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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TH-2013정직] 내부고발자의 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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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 해직, 소송 자체가 고통
기업, 윤리경영 활용 방안 모색


[아시아경제 황준호 기자]"내년께 전 세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문서 100만건을 공개한다."

위키리크스의 창립자 줄리안 어산지가 지난해 말 영국 런던에 위치한 에콰도르 대사관에서 크리스마스 메시지를 통해 밝힌 내용이다.


위키리크스는 지난 2010년 4월 이라크에서 미군 아파치 헬기가 로이터통신 기자 등 민간인 12명을 사살하는 동영상을 공개해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이어 위키리크스는 2010년11월 미국 외교 전문 25만여 건을 공개하면서 폭로의 아이콘으로 떠올랐다. 당시 미 국무부와 한국, 중국, 러시아 등 각국 대사관들이 주고받은 외교 전문이 공개됐으며 전세계가 발칵 뒤집혔다.

어산지는 "수많은 사람들이 참여해 집단 지성으로 만들어지는 위키백과에서 착안한 위키리크스는 익명의 제보에 의존하지만 자체적인 검증 시스템을 통과한 소식만을 사이트에 올린다"며 "이미 공개된 내용, 단순한 소문은 다루지 않는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위키리크스의 폭로가 단순한 관심끌기에 지나지 않는지 공익을 위한 은폐된 사실을 전달한 것인지는 아직까지 갈린다. 확실한 건 내부고발자의 말로가 좋지 않다는 점이다. 어산지는 현재 스웨덴에서 2명의 여성을 성폭행한 혐의로 에콰도르 대사관에 피신 중이다. 어산지는 이에 대해 합법적인 성관계였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어 위키리크스에 기밀 외교문서를 건네 준 브래들리 매닝 미국 육군 일병은 간첩법 위반 등 22개 혐의로 기소당해 미 버지니아주 콴티코 군 구치소에 수감돼 재판을 기다리고 있다. 그의 재판은 언제 시작될지 그리고 결과가 어떻게 될지 아무도 장담할 수 없는 상태다. 내부고발자의 말로가 좋지 않다는 뜻이다.


우리나라의 상황도 마찬가지다. 2002년 Y여고 교사로 근무하고 있던 A교사는 학교를 비판한 이유로 퇴학 명령을 받은 학생을 위해 구명 운동을 주도하는 등 학내 비리를 밝히는데 앞장섰다가 2003년 10월 파면됐다. 파면사유는 '무단 결근', '불성실 수업', '근무시간 중 조합활동' 등 다양했다.


지난 2003년 B은행의 자회사 우리신용정보에 근무하고 있던 한 직원은 B카드에서 1조원이 넘는 분식회계가 일어나고 있는 것을 발견하고 금융감독원에 고발했다. 하지만 그는 B카드의 압박에 못이겨 회사를 그만두게 됐다. 이어 B은행과 금감원은 고발자를 무고 및 허위사실 유포에 따른 명예훼손을 이유로 고소했다.


이외에도 대부분의 내부고발자는 조직내에서 퇴출당하거나 퇴출을 강요받는다. 공익을 위해 나섰음에도 이에 대한 대가는 처참하게 다가오는 셈이다.


정부는 이같은 내부고발자에 대한 탄압이 공익 추구에 문제를 가져올 수 있다고 판단하고 2002년부터 부패방지위원회를 설치했다. 부패신고를 받고 신고자를 보호하는 기구다. 또 2011년9월부터는 공익신고자보호법을 제정해 공정한 경쟁을 침해하는 행위를 '공익침해행위'로 규정, 민간 차원의 신고를 장려하고 있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다. 국민권익위원회가 법에 따라 내부고발자의 해임에 대해 해당 기업에 취소를 요구하더라도 행정소송으로 맞설 경우 판결이 날 때까지 해직상태로 계속 머물러 있어야 한다. 또 내부고발을 이유로 불이익을 주지 않더라도 기업은 종사자인 고발자를 해임할 수 있는 갖가지 이유를 만들어 해임하곤 한다. 이에 각급 시민단체와 언론은 내부고발자를 보호장치를 강화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사익을 추구하는 기업의 경우 경쟁을 해야 한다는 점에서 윤리적인 딜레마를 겪을 수 있으나 기업 자체적인 정화장치가 있는 만큼 이를 활용해 경영의 방향을 바꾸는 것이 우선시 돼야 한다"고 말했다.




황준호 기자 rephw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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