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오진희 기자] "정부가 '공공미술'이라는 큰 프로젝트를 민간에게 알아서 나눠먹으라고 던져주는 형식이 아니라, 이제는 민관이 함께 노력해 여러 분야의 사람들에게 이익이 돌아갈 수 있게 하는 '조금씩 스며드는 미술'이야말로 지속가능하다."
미술에 사회공헌을 접목시키는 것이야 말로 "미술이 살아남는 길"이라고 주장하는 문은명 홍콩컨템포러리 매니저(46)의 말이다. 지난 2월말께 잠시 한국을 들른 문 매니저를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만났다. '홍콩컨템포러리'는 지난해에 이어 오는 5월 말께 홍콩 엑셀시어 호텔에서 2회째 열리는 호텔아트페어로, 세계적인 아트페어 '아트바젤홍콩'과 '크리스티 경매'가 같은 시즌 가까운 장소에서 열린다.
이번 홍콩컨템포러리에서는 그림판매 뿐 아니라 '기부'와 연계된 프로그램이 가동돼 주목되고 있다. 홍콩의 대표적인 사회적기업인 세인트 제임스 세틀먼트(St James Settlement)의 신체부자유자 회원들이 만든 재활용품들이 진열되며, 차후 아트페어에 참여한 작가들의 작품과 연계해 재활용 상품들의 디자인을 개발할 계획이다. 또 행사 입장료 50%는 모두 세인트 제임스 세틀먼트에 기부된다. 아트페어라고 치면, 말 그대로 미술시장에서 작품을 판매하는 게 목적이지만, 문 매니저는 홍콩에서 18년을 지내면서 쌓아온 네트워크를 접목시켜 미술에 새로운 장을 시도하고 있다.
문 매니저는 "아시아 미술의 큰 장이 서게 될 홍콩에서 관광객을 비롯한 세계의 컬렉터들이 이곳에 와 작품을 사고 여행만 하고 갈 것이 아니라 미술에 대한 이해를 사회공헌과 더불어 살아가는 삶으로 연장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소개했다.
문 매니저가 지난 1994년 홍콩에서 새 삶을 시작했다. 미술을 전공하고 영국유학 시절 지금의 남편인 홍콩인 로저 린(Roger Lin)을 만난 것이 전환점이 됐다. 로저 린은 홍콩컨템포러리 디렉터다. 그와 결혼 후 문 매니저는 홍콩에서 작가로 그룹전을 열기도 했고, 마이크로소프트사 등에서 근무하기도 했다. 이런 경력들을 쌓은 후 2007년 '문갤러리'를 개관했다. 앞서 두 부부는 로저린스튜디오라는 비영리단체도 만들어 현재까지 14년 동안 공연, 음악, 미술 등 전반적인 예술과 관련한 소외계층을 대상으로 한 교육, 자선사업 등을 전개해 왔다. 문갤러리에서는 지역주민들의 벼룩시장과 자선경매가 열렸다. 그는 그동안 개인적으로도 기부활동들을 다양하게 펼쳐온 이다. 적십자에서의 뜨개질 기부, 글로벌어린이재단 사회공헌 등이다.
이를 통해 문 매니저는 지난 2011년 홍콩정부산하기관인 홍콩예술발전국의 예술심사위원으로 위촉되기도 했다. 또 자선단체인 '세계평화를 위한 여성재단'의 주석으로 활동하고 있다. 유엔 NGO단체로 등록돼 있는 이 재단은 하자 있는 옷을 수선해 불우이웃에게 전달하는 프로젝트를 벌인다. 문 매니저는 또 우리나라 정부와의 네트워킹도 잘 이뤄져 미술전시나 세미나 유치도 여럿 도왔다. 지난해 그는 보건복지부 산하 한민족여성네트워크에서 '예술인상'을 받기도 했다.
문 매니저는 "갤러리를 시작할 때 그림만 파는 것은 상상하기 힘들었다. 사실 쉽지도 않다"면서 "갤러리 운영이 장사와는 다른 사회적 접점이 있어야 살아남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사회적기업이 최초로 생겼던 영국의 식민지였던 홍콩 역시 최근 사회적기업을 설립하고 인력과 자원을 지원하는데 활발해 지고 있다"면서 "홍콩역시 고령화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가장 큰 화두인데, 아트페어 역시 단발적인 것이 아닌 사회적 결합도를 높이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오진희 기자 vale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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