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말 현재 채권 보유잔액 122조…금통위 인하땐 대규모 평가차익
[아시아경제 정재우 기자] 국내 대형 증권사들이 이틀 앞으로 다가온 한국은행의 금융통화위원회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금통위의 금리 인하 결정 여부에 따라 이번 분기 증권사 실적이 크게 좌우되기 때문이다. 금통위가 금리 인하를 결정하면 채권 보유 규모가 많은 대형 증권사들은 대규모 채권 평가이익을 기대할 수 있다.
12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4~9월) 증권사의 자기매매손익은 2조3992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3324억원(16.1%) 급증했다. 이는 국고채 3년물 평균금리가 3월 3.55%에서 9월 2.81%까지 하락하는 등 금리가 낮아지면서 채권관련 이익이 늘었기 때문이다.
반면 지난 3·4분기(10~12월) 자기매매손익은 전년동기대비 5.4% 증가하는데 그쳤다. 상반기와는 반대로 금리가 오르면서 채권관련 이익이 감소했기 때문이다.
이같은 공식은 이번 4분기에도 그대로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국내 증권사의 채권 보유잔액 규모는 총 121조8000억원으로 작년 말 기준 전체 자산대비 46.9%에 달했다. 이는 지난 6월말보다 4.2%포인트 가량 높아진 것으로 역대최고 수준이다. 기준금리 하락에 따른 채권평가 이익을 기대할 수 있는 규모가 그 어느때보다 커졌다는 얘기다.
4분기 증권사 수수료 수익의 바로미터인 거래대금이 전분기보다 더 줄어들 수 있다는 점도 채권 관련 이익에 대한 의존도를 높이고 있다. 올들어 지난 11일까지 유가증권시장의 일평균 거래대금은 4조610억원으로 3분기의 4조2903억원보다 2000억원 이상 적다.
증권사에 대한 리서치센터의 실적 전망치가 급격히 악화되고 있는 것도 부담이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3개 리서치센터 이상이 실적 전망치를 제시한 6개 주요 증권사의 4분기 영업이익은 총 3721억원으로 작년 말 전망치(4563억원) 대비 18% 가량 줄었다. 특히 우리투자증권, 대우증권, 현대증권 등 채권 보유 비중이 높은 3개 증권사의 경우 영업이익 전망치는 작년말 대비 30%나크게 줄었다.
증권사들은 금리인하를 간절히 기대하고 있지만 전문가들 대다수는 금통위의 금리 동결에 무게를 두고 있다. 정성욱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2월 금통위 의사록에서 대다수 의원들의 신중한 스탠스를 확인할 수 있었고, 미국 및 중국의 경제지표 개선세 등에서 뚜렷한 경기침체 가능성을 읽을 수 없다는 점이 금리 동결 가능성을 높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재승 KB투자증권 연구원도 “유럽중앙은행(ECB)을 비롯한 아시아 국가들의 기준금리가 동결되면서 전세계적인 기준금리 인하 싸이클 종료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설명했다.
정재우 기자 jj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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