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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명철의 인사이드스포츠]올림픽 복귀 노리는 야구, 갈 길이 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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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명철의 인사이드스포츠]올림픽 복귀 노리는 야구, 갈 길이 멀다 [사진=Getty Images/멀티비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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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가 올림픽 무대에 다시 서기 위해 소매를 걷어붙였다. 소프트볼과 기구를 통합한 것은 물론 9이닝 경기를 7이닝으로 줄이는 방안까지 검토하고 있다.

2006년 2월 10일 이탈리아에서 날아든 야구의 올림픽 정식 종목 탈락 소식은 관계자들은 물론 팬들에게 충격이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이날 토리노에서 열린 총회에서 2012년 런던 올림픽 종목에서 제외됐던 야구와 소프트볼의 종목 채택 여부에 대해 재투표를 실시했다. 안건은 모두 부결됐다.

야구는 1992년 바르셀로나 대회, 소프트볼은 1996년 애틀랜타 대회부터 정식 종목으로 채택됐으나 2005년 7월 싱가포르에서 열린 2012년 올림픽 종목 찬반 투표에서 모두 탈락했다. 두 종목은 올림픽 복귀를 위해 끈질긴 로비를 벌여 재투표의 자리를 마련했지만 또다시 과반의 지지를 얻지 못했다.


야구는 1904년 세인트루이스, 1912년 스톡홀름, 1936년 베를린, 1952년 헬싱키, 1956년 멜버른, 1964년 도쿄, 1984년 로스앤젤레스, 1988년 서울 대회 등에서 맛보기 경기를 펼치며 올림픽에 나서기 위한 장기간의 정지 작업을 벌였다. 우여곡절 끝에 정식종목에 채택됐지만 기쁨은 오래가지 않았다. 1992년 바르셀로나 대회부터 2008년 베이징 대회까지 다섯 차례 대회만 치르고 올림픽 무대에서 하차했다. 2012년 런던 대회에 이어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대회에서도 야구 선수들은 올림피언의 영예를 얻지 못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국제야구연맹(IBAF)은 최근 국제소프트볼연맹(ISF)과 통합하고 새 기구를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orld Baseball Softball Confederation)으로 부르기로 했다.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은 리카르도 프라카리 IBAF 회장과 돈 포터 ISF 회장이 공동 회장을 맡아 이끈다.


새 기구의 당면 목표는 내년 9월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열리는 IOC 총회에서 야구와 소프트볼을 하나의 종목(남녀부)으로 묶어서 올림픽 무대에 다시 올려놓는 것이다. 2012년 런던 대회에서 여자 복싱(3개 체급)이 복싱의 세부 종목으로 열리면서 올림픽의 모든 종목은 남녀가 경기를 하게 됐다. 승마는 남녀부로 나뉘지 않고 직접 겨룬다.


기구 통합에 이어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은 야구의 뼈대를 바꾸는 획기적 방안을 내놓았다. 지난 20일 일본 스포츠 전문지 닛칸스포츠의 보도에 따르면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은 IOC의 요구를 수용하고자 정규 이닝 단축을 고려하고 있다. IOC는 야구가 다른 종목보다 경기 시간이 훨씬 길어 TV 중계가 원활하지 않단 점을 들어 경기 시간 조정을 원하고 있다.


야구는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 연장 11회 이후 주자를 1, 2루에 두고 이닝을 시작하는 ‘승부치기’를 도입했다. 결과적으로 카드는 경기 시간 단축에 도움이 되지 않았다. 야구는 시간제한 경기가 아니기 때문에 이닝을 줄일 수밖에 없다. 그래서 1857년 헨리 캐드웍이 공격과 수비를 9회로 한정하는 규칙을 만든 이후 150여년 만에 이닝을 줄이는 혁명적 방안까지 검토하게 된 것이다. 2020년 올림픽 때 정식 종목으로 복귀하기 위해서라면 어떤 변화도 감수하겠다는 자세다.


야구 강국인 한국으로선 이런 움직임에 적극적으로 동참할 필요가 있다. 한국은 올림픽에서 금메달 하나와 동메달 하나를 수확해 일본(은 1 동 2)을 제치고 쿠바(금 3 은 2), 미국(금 1 동 2)에 이어 통산 성적 3위에 올라 있다. 도쿄, 이스탄불, 마드리드 가운데 어느 한 곳에서 열리게 되는 2020년 올림픽 때 야구가 정식 종목으로 채택되면 유력한 메달 후보 종목을 확보하게 되는 셈이다.


그러나 야구가 올림픽 무대에 다시 서기까진 여전히 많은 걸림돌이 남아있다. IOC는 메이저리그에 정상급 기량을 갖춘 선수를 올림픽에 내보내고 세계반도핑기구(WADA) 수준에 걸맞는 약물검사에 응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메이저리그는 올림픽 기간이 정규 시즌과 겹친단 이유로 IOC의 요청을 외면하고 있다. 또 혈액검사와 같은 강도 높은 WADA의 도핑테스트도 수용할 수 없다는 자세를 바꾸지 않고 있다.


장애물은 하나 더 있다. 축구에 견줘 크게 뒤지는 세계화 수준이다. 2012년 현재 110명의 IOC 위원 가운데 유럽과 아프리카, 남미 대륙 위원은 60여명에 이른다. 이들 대륙의 야구 수준은 일부 나라를 제외하고는 말 그대로 걸음마 수준이다. 그 대륙 출신 IOC 위원들의 야구에 대한 인식은 불을 보듯 뻔하다. 23세 이하 프로선수의 출전을 허용해 올림픽과 월드컵이 공존하고 있는 축구의 사례를 메이저리그가 받아들이는 것도 야구의 올림픽 무대 복귀를 앞당기는 하나의 방편이 될 수 있다.


신명철 스포츠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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