를 두르고 피켓을 들고 있다. 그렇게 아톰과 고질라는 우리 안에서 싸우고 있다.


"우리는 원자력이 내뿜는 햇볕 속에서 해바라기를 즐기고 있다." 1946년 일본을 점령하던 맥아더 휘하의 코트니 휘트니 준장이 한 아토믹 선샤인(atomic sunshine)이라 불리는 이 유명한 구절은 전후 일본의 번영을 상징하는 말이었다. 우리도 마찬가지다. 값싸고 효율적인 원전은 우리의 엄청난 근대화를 이끌었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원자력 에너지의 달콤함에 빠져 '아톰'이 주는 안온함에만 젖어 무사안일하게 '안전'만을 외친다면 우리는 아톰의 볼모가 될 것이라는 점이다. 후쿠시마 사태는 우리에게 아토믹 선샤인을 안겨다주던 아톰이 고질라와 한 몸이라는 교훈을 안겨주었다.


우리나라는 아톰과 고질라 중 어느 모습에 가까운가. 아톰인가, 고질라인가?




김종일 기자 livew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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