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설] 박근혜 18대 대통령 당선인의 김용준 총리후보자 지명 내막
[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믿을 수 있는 사람만 쓴다', '법치와 원칙을 중시한다', '철통 보안을 지킨다'. 24일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새 정부 첫 국무총리 후보자로 김용준(75)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위원장을 지명하면서 재확인된 인사 원칙이다.
◇ '박근혜표 인사 원칙' 재확인
박 당선인은 그동안 인사를 하면서 철저히 믿을 수 있는 사람만 골라 써 왔으며, '법치ㆍ원칙'을 강조해왔다. 또 당사자에게도 일체 함구를 요구하는 등 사전 정보 유출을 철저히 통제해 왔다.
김용준 인수위원장을 총리후보자로 선택한 것도 이같은 원칙에 입각해 고른 것으로 보인다. 박 당선인은 지난해 대선 당시 김 후보자를 공동선대위원장으로 영입해 함께 일하면서 신뢰를 쌓은 후 이를 바탕으로 인수위원장까지 맡겼었다. 이 과정에서 더욱 두터워진 신뢰가 박 당선인으로 하여금 김 후보자를 선택하게 한 것이라는 지적이다.
박 당선인은 이날 지명 기자회견에서 "나라의 법치와 원칙을 바로세우고, 무너져내린 사회 안전과 불안에 대한 국민 불신을 해소하고, 사회적 약자가 보호받는 국민행복시대를 열어갈 적임자"라며 "항상 국민과 눈높이를 맞추고 소통하고 국민 삶의 어려움을 해결하는데 온 힘을 다하실 것이라 생각해왔다"고 말하는 등 김 후보자에 대한 큰 신뢰를 표시했다.
박 당선인이 신뢰를 가장 큰 인사 원칙을 세운 것은 과거 아버지 고(故) 박정희 전 대통령이 믿었던 최측근에 의해 죽었던 개인사 때문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 후보자가 대법관ㆍ헌법재판소장 출신의 소신파 법조인이라는 점은 '법치ㆍ원칙'을 중시하는 박 당선인의 국정 운영 철학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김 후보자는 1963년 쿠데타를 일으킨 박정희 전 대통령의 대선 출마를 비판한 송효찬 전 육군참모총장을 구속적부심을 통해 풀어주는 등 소신 판결로 유명하다.
김 후보자는 법관 시절 '소신판결'로 후배들의 사표로 인정받았고, 헌법재판소장 시절 국민 기본권 침해에 대한 각종 제한을 철폐했다는 평을 받았다. 그는 헌재소장에서 퇴직한 뒤 법무법인에서 일할 때는 헌재 관련 사건 수임을 고사하면서 청렴함도 갖췄다는 후문이다.
철통 보안의 원칙도 이번 총리후보자 지명에서 여전히 유효했다. 모 신문에서 1000만원의 포상금을 내거는 등 언론의 추적이 있었지만 어느 언론도 알아내지 못했다. 박 당선인이 이날 브리핑룸에 들어서서 김 후보자의 이름을 낭독하자 모여선 100여명의 기자들은 당혹감을 금치 못했다. 법조인 출신이 될 것이라는 정도의 예상만 나왔을 뿐 김 후보자의 이름은 별로 거론되지 않았었기 때문이다. 김 후보자와 박 당선인의 측근들은 며칠 전 통보를 받았지만 철저히 함구했다.
일단 김 후보자는 향후 2월 초 국회에서 열리는 인사청문회를 거쳐 박 당선인의 취임과 함께 임명된다. 법조계에서 신망이 높고, 장애인인 까닭에 소수자 배려의 모양새도 갖추고 있고, 커다란 도덕적 흠결이 없어 김 후보자의 청문회 통과는 무난할 것으로 전망된다.
◇ 부정적 의견 만만치 않아
그러나 김 후보자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도 만만치 않다. 우선 고령으로 국정 운영을 총괄하는 중책을 감당할 수 있는 건강이 될 것인지에 대해 우려가 나오고 있다. 귀가 어두운 김 후보자는 이날 총리 후보자 지명 기자회견 후 질의응답 시간에도 기자들의 질문을 제대로 알아듣지 못하기가 일쑤였다. 또 역대 총리 중 최고령(75세)으로 국내외 출장 등 과중한 업무 부담을 견딜 수 있을 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정치권과의 거리가 먼 것도 단점으로 꼽힌다. 김 후보자로부터 정부와 국회를 오가는 정무적 조정 기능 역할을 기대할 수 없다는 얘기다.
김 후보자가 판사 출신으로 현실 세계를 잘 모르고 국정 경험이 전무한 점도 흠결로 꼽힌다. 김 후보자는 지난해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반값 등록금'에 대해 "노력 안 하는 대학생들에게 왜 돈을 대주냐"며 비판적인 시각을 표출하는 등 현실 감각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국정 경험이 부족해 박 당선인의 공약을 비롯한 각종 정책 어젠더를 실천해 나갈 역량이 있는 지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따라 일각에선 내각을 장악해 강력한 권한을 행사하는 '책임총리제' 물건너 간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한편에선 반사이익으로 경제부총리와 미래창조과학부 등 내각 내 컨트롤타워 부처들이 힘을 받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총리가 정책에 대한 전문성, 추진력 등이 떨어지는 상황인 만큼 내각 내에서 컨트롤 타워 부처의 역할과 위상이 더 커진다는 것이다. 김 후보자의 지명 자체가 책임총리제 보다는 내각 내 컨트롤타워 부처들을 중심으로 국정을 운영하겠다는 박 당선인의 구상이 반영된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김봉수 기자 bs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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