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백종민 기자] 미국 경제 전문가들이 재정절벽 합의와 전례 없는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공격적 양적완화 기조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미봉책에 그친 재정절벽 합의가 다른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경고와 함께 FRB의 대량 돈 살포로 '물가절벽'과 맞닥뜨릴 수 있다는 것이다.
◆누리엘 루비니 뉴욕 대학 교수=비관적인 전망으로 '닥터 둠'이라는 별명을 갖고 있는 루비니 교수는 2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 기고문에서 미 정치권이 재정절벽 해소 방안에 합의했지만 다른 문제가 발생하기까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앞으로 두 달 안에 재정지출 감축 문제에 대해 정치권에서 합의하지 않을 경우 1100억달러(약 116조7100억원)의 재정지출이 자동 감축될 뿐 아니라 부채 상한선 문제가 미국을 강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미 의회는 이른바 '부자증세'와 실업수당 지급 연장 등에만 합의했다. 예산 자동 삭감은 실행을 2개월 늦췄으며 이와 연계된 차입 한도 상향 협상도 미뤘다.
그는 "2월 말로 예정된 부채 상한선 및 재정지출 삭감 문제는 시작에 불과하다"며 "올해 후반으로 갈수록 중기적인 재정긴축 문제를 둘러싼 논란이 전개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연방 정부 예산을 삭감하려는 공화당과 사회복지제도를 유지하려는 민주당이 대립하게 될 것이라는 뜻이다.
루비니 교수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1조4000억달러를 증세하려 했으나 재정절벽 협상으로 6000억달러를 추가하는 데 그쳐 추가 증세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반면 공화당은 재정 지출 대폭 삭감을 주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루비니 교수는 "현 복지국가 모델을 유지하려면 중산층에게도 더 많은 세금이 부과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올해 하반기 복지 프로그램과 세제 개혁을 둘러싸고 싸움이 계속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또 "급여 소득세 감면 만료와 부자증세 등으로 미 국내총생산(GDP)이 1.4% 성장하는 데 그칠 수 있다"고 예상했다.
◆마틴 펠트슈타인 하버드 대학 교수=로널드 레이건 정부 당시 백악관 경제자문위원장을 지낸 펠트슈타인 교수는 4일 월스트리트저널 기고문에서 FRB의 양적완화 정책이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FRB가 국채와 모기지 채권 등 월 평균 850억달러의 자산 매입 프로그램을 발표했지만 이것이 거품을 초래해 궁극적으로 인플레이션 심화라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양적완화 정책을 끝내는 것도 문제라고 분석했다. 특히 차입 비중이 큰 금융기관과 연기금에 미칠 충격은 클 것이라고 내다봤다. FRB의 소통전략에 대해서는 "오히려 시장만 혼란하게 만든다"고 비판했다. 이와 관련해 FRB가 고용과 인플레 목표치를 연방 기금 금리에 연계시키면서 자산 매입 프로그램에는 묶지 않아 혼란이 생기고 있다고 주장했다.
◆빌 그로스 핌코 공동 운용자=세계 최대 채권펀드 핌코의 공동 운용자인 '채권왕' 그로스는 FRB의 공격적인 양적완화가 '인플레 공룡'을 출현시킬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3일 월간 투자 보고서에서 FRB의 정책이 "심각한 거품 재현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로스는 2009년부터 진행된 FRB의 양적완화로 그 동안 6조달러의 유동성이 풀렸을 것으로 추산했다. 그는 "이것이 인플레 가중, 경쟁적인 통화절하, 혹은 원자재 가격 혼란으로 이어져 세계 경제를 더 힘들게 만들 것"이라고 우려했다.
백종민 기자 cinqan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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