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민우 기자] 정부조직 개편안 처리를 둘러싼 여야 협상이 11일 제자리를 맴돌고 있다. 지난 주말에는 실무적 논의조차 진행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여야 대표가 금주 초 일정부분 타협안을 갖고 회동을 진행할 것으로 전해져, 이번 주에는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와 민주통합당 문희상 비대위원장은 사흘 전 국회에서 만나 정부조직 개편안 협상 쟁점에 대한 부분적인 공감대를 형성했었다. 그러나 협상팀은 기존 입장을 고수하며 3일간 실무협상조차 진행하지 않았다.
이 같은 모습은 새누리당 내부에 온도차가 존재하고 있어서다. 황 대표는 이날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국회는 정부조직 개편안을 둘러싼 마지막 쟁점을 정리해 조속히 타결하고 민생 공약을 이행하는 국회 운영을 해나가자"며 유화적인 태도를 보였다. 그러나 마이크를 넘겨받은 이한구 원내대표는 "민주당이 국가 안위를 위해 조속한 결단을 내려달라"며 원안 고수 입장을 내비쳤다.
당내 일각에서는 이 원내대표의 협상력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당의 한 핵심관계자는 "곧 원내대표 임기가 끝나는 이 원내대표가 향후 거취를 함께 고민하는 것이 문제"라며 "양당 모두 협상책임자를 대표로 바꾸는 것이 해결책"이라고 밝혔다.
민주통합당의 상황도 마찬가지다. 문 비대위원장이 거취 문제를 거론하며 협상 타결을 촉구했지만 박기춘 원내대표 측은 "덕담 수준의 언급"이라며 의미를 축소했다. 박 원내대표는 이날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양보는 힘 있는 쪽에서 하는 것'이라는 박근혜 대통령의 2004년 발언을 언급한 조간신문을 보이며 "박 대통령의 결단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실무협상을 진행하는 우원식 원내수석부대표도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 인허가권 양보는 생각하지 않는다"며 강경한 입장을 보였다. 당 전당대회를 앞두고 입장차를 보이는 복잡한 상황 속에서 강경파와 온건파의 의견 조율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번 주 협상은 투트랙으로 가동될 예정이다. 황 대표와 문 위원장이 회동을 통해 큰 틀에서의 합의를 도출하고, 원내대표단이 법 조항 등 구체적인 사항을 조율하는 방안이다. 양당 대표의 회담은 그 동안 협상을 진전시키지 못했던 원내대표 대신 협상책임을 이전한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 정치권에서는 양당 대표가 유연성을 가진 온건 성향으로 분류되는 만큼 협상 타결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새누리당은 SO의 관할권을 미래창조과학부로 옮기는 대신, 민주당의 방송장악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공영방송 중립성을 강화하기 위한 특별법 제정하는 방안을 제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은 SO를 방송통신위원회에 남기는 대신, '정보통신기술(ICT) 진흥특별법'을 제정해 미래부의 업무 근거를 마련하는 안을 마련한 것으로 전해진다. 여야 모두 상대방의 입장을 반영한 특별법을 제시한 만큼 협상 타결에 한 걸음 다가섰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민우 기자 mwlee@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