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나주석 기자]시진핑(習近平) 시대를 여는 중국의 5세대 지도부가 15일 마침내 공개됐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번 지도부 구성을 두고서 장쩌민(江澤民) 전 국가주석의 작품이라는 평가를 내렸다.
이날 공개된 중국 최고 권력기관인 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들의 면면을 보면 장쩌민의 측근들이 대거 포진해 있다. 상무위원 가운데 상당수가 그의 직계이거나 그와 연고 있는 인물이다. 특히 7명의 상무위원 가운데 남아 있는 단 한자리를 두고서 장쩌민이 미는 위정성(兪正聲) 상하이시 서기가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 계열의 리위안차오(李源潮) 당 중앙조직부장을 꺾으며 계파간 투쟁에서 완승을 거뒀다.
상무위원만을 두고 봤을 때 후진타오의 공산주의청년단(공청단) 계열은 리커창(李克强)과 류윈산(劉雲山) 뿐이고, 태자당(당 원로 자녀)과 상하이방(상하이 출신 관료)이 나머지를 채워졌다고 볼 수 있다. 더욱이 류윈산 역시도 장쩌민 계열로 보는 시각도 있다.
이 때문에 향후 중국을 이끌게 될 시진핑 공산당 총서기가 당 원로들과 어떤 관계를 맺게 될 것인지 주목되고 있다. 특히 이같은 중국 공산당 당내 역학 관계는 중국의 정책에도 커다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후진타오는 18기 중앙위원회 제1차 전체회의(18기1중전회)에서 과거 장쩌민과 같이 당서기를 이양한 뒤에도 중앙군사위 주석직을 유임하는 대신 완전한 은퇴를 선택했다. 이같은 후진타오의 선택을 두고서 당 원로들이 영향력을 행사하는 관행을 깨뜨리기 위한 선택이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하지만 WSJ에서는 집단지도체제를 구성하고 있는 중국 정치의 특성상, 정치국 상무위원회가 장쩌민와 가까운 사람들로 채워진 이상 장쩌민의 영향권에 놓여 있다는 분석 내놨다. 시진핑 시대에는 조화와 안정을 강조해온 후진타오 시대와 달리 장쩌민의 시대와 비슷하게 고속성장 초점을 맞추는 경제정책이 재현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기됐다. 이들은 장쩌민 집권당시의 과감한 경제개혁 조치들이 재현되어 국유기업, 은행 등의 개혁에 나설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기했다.
FT는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시진핑이 장쩌민과 후진타오라는 공식적인 직함을 가지지 않은 두 명의 원로로부터 자유롭지 못할 가능성을 제기했다. 장쩌민이 2004년 중앙군사위 주석직을 이양한 뒤에도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점에서 군권의 유무와 무관하게 당 원로는 현실 권력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더욱이 후진타오가 중앙군사위 주석직을 시진핑에게 이양하는 결심을 함에 따라 당내외 신망이 커졌다는 점에서 후진타오 역시도 상당한 발언권을 행사할 수 있는 여지가 생겼다. 게다가 장쩌민은 올해 86세지만 후진타오는 장쩌민에 비해 17살이나 젊다는 점도 눈여겨 볼 대목이다.
더욱이 이번 정치국 상무위원 상당수(7명중 5명)가 2017년에는 중국 공산당의 68세 규정을 넘게 됨에 따라 후진타오 계열이 대거 약진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는 것도 후진타오에게는 힘이 된다.
하지만 시진핑의 권력기반은 탄탄한 상황이기 당원로들의 영향에서 벗아나 독자적인 리더십에 나설 가능성도 적지 않다. 시진핑은 과거 후진타와와 달리 집권초기부터 군권을 장악한데다, 더욱이 상무위원 구성도 9명에서 7면으로 줄어들어 의견조율이 쉬워졌으며, 구성원들의 개성 역시 강하지 않기 때문이다.
나주석 기자 gongg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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