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포드자동차, '원 포드'에서 '투 포드'로 간다
[아시아경제 김영식 기자]제너럴모터스(GM), 크라이슬러와 함께 미국 3대 자동차업체로 불리는 포드는 다른 둘과 달리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파산을 면했다. 포드가 이처럼 튼튼한 체력을 유지할 수 있었던 비결은 2006년 취임한 앨런 멀럴리 최고경영자(CEO)의 ‘원 포드’ 글로벌 통합전략 때문이었다. 그러나 세계 자동차시장의 변화로 인해 포드 부활의 원동력이었던 이 전략이 넘어서야 할 장애물로 변했다고 로이터통신이 22일 보도했다.
멀럴리 CEO는 다 죽어가던 포드를 기적적으로 회생시켰다. 그는 수익을 내지 못하는 브랜드를 모두 정리하는 한편, 생산라인을 간소화해 효율성을 높였다. 유럽에서 디자인한 차종을 주력으로 삼아 플랫폼을 단일화하고 부품수급과 판매망을 통합했다. 이같은 ‘하나의 포드’ 전략을 통해 포드는 비용절감과 생산력·기술력 강화를 모두 달성할 수 있었고, 6년만에 신제품 개발 효율성을 70% 가까이 끌어올렸다. 기업가치가 4년 전에 비해 12배 이상 치솟으면서 포드는 기적적인 부활 신화를 썼다.
그러나 포드는 세계 최대 자동차시장으로 떠오른 중국에서 라이벌 GM에게 추월당하는 등 유독 맥을 못 추고 있다. 중국의 빠른 경제발전 덕에 중국인들의 자동차 수요도 늘었지만 중국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차량은 상하이GM 등 현지 합작사의 ‘바오쥔(寶駿)’ 등이다. 시장 전문가들은 포드가 중국에서 고전하는 이유에 대해 두 가지를 들고 있다. 하나는 자동차 가격대가 전반적으로 너무 비싸다는 것, 다른 하나는 브랜드 정체성이 분명하지 않다는 것이다.
GM이나 폭스바겐은 중국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중국 시장환경에 최적화된 차종을 내놓거나, 구형 차종을 싸게 내놓거나, 아니면 현지 파트너와 제휴해 저가차량을 내놓는 전략을 택했다. GM의 바오쥔이 대표적인 사례다. 하지만 ‘하나의 포드’ 전략을 고수했고, 글로벌 경영전략의 차이가 이런 결과를 가져왔다.
전문가들은 이제 ‘하나의 포드’가 아닌 ‘두 개의 포드’로 전략을 수정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포드도 단일 플랫폼 대신 중국 시장 환경에 맞춰 다양한 가격경쟁력을 가진 차종으로 승부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포드는 자체적으로 ‘B급’ 차량으로 부르는 중국 시장을 겨냥한 1만달러 이하 콤팩트카를 개발 중이다.
포드의 아시아·아프리카지역 사업을 맡았던 조 힌리치는 이달 인터뷰에서 “중국 시장에서 점유율을 확대하려면 현재 자동차 라인업 가격대를 좀더 세분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포드는 앞으로 중국 시장에 출시한 차종 수를 현재 5종에서 15종으로 더 늘리고 내년에는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도 출시한다는 계획이다.
김영식 기자 gr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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