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은정 기자] 상법에 '경영판단 원칙'을 도입해 기업인들이 배임죄 공포에서 벗어나 경영활동에 매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지난 9일 한양대에서 열린 '한국경제법학회 추계학술세미나'에서 '상법상 특별배임죄의 개정 방향'에 대해 발표하면서 이같이 밝혔다.
최 교수는 "독일, 일본에도 배임죄가 존재하나 우리나라 배임죄 구성요건이 광범위해 가장 쉽게 배임죄가 성립된다"고 지적했다. 실례로 독일은 배임죄 주체를 ‘법률 또는 관청의 위임, 법률행위 혹은 신임관계’로 제한하고 있으며 일본에서는 명백히 손해를 가할 목적이 있어야 배임죄가 성립된다. 이에 반해 우리나라는 배임죄 주체를 '타인의 사무처리자'로 법위를 넓게 규정해 손해를 가할 목적이 없어도 손해 발생의 위험만 있으면 배임죄가 성립된다. 최 교수는 "주로 기업인에게 적용되는 배임죄의 무죄율이 전체 형사범죄에 비해 평균 5배 높다"며 "이는 배임죄 구성요건이 포괄적이고 모호해 검찰이 적극적으로 기소하기 위해 법규를 다소 확대해석해 적용한 것도 한 가지 원인"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이에 따라 '경영판단 원칙'을 도입해 적법절차에 따른 경영판단행위에 대해서는 배임죄로 처벌하지 않는다는 조항을 신설할 것을 제안했다. 경영판단 원칙은 회사의 이사나 임원이 경영적인 판단에 따라 임무를 수행했을 때 비록 그 판단이 나중에 회사에 손해를 끼치더라도 책임을 묻지 말자는 것이다.
구체적인 개정안으로 상법 제382조(이사의 선임, 회사와의 관계 및 사외이사) 2항에 '이사가 충분한 정보를 바탕으로 회사의 이익을 위하여 경영상의 판단을 한 경우에는 의무의 위반으로 보지 않는다'는 조항을 삽입할 것을 제시했다. 또 상법 제 622조(발기인, 이사 기타의 임원 등의 특별배임죄)에 '경영판단 행위일 경우, 배임죄로 처벌하지 않는다'는 조항을 신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최 교수는 "기업인에 대한 배임죄 처벌은 기업 경영활동에 대한 과도한 형사적 개입이며 기업인의 자율성과 창의성을 파괴시켜 국가경제에도 많은 불이익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은정 기자 mybang21@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