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의 고백> 1부 EBS 밤 9시 50분
“어떻게든 잘 하기로 결론을 냅니다. 쉽지 않지만 그것 말고 길이 있는 것도 아니니까요.” 수업 시간에 선생님에게 대든 학생의 면담이 끝나자 나온 내레이션이다. 이 말은 학생 지도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여주중학교 황진동, 홍석대 선생님이 어떤 마음으로 EBS <학교의 고백>에 참여했는지, 이 프로그램의 시선이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를 분명하게 보여준다. “대화를 하려고만 하면 눈을 부릅뜨는” 학생들과 “뭐만 하면 벌점을 주는” 선생님들의 사이는 선의만으로 좁혀질 수 있는 관계가 아니다. 선생님들도, <학교의 고백>도 이 평행선을 잘 알고 있다. 그럼에도 프로그램이 집에서 자고 있는 반 학생을 찾아가는 담임선생님, 교복 단속으로 시작하는 여주중학교의 하루를 세밀하게 드러내는 이유는 만날 수 없는 평행선 때문에 상처받은 사람을 위로하기 위해서다. 교사와 학생이 아니라 갈등 앞에 나약한 사람 말이다.
그래서 <학교의 고백>은 거창한 교수법을 들이대지 않는다. 대신 선생과 학생이란 타이틀도 땐 채 속마음을 터놓는 태봉고등학교 사람들을 보여줄 뿐이다. 여러 선생님이 일렬로 앉아 있는 교무실이 아닌, 기숙사 침대에서 선생님의 이야기를 듣는 태봉고등학교 아이들 눈엔 자신의 말을 들어주는 사람에 대한 신뢰가 묻어난다. 선생님들이 시간과 장소 가리지 않고 아이들과 대화하고 장난치는 모습은 학교가 아니라 보통의 가정에 가까웠다. 이 장면을 보고 교권 회복이 아닌 아이들과의 유대를 부러워하는 황진동, 홍석대 선생님을 통해 <학교의 고백>은 결국 교실 안의 기적이 인간 대 인간의 신뢰를 회복할 때 일어나는 것이라 말한다. 물론 이 결론은 체계적으로 교수법을 제시하는 것보다 이상적일지 모른다. 하지만 소통만이 “때리고 싶은 아이를 친구로 만든다”는 걸 보여줬기에 프로그램이 전한 고백은 큰 울림을 준다. 캠프를 마친 황진동 선생님이 아이들과 어울렸던 경험만으로 “치유받은 것 같다”고 한 것도 이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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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아시아 글. 한여울 기자 sixte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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