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외롭고 아프지만 순수한 아이거든요, 수연이가. 그래서 더 잘 해보고 싶었어요.” MBC <보고싶다>에서 유일하게 마음을 열 수 있었던 친구이자, 좋아하는 남자아이였던 한정우(여진구)를 끝까지 지켜주려 했던 15살 이수연. 동네에서 “살인자의 딸”이라 불리던 이수연은 배우 김소현에게 단지 누군가의 어린 시절이 아니라 고유한 한 소녀였고, 이수연을 표현하는 것은 수연의 마음을 헤아리며 다가가는 것과 같은 의미였다. 로맨스뿐 아니라, 정우를 향한 말간 마음과 아버지로 인한 아픈 상처를 동시에 보여줘야 했기에 고민도 많았다. “어려웠어요. 거의 성인에 가까운 감정을 연기하는 건 처음이었으니까요. ‘두 가지 모습을 모두 가진 이수연을 정말 이수연 그대로 표현하고 싶다’고 생각했죠.” 김소현은 말을 고르다 꼿꼿이 등을 세우며 “이수연을 연기하며 또 많이 성장한 것 같다”고 말했다.
맡은 배역에 대해 진짜 그 아이가 되려고 노력했던 김소현은 이제 14살. 그렇게 한 사람을 알아가듯 캐릭터에게 다가가는 김소현은 MBC <해를 품은 달>에서의 질투와 시기로 뭉친 보경도 마치 소중한 친구를 품듯이 다가갔다. “연우는 사랑도 많이 받고 따뜻하게 자랐잖아요. 보경이는 늘 부모님이 예의, 도리 같은 것들부터 강조하시고, 늘 어떤 거리를 두고 계셔서 아이가 차가워진 것 같아요. 결국, 아버지의 권력 욕심 때문에 궐에 들어가게 됐는데, 훤을 보고 사랑에 빠지지만 훤에게서도 사랑을 못 받아요. 안쓰러웠어요. 그래서 자꾸 꾀를 쓰고 머리를 굴리는 아이로 자라게 된 것 같고요.” 배역에 대한 애정으로 집중하는 힘을 얻은 그는 “보경이 진짜 못 됐다”라는 말을 들었을 때 너무 기분이 좋았다며 배역과 자신을 분리해 배우로서 배역을 바라보는 눈 역시 잃지 않는다. 만난 배역 하나하나에 집중해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나가면서 배워나가고 있다는 14살 배우 김소현이 연기에 몰입할 수 있게 도와주는 노래들을 추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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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바비 킴 ‘소나무’가 수록된 <하얀거탑 O.S.T>
“‘소나무’가 드라마 <하얀거탑>에 메인 테마곡이었잖아요. 그래서 처음 들어봤던 게 아마 제가 9살 때였을 거예요. 정말 차분한 느낌의 곡이라서 마음이 불안하고, 생각이 많을 때 들으면 조용히 가사에 집중하게 되는데요. 특히 ‘소나무야’라는 가사가 반복되는 부분을 듣고 있으면 힐링이 되는 기분이 들어요. 처음 들었던 때부터 지금까지 계속 넣어 다니며 듣는 노래예요.” 드라마 <하얀거탑>만큼이나 화제를 모았던 ‘소나무’는 상록수인 소나무의 ‘변하지 않는다’는 의미가 극의 내용과 어우러져 많은 사랑을 받았다. 크리스마스트리인 전나무에 대해 노래하는 독일의 민요를 번안해, 솔 풀한 바비 킴의 목소리로 새롭게 부른 곡이다.
2. 브라운 아이즈의 <1집 Brown Eyes>
“길을 가다가 ‘벌써 일 년이 지났지만’으로 시작되는 부분의 멜로디에 꽂혀서 인터넷으로 검색해 알아낸 곡이 ‘벌써 일 년’이에요. 슬픈 감정이나 아픔을 표현해야 하는 신을 앞두고 많이 들어요. 이별한 지 벌써 일 년이 지났지만 2년이고 3년이고 계속 기다리겠다는 가사가 인상적이더라고요. ‘나도 날 이렇게 사랑해주는 사람을 만날 수 있을까?’라는 생각도 해보고요. (웃음)” 지금은 함께 활동하지 않는 윤건과 나얼이 브라운 아이즈라는 이름으로 ‘벌써 일 년’을 발표하며 데뷔한 것이 2001년. 김소현이 세 살 되던 해다. 김현주와 이범수, 중국 배우 장첸을 주인공으로 한 뮤직비디오는 어느 단편 드라마 못지않은 내러티브를 보여주며 곡이 가진 애절한 서사를 표현하기도 했다.
