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경호 기자]정권 말기에 특별사면설이 또 나왔다. 지난달 성탄절특사설에 이어 이번에는 설특사설이다. 사면 대상은 이명박 대통령의 친형과 친인척, 지인, 선후배가 망라된다. 친형 만사형통 이상득 전 의원, 방통대군 최시중 전 방통위장, 고대 동문 천신일 전 세중나모회장, 왕차관 박영준 전 차관, 사촌처남 김재홍 전 이사장, 신재민 전 차관, 최종석 전 청와대 행정관, 이인규 전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 등 10여명에 이른다.
사면설은 지난달 최시중, 천신일, 신재민, 김재홍씨 등이 줄줄이 상고를 포기하자 불거졌다. 실형을 선고받은 이들이 상고를 포기한 것은 성탄절특사를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것이다. 사면대상은 형이 확정된 자에게만 가능하기 때문이다.
당시 청와대는 연말 특사는 없다면서도 그렇다고 임기끝까지 특사가 없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했다. 설특사의 빗장을 열어놓은 것. 청와대는 이번에는 "여러 각도에서 검토 중이며 시기나 대상은 특정할 단계가 아니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법무부에서 아직 명단이 넘어오지 않았고 일부 측근의 포함될 가능성도 언급했다.
설특사 군불때기는 임태희 전 대통령실장의 "새 임금이 나오면 옥문(獄門)을 열어줘야 한다"는 발언에서 시작됐다. 임 전 실장은 이 대통령의 당선인 시절 비서실장을 지냈고 고용노동부 장관, 대통령실장을 지냈다. 작년에는 이명박 정부의 평가를 대신 받겠다며 당 대선경선에 나섰고 후에는 중앙선대위 공동의장을 맡았었다. 안팎에서 사퇴목소리가 높았던, 경동고 동기 윤창중 인수위 대변인을 두둔하기도 했다. 당장 야권은 "경악스럽다, 제정신인가"라며 반발하고 나섰다.
사면권은 국군통수권, 공무원임면권, 형사불소추권 등과 함께 대통령의 대표적 권한 중 하나다. 이 대통령은 임기 동안 6차례 사면을 했다. 그때마다 국민통합, 경제살리기를 핑계로 내걸었다. 사면 대상중 일부는 고령이라는 점에 동정심이 가는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이들 모두 권력형 비리전력자들이다. 국민통합이 아니라 친이계(親李系)통합에 불과하다는 비아냥이 나온다.
국민들의 눈은 박근혜 당선인에게 모인다. 박 당선인은 후보시절 대통령의 권한을 축소하고 친인척 비리의 사면권을 제한하겠다고 했다. 인수위에도 법질서분과를 신설했다. 당선인의 반대에도 청와대가 사면을 강행하면 당선인은 취임전부터 위상이 흔들린다. 사면에 찬성하면 원칙과 신뢰를 의심받는 것은 물론 박 당선인이 꿈꾸는 국민대통합, 100%대한민국건설의 출발부터 흔들리게 된다.
이경호 기자 gung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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