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목인 기자]애플의 신제품이 출시되는 날 아침이면 전세계 애플 스토에서 수백명이 장사진을 이루는 모습은 이제 더 이상 생소하지 않다. 이들을 열광하게 하는 것은 하나의 '제품'이 아니라 바로 '브랜드 가치'다. 브랜드에 대한 이들의 애착은 좋아하는 가수에 열광하는 팬들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이 때문에 기업들도 브랜드 가치에 주목하는 마케팅을 활발하게 펼치고 있다.
영국의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19일(현지시간) 기업들이 단순한 상품 판매가 아닌 브랜드 가치에 중점을 두는 '리더십 마케팅'에 주목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리더십 마케팅은 '튼튼한' 상품이나 '잘 팔리는' 상품에만 집착하는 예전과 달리 가치와 아이디어, 철학을 담은 브랜드를 소비자의 삶과 연결시키는 마케팅을 뜻한다.
글로벌 경기침체로 지갑을 열지 않는 소비자들은 제품 판매와 단기실적에만 급급하는 기업들을 외면하기 일쑤다. 소비자들은 구매할 제품의 질 뿐 아니라 일생생활의 경험과 타인과의 관계 등을 통해 다양하게 축적된 브랜드 가치와 기업 이미지에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이 때문에 브랜드 마케팅의 대가인 짐 스텐겔은 '브랜드는 곧 비즈니스'라고 역설하면서 경영난을 겪고 있는데 '무슨 브랜드 타령이냐'라는 비판을 일축한다.
FT도 브랜드가 단순히 제품이나 서비스를 일컫던 시대는 지나갔다고 단언했다. 소비자들이 "이 브랜드가 없는 삶은 상상할 수 없다"고 말할 만큼 소비자들의 삶에 파고들어 생활패턴까지 바꾸는 것이 브랜드며 이것이 기업의 경쟁력이라는 게 FT의 결론이다.
혁신의 아이콘이 된 애플이 전화와 문자메시지의 도구인 휴대폰을 '손안의 컴퓨터'로 만든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애플 창립자 스티브 잡스는 IT기기를 감성이 들어있는 스마트기기로 탈바꿈시켰다. 이를 통해 애플은 '애플'의 로고만 봐도 소비자들이 열광하는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하는 데 성공했다.
탄산음료의 대명사 코카콜라는 애플에 앞서 비슷한 길을 걸었다.100여년 동안 코카콜라는 '즐거움(Fun)' 이란 일관된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해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1970년대 산타클로스에게 코카콜라의 상징색인 빨간 옷을 입힌 게 대표 사례다.
'컨텐츠 룰'의 저자이자 마케팅 전문가인 앤 핸들리는 "치열한 경쟁에서 기업들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브랜드 가치와 마케팅을 결합하는 전략이 중요하다"면서 "기업들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 온라인 뿐 아니라 오프라인에서 다양한 방법으로 소비자들에게 브랜드 이미지를 각인시키고 있다"고 분석했다.
브랜드 경영학의 대가 데이비드 아커는 "마음을 사로잡은 제품은 고객을 움직이도록 한다"면서 "그러나 영혼을 사로잡은 브랜드는 고객의 헌신을 가져온다"고 강조했다.
조목인 기자 cmi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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