3. 박유천의 <미스 리플리 OST Part 3>
“사실은 JYJ 팬이거든요. (웃음) 그 중에서도 유천 오빠를 제일 좋아하는데, 아직 오빠한테는 말해보지 않았어요. 말하면 괜히 어색해하지 않을까요?” 감정을 부풀리거나 다독여주거나, 가사와 멜로디가 함께 와 닿으며 이야기가 전해지는 곡이 좋다는 김소현답게, 팬임을 자처하는 JYJ의 음악 중에서도 드라마 <미스 리플리>의 스토리가 녹아 있는 ‘너를 위한 빈자리’를 추천 곡으로 꼽았다. “유천 오빠가 부른 노래 중에서도 <미스 리플리>의 사운드 트랙이었던 ‘너를 위한 빈자리’를 가장 좋아하는데, 네가 떠나간다 해도 네 자리를 비워 두겠다는 그 마음이 슬프지만, 감동적으로 다가오더라고요.”
4. Taylor Swift의 < Love Story (Single) >
“외국 음악도 즐겨 듣는데요, 그중에서 여자 싱어송라이터들의 노래들을 좋아해요. Taylor Swift의 노래는 대부분 좋아하지만 그중에서도 ‘Love Story’를 자주 듣는데 이 노래가 가진 곡의 분위기를 좋아해요. 마음을 녹여주는 듯한 느낌이 들어서 촬영장으로 이동할 때나 대기하는 중에 듣게 되는 곡이에요.” 2006년 싱글 앨범 < Tim Mcgraw >로 데뷔한 미국의 컨트리 싱어송라이터 Taylor Swift. 빌보드 컨트리 차트 6위에 올랐고, 2012년 MTV 유럽뮤직어워즈에서 3관왕을 차지하기도 했다. ‘Love Story’는 노랫말에 ‘로미오’와 ‘줄리엣’이라는 이름을 직접적으로 등장시키며 곡의 낭만적인 분위기를 한껏 끌어올린다.
5. Lenka의 < Two >
“마지막으로 추천하고 싶은 음악은 Lenka의 ‘Everything At Once (마이크로소프트 Windows 8 광고 음악)’예요. 인터넷으로 여러 동영상들을 찾아보다가 영상으로 처음 접했는데, 처음 보고 너무 좋아서 한 10번을 연속으로 돌려 봤던 것 같아요. 요즘 제가 사춘기가 온 건지 우울하고 눈물이 날 때가 많거든요. (웃음) 그렇게 마음 컨트롤이 안 될 때라든지 안정시키고 싶을 때 이 노래를 들으면 나아져요. 순간적이더라도 기분이 막 좋아지더라고요. 통통 튀는 멜로디와 Lenka의 중독성 있는 목소리 때문인가 봐요.” 호주의 싱어송라이터 Lenka는 “보고 있는 것들에 대한 모든 감정과 반응들을” 쏟아내는 방식으로 작업하는 뮤지션으로, 지난 2009년 방한해 인천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 무대에 오르기도 했다. ‘Everything At Once’는 마이크로 소프트 윈도우8의 광고 음악으로 쓰이며 널리 알려진 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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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은 호기심이었다. “그렇게 많은 생각은 하지 않았고 그냥 궁금했던 것 같아요. 엄마가 피아노와 연기 중에 선택하라고 하셨는데 그리고 피아노는 나중에 할 수도 있는 것은 느낌이었고, 연기는 왠지 다음엔 기회가 딱 오지 않을 것 같아서... (웃음)” 솟아오른 호기심에 이끌려 연기를 시작했던 것을 비롯해 배역에 다가가려던 마음이 본능이었다면, 김소현이 보여주는 배역에 대한 집중은 노력의 연속이다. 학원을 다니기보다, 어머니와 마주 앉아 몇 번이고 대본을 연구했다. 몰입이 안 될 때는 백 번을 넘게 쓰면서 읽었다. 배역을 위해 퀭한 느낌을 만들기 위해 이틀간 잠을 거르다시피 한 일도 있다. 노력이 무상하게도 번번이 오디션에서 떨어진 때도 있었지만 긴장되어 갑자기 눈물이 안 나오는 상황도 벌어질지언정, 어렵고 실패하는 순간을 두려워하거나 겁내지는 않는다. “정말 하고 싶으니까요. 그냥 ‘어떻게 해야지 이게 될까?’만 생각해요. 그렇게 오디션부터 시작해서 촬영까지 완성되는 과정이 신기하고, 재밌고요.” 본능과 의지와 흥미가 어우러지면 어느 만큼의 시너지를 낼 수 있을까. 재능에 집중을 더하는 방법을 이미 터득한 김소현의 앞날이 궁금해지는 건 너무도 당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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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아시아 글. 이경진 기자 twenty@
10 아시아 사진. 채기원 t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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