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전성호 기자]"유럽에서 활약 중인 선수들 중심으로 여러 실험을 해볼 수 있는 좋은 기회다."
방향은 정해졌다. 문제는 범위다.
최강희 감독이 이끄는 A대표팀이 내년 2월 6일(현지시간) 런던 크레이븐 코티지에서 크로아티아와 친선경기를 갖는다.
단순한 '평가전'이 아니다. 3월에 있을 카타르와의 2014 브라질월드컵 최종예선 5차전 홈경기를 앞둔 최종 모의고사다. 한국은 A조 2위다. 한 경기를 덜 치른 가운데 2승1무1패(승점 7)로 우즈베키스탄(승점 8점)에 뒤졌다. 3위 이란(승점 7)에는 골득실(한국 +5, 이란 0)로 간신히 앞섰다.
월드컵 본선 직행 티켓은 각 조 1·2위의 몫. 따라서 한국에게 카타르전은 승리 외엔 선택지가 없다. 혹독한 담금질을 통해 최선의 해법을 내놓아야 한다. 그런 점에서 FIFA랭킹 10위의 강호 크로아티아는 상대로서 부족함이 없다.
대표팀 전력의 핵심은 역시 유럽파다. 앞선 네 경기에서 공격은 무뎠고 수비는 불안했다. 유럽파의 공백과 부진이 겹친 결과다. 그들의 현 상황을 파악할 필요가 있다.
더구나 2월은 K리그 동계 훈련기간이다. 체력이나 경기감각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근호·오범석도 군입대로 이번 경기에선 빠진다. 반면 유럽 리그는 한참 시즌이 진행 중일 때라 컨디션이 최고조다. 여러모로 유럽파 위주의 평가전을 치르는 게 좋다. 그들의 이동거리도 고려할 대목. 최종모의고사를 유럽 원정으로 치르는 까닭이다.
다행히 유럽파 모두 몸 상태가 좋다. 박주영(셀타 비고), 기성용(스완지 시티), 손흥민(함부르크) 등은 최근 각 소속팀에서 주전급으로 활약 중이다. 구자철(아우크스부르크), 이청용(볼턴), 김보경(카디프 시티) 등도 부상 악령을 떨쳐냈다. 베스트11의 절반은 완성된 셈이다.
첫 번째 고민은 지동원(선덜랜드)이다. 현재 대표팀 최전방 옵션은 박주영, 이동국(전북), 김신욱(울산) 셋뿐이다. 다양함과 깊이가 부족하다. 이동국과 김신욱의 2월 컨디션도 미지수다. 지동원은 대안이 될 존재다. 다만 팀 내 주전경쟁에서 밀리며 올 시즌 한 경기도 나서지 못했다. 선뜻 선발하기 어려운 대목이지만, 지난 2012 런던올림픽 당시에도 비슷한 처지에서 훌륭히 제 몫을 해냈다. 믿음을 줄 근거는 충분하다.
또 다른 고민은 수비진이다. 그동안 국내파 위주로 꾸려온 자리다. 최 감독도 "K리그 동계 훈련 기간이라 구성이 쉽지 않다"라고 말한다. 최대한 많은 해외파를 불러들이는 게 가장 단순한 대안이지만 딜레마가 있다. 차두리(뒤셀도르프)는 한때 부동의 우측 풀백이었지만 현재는 팀에서도 공격수로 뛰고 있고, 세대교체란 점에서도 망설여진다. 박주호(바젤) 역시 최근 팀 내 경쟁에서 밀려 경기 감각이 떨어진다.
중앙 수비는 아예 유럽파가 없다. 그 대신 이정수(알 사드), 조용형(알 라얀), 김기희(알 사일라) 등이 있는 중동으로 눈을 돌린다. 이동거리도 가깝고 리그도 한창 진행 중이어서 유럽과 다를 바 없다. 반면 이들 역시 각각 세대교체, 전술적 상성, 기량 검증 등 다양한 이유로 그동안 대표팀에 개근하지 못했다. 고민의 깊이는 더해진다.
결국 20명 내외가 될 대표팀 명단에서 해외파 점검 비중을 얼마나 가져갈지가 문제다. 최대한 많은 인원을 실험하는 것도 값어치는 있다. 반대급부는 카타르전과의 연결성과 전술적 연속성이다. 나중에 쓰지 않을 자원까지 뽑을 이유는 없다. 크로아티아전 명단의 황금비율을 찾는 것은 남은 한 달여 기간 동안 최 감독의 가장 큰 숙제가 될 전망이다.
전성호 기자 spree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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