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이영규 기자】경기도가 근무환경 개선을 위해 도입한 '유연근무제'가 80%이상 간부 공무원들의 동참으로 정착되고 있다.
하지만 5급 이하 일반공무원들은 상사 눈치보기로 인해 유연근무제가 제대로 시행되지 못하고 있다며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또 실국별 유연근무제 참여율도 큰 편차를 보여 개선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5급이상 간부공무원 82.6% 유연근무 동참
13일 도에 따르면 12월7일 기준 도내 5급 이상 간부공무원의 유연근무 참여율은 82.6%(565명)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 10월 말 50.2%(344명)에 비해 40일 만에 32.4%P 증가한 것이다. 또 수원 본청보다 의정부 북부청의 참여율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이 기간 본청은 82.7%인데 반해 북부청은 85.0%를 보였다.
이처럼 간부공무원들의 유연근무 참여가 증가한 데는 분기별로 실국별 계획 및 이행률 순위를 매겨 공개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도가 유연근무 참여 등을 인사고과에 반영키로 하면서 참여율이 오르고 있다.
유연근무제는 업무 생산성을 끌어올리고, 공무원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개인, 업무, 기관별 특성에 맞게 유연한 근무형태를 공무원이 선택해 활용하도록 하는 제도다. 유연근무에는 시간제 근무와 탄력근무제, 원격근무제(재택ㆍ스마트워크 근무) 등이 있다.
◆일반 공무원들 '무늬만 유연근무' 지적
도내 간부공무원들의 유연근무 참여 급증에도 불구하고 5급 이하 일반직 공무원들의 유연근무에 대한 시선은 싸늘하다. 경기도청 공무원노동조합 게시판에는 유연근무제와 관련된 불합리한 지적들이 우후죽순처럼 올라오고 있다.
아이디 '팔달산'은 "행정1부지사님께서 획기적인 정책으로 내놓은 어린애를 기르는 하위직원들에게 칭송받는 유연근무제가 오히려 우롱받고 있다"며 "실국장 및 과장님들 평가 항목에 들어가 있으니 하긴 해야겠는데, 자식 다 키우고 집에 가야 별 볼일 없으신 윗분들이 지문 인식기에 찍고 다시 사무실로 들어와 자리 굳건히 지키며 저녁먹자하네요"라고 글을 올렸다.
아이디 '맞아요'는 "상습적으로 퇴근 지문찍고 퇴근하지 않는 사람들은 유연근무제 정책을 왜곡하는 사람으로 찾아내어 지문찍고 퇴근하지 않는 사유를 제출토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부 유연근무제를 악용하는 '몰상식한' 상사에 대한 대처방안도 올라왔다.
아이디 '개선'은 "스마트하게 첨단을 걷는 이 시기에 이 정도쯤이야 간단히 해결할 수 있는 문제 아닐까요?"라며 "퇴근 지문 인식과 동시에 본인 컴퓨터 사용을 4~5시간 정도 켜지지 않도록 제어하는 시스템을 도입하면 안될까요?"라고 말하기도 했다.
◆유연근무 동참 실국별 편차 심해
도는 이날 실국별 5급 이상 유연근무 참여율을 발표했다. 이 자료에 따르면 도 농정국과 철도항만국은 100% 참여로 실국중 1위에 올랐다. 산하기관에서는 경기도인재개발원이 유일하게 100% 참여율을 기록했다.
90%이상 참여율을 기록한 실국은 ▲문화체육관광국(96.8%) ▲팔당수질개선본부(94.7%) ▲도시주택실(94.2%) ▲경기도 농업기술원(91.4%) 등 4곳이었다. 평균 참여율(82.6%)을 웃돈 실국은 ▲경제투자실(85.5%) ▲대변인실(86.7%) ▲복지여성실(85.0%) ▲기획행정실(87.9%) ▲균형발전국(85.7%) ▲평생교육국(88.2%) ▲축산산림국(87.0%) ▲보건환경연구원(89.7%) ▲축산위생연구소(88.9%) ▲산림환경연구소(85.7%) 등 10곳이었다.
반면 유연근무 참여율이 저조한 곳은 ▲환경국(73.9%) ▲감사관실(72.7%) ▲기획조정실(68.8%) ▲여성가족국(63.2%) ▲건설본부(33.3%) 등이었다.
도 관계자는 "기획조정실, 감사관실, 환경국 등 일부 부서의 유연근무제 참여율이 저조한 것은 과다한 업무와 연관이 있는 거 같다"며 "유연근무제가 확산될 수 있도록 더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영규 기자 fortune@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