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임혜선 기자]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지난해 12월 17일 급사 직전 "희천발전소가 부실 공사로 인해 누수현상이 심각하다"는 보고를 받고 대로(大怒)했던 것으로 알려졌다고 조선일보는 25일 보도했다.
신문은 이날 "보고를 받은 김정일은 '빨리 수리하라'고 호통을 친 뒤 분을 삭이지 못한 채 자강도 현지 시찰을 서두르다가 급사했다"는 북한 내부사정에 정통한 소식통의 말을 전했다. 북한은 지난해 12월 19일 김정일이 "초강도의 현지지도 강행군 길을 이어가다가 겹쌓인 정신·육체적 과로로 하여 열차에서 순직했다"고 발표했었다.
북한이 '강성 대국의 기둥사업'으로 선전해온 희천발전소는 자강도 희천시 청천강 유역에 지어진 수력발전소다. 신문에 따르면 북한은 희천댐과 발전소가 만들어지면 평양시와 그 주변의 만성적인 전력난이 일거에 해결될 것이라고 공언하며 2009년 3월 공사를 시작했다. 김정일은 2009년 두 차례, 2010년 네 차례, 2011년 두 차례 등 작년 말 급사 직전 3년간 8차례나 건설 현장을 찾을 정도로 희천발전소에 애착을 보였다.
김정일·정은 부자가 틈날 때마다 공기(工期) 단축을 독려한 덕에 당초 10년 걸릴 거라던 공사가 3년여 만에 끝났다고 한다. 그러나 무리한 공기 단축이 부실·날림 공사를 불렀다. 8억 5000만㎥의 물을 가둔 높이 100m, 길이 555m의 댐 곳곳에 균열이 발생해 누수가 발생한 것이다.
보도에 따르면 김정일은 작년 12월 희천발전소 관련 보고를 받기에 앞서 '주체철', '주체섬유' 등 강성 대국을 상징해온 나머지 사업들도 줄줄이 엉터리였다는 보고를 받고 스트레스가 극에 달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과정을 지켜본 김정은은 "허위 보고를 근절하라" "관련자를 초강력 처벌하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한다. 조선일보는 지난 4월 5일 희천발전소 준공식에 김정은이 불참한 것도 불편한 심기 때문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임혜선 기자 lhsr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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