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백종민 기자] 일본 기업들이 에너지와 원자재에 이어 물 투자를 늘리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일본 기업들이 세계에서 물 관련 기업을 잇따라 인수하고 있다고 1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저널에 따르면 스미모토상사는 이달 초순 영국 수도업체 수톤 앤 이스트 서레이 워터를 2억6000만달러(약 2817억원)에 인수했다. 스미모토 외에 마루베니, 이토추, 미쓰이도 물 투자에 나서고 있다.
이토추는 지난해 영국 브리스톨 월터 지분 20%를 7000만달러에 사들였다. 마루베니는 동남아시아, 중남미, 중동, 아프리카 등 신흥시장을 중심으로 세계 10대 물 관련 기업으로 성장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민영 수도 업체인 필리핀의 마이니라드 워터 서비스 지분 20% 인수를 추진 중이다.
미쓰이는 이미 멕시코, 태국, 중국에서 수도 사업을 벌이고 있다. 미쓰이는 바닷물 담수화와 폐수처리 분야도 염두에 두고 있다.
일본 기업들의 물 업체 인수가 선진국에 집중되고 있지만 최종 목표는 상하수도 시설이 부족한 신흥국들이다. 재정적자에 시달리는 선진국들이 상하수도를 민영화하면서 열린 투자 기회를 발판으로 향후 신흥시장에서 제대로 사업하겠다는 뜻이다.
일본 기업들이 해외 물 시장에 눈독 들이는 것은 시장의 성장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2007년 3900억달러 규모였던 세계 물시장은 오는 2016년 5450억달러로 커질 듯하다. 일본 정부도 세계 물시장 규모가 오는 2025년 9억2700만달러를 돌파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저널은 원자재와 에너지 투자에 열중했던 일본 상사가 원자재에서 벌어들이는 수익이 준 것도 물 사업 투자의 한 이유라고 분석했다.
일본 기업들은 탄탄한 기술력과 재무구조에다 정부 지원까지 등에 엎고 있어 경쟁사들이 긴장할 수밖에 없다.
2010년 마루베니의 칠레 수도업체 아구아스 누에바스 인수, 미쓰비시의 호주 유나이티드 유틸리지스 그룹 인수에 일본 정부로부터 지원 받는 펀드가 투자자로 참여했다.
일본 기업들의 적극적인 투자는 선도 업체인 프랑스나 중국 기업들에 비하면 다소 늦은 감이 있다. 중국 국부펀드인 CIC는 지난해 영국 테임즈 워터 유틸리지스 지분 8.7%를 사들였다. 2011년 홍콩의 갑부 리카싱은 노섬 브라이언 워터 그룹을 인수했다.
일본 기업들은 기술력을 갖추고 있지만 수도시설을 직접 관리해본 경험이 적다는 게 단점이다. 일본에서는 민영 수도회사를 찾아 보기 어렵다. 수도는 지방정부 관리 아래 있기 때문이다.
백종민 기자 cinqan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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