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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에 휘둘린 쌍용차의 절규 "더는 가만히 있지 않겠다"

시계아이콘읽는 시간1분 21초

[아시아경제 조슬기나 기자, 임철영 기자]"결국 터질 게 터졌다. 우리가 그동안 가만히 있었던 것은 경영정상화를 위해서였다. 이제부터는 정치권이 갈등을 유발하는 것을 간과하지 않겠다."


9일 오후 서울삼성의료원 중환자실 앞에서 만난 쌍용자동차 노동조합 간부의 목소리는 찢어질 듯 날카로웠다. 격양된 톤에는 참고 참아온 울분이 묻어났다.

함께 일하는 동료가 현장에서 목을 매 자살을 기도할 수밖에 없었던 배경에 대해서는 "정치권의 태도, 해고 노동자들의 시위행태에 대한 답답함과 경제적 현실에 대한 개인적 고뇌가 결국 자살시도로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며 경찰이 전한 자필 유서내용을 전달했다.


쌍용차 조립2라인에서 근무하는 류모(50)씨의 자살 기도는 해고자 복직에 대한 지나친 정치쟁점화가 부른 또 다른 참사라는 평가다. 23년간 쌍용차에 근무해온 류씨는 자살 시도 직후 노조 산업안전보건실 허현진 실장의 긴급조치로 죽음은 면했으나, 뇌사상태로 인공호흡기에 의존해 치료를 받고 있다.

함께 일하는 동료들은 류씨에 대해 "누구보다 성실한 직원이었고, 노조 내에서도 자기 목소리를 높이지 않는 차분한 성격"이라고 평했다. 그런 류씨이기에 A4 6장 분량의 자필 유서를 보고서도 가족과 동료 모두 한참을 믿을 수 없다는 말만 반복했다는 전언이다.


류씨가 근무한 조립2라인은 체어맨, 로디우스유로를 생산하는 라인이다. 판매량이 적은 차종이다보니 몇년 째 잔업이 없었다. 가동률은 불과 10% 남짓에 불과하다.


쌍용차 고위 관계자는 "해당 라인은 8시간 돌아가야하는데 4시간 정도밖에 못돌리고 있다"며 "내달 로디우스유로 신형이 나오면 판매가 늘고 생산도 확대되지 않겠냐는 기대가 있었는데…"라며 가족과 같은 직원의 자살기도에 깊은 책임감과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다수 쌍용차 직원들은 안타까움과 함께 서러움도 표했다. 한대라도 더 팔아 회사를 먼저 살려야할 시점에 각종 정치권, 노동계 이슈에 휘말리다보니 정작 경영에는 발목이 잡혀있는 상태라는 주장이다.


류씨가 이유일 쌍용차 사장과 김규한 노조위원장 앞으로 작성한 유서에도 이 같은 내용은 그대로 담겨있다. 류씨는 "현장 사람들이 잘못한 게 아닌데 지금도 구조조정에만 초점을 맞추는 정치권과 해고동료들이 안타깝고 원망스럽다"며 "제대로 된 지원은 커녕 아직도 정상화에 발목을 잡는 정치권과 노동계"라며 쌍용차를 둘러싼 정치적 이해관계를 꼬집었다.


노조의 입장은 강경하다. 김 노조위원장은 이 사장을 찾아가 "공장을 하루 세우겠다"고 선포했다. 그간 경영정상화를 위해 목소리를 높이는 것을 자제해왔지만 더 이상은 정치권의 갈등 유발을 좌시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최근 새누리당 의원들의 방문 시에도 "우리는 노동자가 아니냐. 왜 우리 목소리는 듣지 않느냐"고 울분을 토했다는 김 위원장은 "회사를 살리기 위해서라면 우리도 모두 송전탑에 올라가서라도 목소리를 높이겠다"고 말했다. 현재 민주통합당과 일부 새누리당 의원들은 쌍용차 사태 진상규명과 문제해결을 위한 국정조사를 요구하고 있다.


쌍용차는 정치쟁점화가 장기화되며 브라질, 러시아 등 해외에서 투자유치 및 금융권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계속된 정치공방에 인도 마힌드라그룹에서도 추가 투자에 대한 부정적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미 법정관리와 매각 등을 거치며 수차례 주인이 바뀌었던 쌍용차는 마힌드라가 인수한 첫해인 2011년 1124억원의 적자를 냈고 작년도 1300억원 적자로 추정된다.


최종식 쌍용차 부사장은 "회사가 아직까지 적자상태라 투자자금을 조달해야하는데 해고자 복직이 정치쟁점화돼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자금을 마련해서 한대라도 더 팔아야 회사를 정상화시키고, 직원 복직도 가능한거 아니냐"고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조슬기나 기자 seul@
임철영 기자 cyl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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