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보라 ]
플래카드, 홍보용 명함 등 선거 홍보물 등장
흑색·비방 선거에 선관위원장 공명선거 호소
“아줌마, 누가 낫답디까?”
“어제 △△호 아저씨가 집에 왔든디, 서글서글허니 선해 뵈고 괜찮드만.”
“그려요? ○○호 아줌마는 □□호 양반은 절대 안된다 글든디?”
21일 오전 광주광역시 북구에 있는 한 아파트 엘리베이터에서 나눈 주민들의 대화다.
대선이 한 달여 앞으로 다가왔지만 이 아파트 주민들은 대통령 후보보다 아파트 입자자대표자로 나선 후보들의 면면을 파헤치는 일에 온통 관심을 쏟고 있다.
이 아파트는 이날 입주자대표회의 회장 및 감사 선거를 앞두고 회장 후보 3명과 감사 후보 3명이 입후보해 지난 9일부터 12일간 열띤 선거운동을 벌였다.
비록 아파트 입주자 대표를 뽑는 선거라지만 선거운동 수준은 프로들의 그것(?)과 별반 다를 게 없다.
후보자들은 구체적인 공약 제시는 기본, 후보자 홍보용 플래카드서부터 엘리베이터와 복도 곳곳에 붙어 있는 선거운동벽보에 가족사진까지 선보이며 한 표를 호소했다.
여기에 매일 저녁 후보자들이 집집마다 방문해 명함형 선거 홍보지까지 나눠주고 있다.
아파트 입주자 대표를 뽑는 선거가 웬만한 지방선거 열기를 능가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특히 ‘선거운동’의 대명사, 흑색·비방 선전도 극에 달했다. 회장 선거에 입후보한 현 회장과 전 회장은 관리비 유용 등 각종 비리와 관련된 송사에 휘말렸던 지난날을 들추며 진흙탕 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이에 당 아파트 선거관리위원장은 “지난날의 아픈 상처를 봉합하고 사사로운 이해득실이나 친분 등에 연연하지 말아 달라”면서 “오직 주민들의 안락과 복지를 위해 자질을 갖춘 충직한 일꾼에게 한 표를 선사해 달라”는 내용의 안내문을 아파트 곳곳에 내걸었다.
이 아파트의 선거 열기가 다른 아파트보다 훨씬 뜨거운 이유는 이 아파트가 노인과 차상위계층이 다수 거주하는 소형 서민 아파트이기 때문이다.
이 아파트는 회장의 경우 판공비로 일 년에 두 차례 60만원씩을, 감사는 30만원씩, 동대표의 경우 월례회의 참석때 4만원을 지급하고 있다.
한 아파트 관계자는 “예전에 참석비 대신 저녁을 사주던 시절에는 동대표를 하려던 사람들이 많지 않았지만 참석비를 지급한 이후, 4만원의 매력에 80대 노인들도 동대표를 하려고 나선다”면서도 “돈을 떠나서 은퇴한 노인들이 주민을 위하는 일에 열정을 쏟고 결과를 얻어 보람을 느낄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을 느껴 아파트 일을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같은 과열양상에도 투표율은 절반 수준에 머물고 있다.
이날 회장 선거에 앞서 지난 6일 실시된 아파트 동 대표 선거에서의 투표율은 50% 남짓.
아침 6시부터 정오까지 짧은 시간동안 진행된 투표였지만, 1가구당 1명씩만 투표하면 되는 데다 출근객들을 상대로 각 아파트 출입구에 투표소를 설치해 운영한 노고에 비하면 저조한 기록이다.
이에 대해 한 입주민은 “전 대표든, 현 대표든, 새 후보든, 어차피 다들 돈 때문에 움직이는 거 아니겠냐”며 “대통령이든, 아파트 대표든 누가 하든 믿음이 안 가니까 투표하는 시간마저 아깝다”고 말했다.
김보라 기자 bora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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