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양낙규 기자]북한이 김정은 부위원장이 최고지도자가 된뒤 두번째로 설명절을 맞이했다. 하지만 북한은 강성대국을 약속한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민심은 흉흉하다. 극심한 경제난 탓에 설 명절에도 특별배급을 거의 지급하지 못했다. 지난해와 다른 점이 있다면 지난해에는 김정은 부위원장이 현장을 찾아다니며 민심을 다독거렸다면 올해는 북핵카드로 민심을 다독거리고 있다는 점이다.
북한 소식통들은 10일 "양강도 혜산시와 함경북도 회령시의 소식통을 인용, 작년 설과 추석과 마찬가지로 이번 설에도 특별배급이 전무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북한은 사회주의와 어긋난다는 이유로 민속명절을 지내지 않았지만 1988년 추석을 휴식일로 정한데 이어 1989년엔 음력설을 명절로 지정했다. 2003년부터는 양력설 대신 음력설을 ‘기본 설 명절’로 지정했다.
북한은 설을 맞아 주민들에게 고기와 떡국을 배급하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전무한 상황이다. 특히 중국을 통해 밀수되던 명절음식마저 국경봉쇄 강화로 찾아보기 힘든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의 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민족명절 설에 대해 '설빔을 갖춰 입고 웃어른께 세배를 하며 노인들이 손자 손녀에게 간단한 예물을 준다'고 소개한 바도 이싿. 또한 주민들은 꿩고기나 닭고기를 넣은 떡국을 나누며, ‘세주불온(歲酒不溫)’으로 데우지 않은 술을 한 잔 마시는데, 봄철 농사준비를 위한 인민의 근면성을 반영한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하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자 지난해 첫 설을 맞은 김정은 부위원장은 직접 현장을 돌아다니며 민심을 수습하기도 했다. 설날 당일인 지난해 1월 23일에는 평양에서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최영림 내각총리 등 당·정·군의 고위간부가 참석한 가운데 국가연회를 열기도 했다. 김 부위원장이 고위간부를 대동하고 국가연회를 열고, 만경대혁명학원을 방문한 것은 지도부의 결속을 다지고 자신에 대한 충성을 유도하려는 의도에서다. 기계화군단으로 알려진 제671대연합부대 지휘부도 시찰해 선군의지도 재확인했다.
또 북한매체는 김정은 부위원장을 주민을 위해 헌신하는 지도자라고 띄우기 위해 만경대혁명학원을 방문한 자리에서 학생들의 손을 잡고, 예술공연을 취소하고 학생들을 쉬게 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당시 부친이 했던 것보다 적극적인 설 행보를 보인 김정은 부위원장은 후계자로 등극한 뒤 처음 맞은 설 연휴를 통해 권력기반을 다지고 민심을 다독이는 기회로 삼으려는 의도가 담겨 있는 것으로 북한 전문가들은 평가했다.
하지만 올해의 상황은 많이 변했다. 북한은 결정적인 '핵실험 카드'를 쥐고 내부결속 의지를 다지고 있다. 이때문에 날짜와 숫자는 북한 정부 입장에서는 상징적인 날에 맞춰 핵실험을 할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특히 주민들에게 "민족적 자부심"을 줄 수 있는 날을 핵실험 일로 선택할 것으로 보인다.
과거의 사례를 보면 구체화된다. 로켓 발사 실험에 실패한 지난해 4월12일은 김일성 주석 생일 100주년인 4월15일을 며칠 앞둔 날이었다. 또 지난 2006년 핵실험도 노동당 창당 61주년 기념일을 하루 앞두고 이뤄진 것이다.
특히 북한이 핵개발 프로그램의 발전을 김정일의 유산으로 돌리려는 노력을 해왔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오는 16일 김정일 생일일 가능성도 점쳐진다. 그리고 이틀 전인 14일은 김정일이 사후에 인민군 최고사령관으로 추대된 기념일이다.
북한 내부적인 특정일을 감안할 수 도 있다. 로켓 발사 실험에 실패한 지난해 4월12일은 김일성 주석 생일 100주년인 4월15일을 며칠 앞둔 날이었다. 또 지난 2006년 핵실험도 노동당 창당 61주년 기념일을 하루 앞두고 이뤄진 것이다.
특히 북한이 핵개발 프로그램의 발전을 김정일의 유산으로 돌리려는 노력을 해왔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오는 16일 김정일 생일일 가능성도 점쳐진다. 그리고 이틀 전인 14일은 김정일이 사후에 인민군 최고사령관으로 추대된 기념일이다.
한편 북한이 좀더 시간끌기에 들어간 것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북한은 1,2차 핵실험 당시 핵실험을 하겠다는 외무성 성명을 발표한 뒤 별다른 추가 절차 없이 곧바로 핵실험을 강행했다. 이번에도 외무성 성명을 통해 핵실험을 예고했다.
하지만 이번엔 다르다.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핵실험을 앞두고 의견청취와 공론화 과정을 거치는 듯한 모습을 2차례나 외부에 공개한 것이다. 이 때문에 핵실험 강행으로 경제 제재가 가중돼, 내부 불만이 고조될 경우 김정은이 책임을 분산하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특히 대내외적으로 이번 핵실험에 상당한 정치적 부담을 갖고 있기 때문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특히 한미 양국의 새정부에 대화의 제스처를 보내기도 했다. 북한은 조선신보를 통해 출범을 앞둔 박근혜 정부에 대해 ‘북남관계 정상화’를 거론하며 대북 정책 전환을 요구하고 나섰다. 지난해 대선 당시 “남북관계 발전을 위해서라면 북의 지도자와도 만나겠다”고 한 박 당선인의 발언을 상기시키면서 “유엔 안보리 결의가 초래한 제재 국면에서 새 정부가 취할 행동은 북남관계 정상화를 위한 ‘신뢰프로세스’의 시금석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남북관계 개선 여부는 박근혜 정부의 대북 정책에 달려 있음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조선신보는 남북 간 대화 주제로 ‘평화와 안정’ ‘전쟁 종결을 선언하는 문제’라고 거론해 평화협정 체결을 대화 의제로 삼으려는 뜻을 드러냈다. 결국 대화를 통한 대북정책에 따라 핵실험여부를 결정할 수 도 있다는 뜻이다.
양낙규 기자 i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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