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 상황에 대한 금융권 영향 파악이 목적
[아시아경제 최일권 기자] 경기침체 국면이 장기화되면서 금융감독원이 대대적인 금융기관 영향평가에 착수했다. 가계, 기업부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금융권이 감내할 수 있는 정도를 파악하는 것인데 전체를 아우르는 평가는 이번이 처음이다.
금감원 고위 관계자는 12일 "가계와 기업부채 추이를 가정한 금융권 스트레스 테스트를 실시하고 있다"면서 "이달 말께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스트레스 테스트는 갖가지 변수를 통해 금융기관이 받는 영향이 어느 정도인지 파악하기 위해 마련된 장치다.
이번 테스트는 금리와 환율, 주가, GDP 등 거시경제 변수를 삽입해 은행의 수익성과 건전성의 추이를 파악하는데 목적이 있다. 이를 위해 가계부채, 신용카드 사용, 중소기업 및 대기업 부채 등의 위험요소를 구분했으며 시나리오는 1997년 외환위기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올해 유럽발 재정위기 등 총 세가지로 나눴다.
이 고위 관계자는 "최악의 상황을 가정해 그동안 경제적으로 가장 어려웠던 시기를 변수로 넣었다"면서 "기업과 가계의 불안요소를 잘게 쪼개 은행 등 금융권에 미치는 영향을 파악한 후 종합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번 스트레스 테스트는 기업과 가계의 모든 금융 요소를 집어넣었다는 점에서 지금까지 실시해왔던 방식과 차이가 있다. 그동안에는 가계와 기업 가운데 한쪽에 대해서만 영향 분석을 진행해 왔다.
금융권 전체를 대상으로 종합적으로 스트레스 테스트를 실시하는 것은 내년 경기상황에 대한 예측이 불가능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부채와 경기상황 등을 선제적으로 분석해 만일의 사태(contingency)에 대비한다는 금감원의 의지가 담겼다고 볼 수 있다.
특히 자영업자 문제가 경기를 가르는 분수령이 될 것이라는 견해를 내놓고 있다. 이 때문에 이번 테스트에는 자영업자 역시 중요한 변수로 다뤄질 전망이다.
우리나라의 자영업자는 전국적으로 580만명, 나홀로 자영업자까지 합치면 700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커피숍, 빵집 등 대부분 비슷한 업종에 맞물려 있다는 점이 큰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권혁세 원장은 "지금까지 겪었던 경제위기는 갑작스럽게 몰아닥쳐 충격파가 컸지만 이번 경제위기는 가랑비에 옷 젖듯 장기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전례가 없었다"면서 "위기의 본질이 다르다"고 평소 강조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테스트와 관련해 또 다른 금감원 관계자는 "배당정책, 자본 확충 등 내년 감독 방향을 파악하는 잣대로 활용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일권 기자 igcho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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