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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동여담]바로잡습니다, 19禁

시계아이콘01분 37초 소요

엎드려 이실직고(以實直告)하며 독자님들께 사과하겠습니다. 어제자 아시아경제는 단군 이래 가장 야한 오자(誤字)를 냈습니다. 세계 23개국과 교류협정을 맺은 강남대학교의 활약상을 다룬 27면 교육면 기사의 작은 제목에서 '자치단체'라고 해야할 것을 점 하나를 빠뜨리는 바람에 '자X단체'라고 내보내고 말았습니다. 판이 막 돌아간 상태에서 오자를 발견한 여기자가 얼굴이 발개져서 담당 편집기자에게 달려갔는데, 말로 표현하지 못하고 손가락으로 글자를 가리키며 "이거, 이거"만 연발하는 사태를 빚었습니다. 급히, 이 희대의 국민 성희롱 오자를 수정했습니다만, 이미 인쇄가 끝난 것들은 엎질러진 물처럼 주워 담지 못하였습니다. 강남대를 칭찬하는 자리였는데, 학교에도 면목이 없게 됐습니다. 몇 해 전에도 얄궂은 오자를 낸 적이 있습니다. 재건축이라 해야 할 것을 '개건축'이라고 써서 졸지에 개집으로 만든 사건입니다. 편집기자는 자면서도 대형 오자에 식겁(食怯)하는 악몽을 자주 꿉니다. 최후의 오타는 하느님도 못 찾는다는 이 방면의 격언이 있을 정도입니다. 비슷한 글자를 잘못 써서 오자를 내는 일을 노어지오(魯魚之誤)라 하는데, 노(魯)자와 어(魚)자의 형태가 닮아 헷갈리는 사람이 많았던 모양입니다.


얼마 전 어느 신문에서 아직 현직에 있던 대통령을 '이명박 전 대통령'이라고 써서 괘씸죄를 저지른 적이 있었지요. 당시 당선인이었던 박근혜를 마음속에서 이미 대통령으로 접수한 나머지 빚은 사태였을 겁니다. 대통령과 관련한 오자 사건은 그전에도 많았습니다. 권력자의 심기를 건드릴 수 있는 일이라서 조심에 조심을 더하는 데도 귀신이 다녀간 것처럼 꼭 그런 치명적인 오자가 나옵니다. 1950년대 대구매일신문, 삼남일보는 이승만 대통령을 '이승만 犬統領(견통령)'으로 쓰는 불경을 저질렀습니다. 이 일로 대구매일은 사장이 구속됐고 삼남일보는 정간(停刊)을 당했습니다. 1954년 부산일보는 '이승만 대령'이라고 내보내 다시 진땀을 흘렸습니다. 5공 때 항간에 떠돌던 '전두환 대령' 소문은 그 아류작이 아닌가 싶습니다. 이후 신문사들은 견(犬)자를 아예 활자에서 없애버리거나 '대통령' 세 활자를 하나로 묶어놓는 비상책을 쓰기도 했습니다. 그랬더니 이번엔 李承晩(이승만) 대통령을 季承晩(계승만) 대통령이라고 쓰는 신문이 나와 끌탕을 자아내기도 했지요. 1980년대 한 출판사에선 이순자 여사를 '이순자 여시(여시는 여우의 속어입니다)'라고 썼는데 다행히도 교정을 보다가 잡아내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합니다. TV도 황당한 실수를 비켜갈 순 없습니다. 2008년 모 방송은 자막에다 '이명박 대통령'을 '이멍박 대통령'이라고 써서 그분에 대한 사견(私見)을 드러낸 셈이 됐는데, 급히 수정을 한 자막은 '이명박 대통렁'이었다고 합니다. 그 이전에 전두환씨가 쿠데타로 집권했을 때 한 방송 아나운서는 "미국이 전두환 대통령을 적극 지지할 것으로 보입니다"를 "미국이 전두환 대통령을 적극 저지할 것으로 보입니다"로 잘못 읽어 방송사 고위층의 가슴을 얼어붙게 만들었습니다.


외국에도 오자 노이로제는 없을 수 없습니다. 2011년 중국 인민일보는 원자바오(溫家寶)를 溫家室(온가실ㆍ찜질방)로 잘못 표기하는 실수를 저질러 17명이 문책을 당했습니다. 그해 중국관영 CCTV는 시진핑(習(간체로는 )近平)을 다오진핑( 近平)으로 적어, '간사한 진핑'으로 만들어버렸습니다. 중국중앙방송은 국가주석을 '가주석(家主席)'이라고 실언해 집안의 가장쯤으로 격하시켰고, 1980년대 인민일보는 전국인민대회를 전국인민견회(犬會)라고 실어, 개들의 모임으로 만들어놨습니다. 1980년대 일본 요미우리는 메이지대제(大帝)라고 써야할 것을 견제(犬帝ㆍ개 같은 황제)라고 쓰는 만행을 저질렀지요.


오자를 낸 주제에 뭔 사설(辭說)이 그리 장황하냐고 타박하실 분들을 위해, 고은의 18자(字) 시 한 편을 읽어드리겠습니다. "내려갈 때/보았네/올라갈 때/보지 못했던/그 꽃." 더불어 패러디 한 편도요. "12시에 보았네/11시에 보지 못했던 그 자(字)."






이상국 편집부장 isom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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