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연미 기자] 우리나라 전체 가구의 60%가 금융기관에서 돈을 빌렸고, 10집 중 1집은 버는 돈의 40% 이상을 빚 갚는 데 쓰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대출 가구의 18%는 원리금을 연체한 일이 있고, 1년간 4차례 이상 연체한 집도 5%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25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12년 가계금융·복지조사 부가조사 결과'를 보면, 전체 가구의 57%가 금융기관에 빚을 지고 있었다. 대개 '주택마련(34.3%)'이나 '전월세보증금(12.6%)' 같은 주거비용 때문이었다.
이번 조사에선 원리금 상환에 어려움을 겪는다고 답한 이가 60%에 다다랐다. 전체 가구의 30%는 은행에 신규대출이나 종전 대출의 만기 연장을 신청했고, 23%는 그나마 신청액을 모두 빌리지도 못했다. 또 2.4%는 대출 심사에서 탈락했다. 은행권 대출에 실패한 이들 중 절반은(45.4%) 더 비싼 이자를 물어야 하는 제2금융권이나 사금융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빚을 내 빚을 갚는 악순환 속에서 재무건전성은 악화됐다. 대출받은 가구 중 13%는 대출금 원리금 상환액이 가계 총수입의 40% 이상을 차지하는 과다부채 가구였다. 전체가구 기준으로 7.7%가 이런 처지에 놓여 있다.
대출받은 가구 중 18%는 지난 한 해 동안 원리금을 한 번 이상 연체한 일이 있었다. 5%에 이르는 응답자는 4번 이상 원리금 상환 일자를 맞추지 못했다고 답해 한계선상에 와있는 가구가 적지 않음을 짐작하게 했다.
앞으로의 전망 역시 밝지 않았다. 대출받은 가구 중 62.3%는 향후 원리금 상환에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아울러 1년 뒤 부동산 가격이 지금보다 떨어질 것이라는 응답이(28.1%) 상승할 것이라는 응답(17.9%)을 10%포인트 이상 웃돌았다. 원리금 부담은 늘고, 자산가치는 떨어져 삶이 더 팍팍해질 것이라는 전망 속에 25일 박근혜 정부는 출범했다.
박연미 기자 chan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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