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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에 새살 돋았으면”… 개관 한 달 맞은 ‘카페 나무’

시계아이콘읽는 시간02분 03초

가출 및 성매매노출 여성 청소년 지원…지난달 19일 개관
일시 숙식지원에 산부인과 등 진료 필요 시 동행내원까지


“상처에 새살 돋았으면”… 개관 한 달 맞은 ‘카페 나무’ ▲ 서울 동작구 상도동에 위치한 '카페 나무'의 내부 모습(사진제공: 서울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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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나석윤 기자]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 이 세상 그 어떤 아름다운 꽃들도 다 흔들리면서 피었나니… (후략)’. 87.6㎡ 조그만 카페 창 한 켠에 도종환 시인의 ‘흔들리며 피는 꽃’이 적혀 있다.


입구엔 ‘성장하는 나무처럼, 천천히 아름답게’라는 문구를 두른 나무가, 그 옆으론 활동가들과 학생들이 정성스레 소망을 적은 천이 질서정연하게 묶였다.

벽면에 가지를 뻗은 나무그림까지 카페의 모든 볼거리들은 이곳을 찾은 청소년들의 머리에서 나왔다. 지난달 19일 문을 연 가출 및 성매매노출 10대 여성 청소년 지원을 위한 ‘카페 나무’의 첫인상은 이렇듯 평온함 그 자체였다.

카페 나무가 개관 한 달을 맞았다. 집과 학교로부터 격리돼 갈 곳 없이 떠도는 여성 청소년들을 위한 통합지원시설이다. 서울 동작구 상도동(장승배기역 인근)에 120㎡ 규모로 2층엔 상담카페, 3층에는 최대 10명을 수용하는 쉼터(침실·샤워실·주방 등)를 갖췄다. 가출한 여성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일시보호와 식사 제공, 상담, 성매매 예방교육, 의료서비스 등이 이뤄진다. 쉼터를 이용하는 10명을 포함해 하루 평균 40~50명 정도가 이곳을 드나든다.

카페 나무만이 갖는 차별성은 시설이용의 문턱을 대폭 낮췄다는 점이다. 국가나 공공기관이 운영·지원하는 시설의 경우 가출 청소년 방문 시 대게 부모와의 접촉을 시도한다. 하지만 카페 나무는 이들이 부모와의 만남에 거부감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 별도의 등록절차를 생략했다. 이름과 생년월일, 연락처 이상의 신상정보는 요구하지도 않는다.


아울러 내부규칙과 단체활동으로 인해 학생들이 겪게될 혼란도 최소화하고자 했다. 잠시 의지해 편히 쉬면서 전문가 상담을 받는 새로운 형태의 힐링공간인 셈이다.

지난해 경찰청 발표에 따르면 최근 4년간 가출한 여성 청소년의 수는 2008년과 비교해 2배 가까이 늘어 전체 가출 청소년의 60.4%를 차지한다. 또 지난해 서울시 조사결과에선 가출 여성 청소년의 25.1%가 성매매를 경험한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가출한 10대 여성 4명 중 1명은 성매매 유혹에 노출돼 있다는 얘기다. 카페 나무가 조성된 배경 역시 사회안전망 내부로 이들을 포용하기 위한 시도의 일환이다.

“상처에 새살 돋았으면”… 개관 한 달 맞은 ‘카페 나무’ ▲ 새벽시간대 거리상담 프로그램인 '브릿지 프로젝트'(사진제공: 서울시)


이곳에서 이뤄지는 상담과 지원 프로그램은 다양하다. 그 중심엔 ‘좋은 세상을 만드는 사람들’이라는 풀뿌리단체가 있다. 카페 조성 아이디어와 서울시 추진 사업대상자가 되기까지 지역주민들이 중심이 된 소규모 단체가 일당백의 역할을 했다. 10명이 채 되지 않는 구성원들이 만들어낸 작지만 큰 성과였다.


이를 바탕으로 부모·형제 간 갈등에서 비롯된 가출상담서부터 성매매 유입 방지교육과 자립을 위한 인턴십 등 통합서비스가 이뤄진다. 여기에 성폭력 경험을 가진 여성 청소년들을 상담소로 연계하는 가교역할도 하고, 산부인과 등 병원진료가 필요한 경우 동행내원도 한다.


2001년부터 시행 중인 새벽시간대 거리상담 프로그램인 ‘브릿지 프로젝트’ 역시 주요사업 중 하나다. 서울시는 이러한 사업과 시설 운영에 매년 3억여원의 예산을 지원하고 있다.

하지만 거리를 배회하는 10대 여성들에게 현실의 위험요소는 여전하다. 배고픔에 머무를 곳도 생계수단도 없다 보니 성매매에 발을 들이는 경우도 적지 않다. 현장 활동가들이 이들의 마음 속 상처를 보듬어 줄 사회안전망 구축이 절실하다고 입을 모으는 이유다.


천민영 활동가는 “최근으로 올수록 청소년들이 가출을 시도하는 연령이 계속 낮아지고 있다”며 “상처를 가진 어린 친구들에게 낙인을 찍어 선입견을 갖거나 무관심으로 일관하는 세태의 개선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활동가는 “가정폭력으로 실제 거리 위보다 집이 더 위험한 친구들도 여럿”이라며 “이들이 쉼터와 시설로부터 독립해 마을의 일원 나아가 사회의 구성원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지역단위에서부터 세심한 관심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를 위해 서울시는 향후 ‘위기 여성 청소년 특별전담실’과 ‘여성 청소년 건강지원센터’ 등을 전국 최초로 설치해 운영할 방침이다. 가출 청소년들의 성폭력, 성매매 노출을 미연에 차단하고, 건강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다.


서울시 관계자는 “가출 청소년들이 쉼터의 존재를 알고 있으면서 신변상의 이유 등으로 이용을 꺼리는 경우도 많다”며 “이들이 좀 더 편하게 의지하는 과정 속에서 갈등이 원만히 해결될 수 있도록 상담소, 센터 등과의 연계에 더 중점을 둘 것”이라고 말했다.




나석윤 기자 seokyun19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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