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장 찍었다고 안심마세요"···슈넬생명과학·승화명품건설 등 중도금 미지급 협상 결렬
[아시아경제 전필수 기자]"'도장 찍기 전'이 아니라 '돈 들어오기 전에는 모른다'로 바뀌어야 할 것 같다."
변수가 많은 인수합병(M&A)에서 양 기업이 세부사항에 합의하고 도장을 찍으러 나갔다가 마음이 변해 결렬되는 일까지 심심치 않게 발생한다. "도장 찍기 전에는 모른다"는 얘기가 나온 배경이다. 그러나 최근에는 M&A 계약서에 도장을 찍은 후에도 중도금이나 잔금이 들어오지 않아 계약이 해지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
1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한국슈넬생명과학은 김재섭 회장과 케이앤텍코리아가 지난해 12월6일 맺은 '주식 및 경영권 양수도 계약'이 매수인인 케이앤텍코리아의 지속적인 계약내용 불이행과 반복적인 구두 약속 불이행 등의 계약의무 위반으로 해지됐다. 이에 따라 슈넬생명과학은 계약금 18억원을 몰취하고, 매수자측에 위약벌(제재금) 및 손해배상 청구에 대해 법적검토를 진행할 예정이다. 슈넬생명과학은 지난해 12월6일 최대주주인 김재섭 회장이 케이앤텍코리아에 지분 700만주와 경영권을 180억원에 매각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지난달 24일 중도금 납부가 이뤄지지 않으면서 슈넬생명과학은 지난해 12월26일부터 지난 7일까지 세차례에 걸쳐 정정공시를 해야 했다. 지난해 12월18일 미국 글로벌디엔에스그룹과 1400만달러 규모의 외자유치 계약을 맺었다고 밝혔지만 결과적으로 공수표였다.
지난해 12월26일에는 승화명품건설이 M&A 계약이 무산됐다고 공시했다. 승화명품건설의 최대주주인 서울엠에스는 지난해 11월7일 보유주식 502만여주(지분율 41.4%)를 김성진씨 등에게 139억원에 매각하는 계약을 체결했었다. 3차 중도금 지급일인 12월13일 37억원을 지급하지 못하면서 '딜'이 삐걱거리더니 결국, 계약이 결렬됐다.
지난해 11월에는 후너스가 경영권 양도계약 해지를 공시했다. 300억원짜리 M&A 계약해지가 발표되자 후너스는 바로 하한가로 떨어졌다. 이후 후너스는 연말 최대주주인 유아이 지분 444만여주 중 244만여주가 사라지면서 최대주주가 변경되는 해프닝을 겪기도 했다. 10월에는 네오퍼플이 8월 계약한 M&A 계약 해지를 발표, 1500원 안팎이던 주가가 1주일만에 1000원 아래로 떨어졌다.
보통 M&A 계약 체결을 전후로 새로운 경영진에 대한 기대감으로 주가가 급등하기 마련이다. 승화명품건설의 경우, 10월19일 1720원에 마감됐던 주가가 12월5일 4200원까지 오르기도 했다. M&A로 미국 헤파호프의 인공 간(肝) 사업에 대한 기대감이 주가에 불을 붙였다. 하지만 M&A 진행이 덜커덕거리면서 계약해지 공시 직전인 12월24일 1510원까지 폭락했다.
증시 전문가들은 "검증되지 않은 새로운 사업과 경영진에 대한 환상으로 주가가 과도하게 상승할 경우, M&A가 성사되더라도 주가는 조정을 받기 마련"이라며 "지나친 기대보다 회사측의 비전을 좀더 꼼꼼히 따져보고 투자여부를 결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전필수 기자 phils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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