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강욱 기자] 한국은행은 9일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기준금리를 연 2.75%로 동결했다.
최근 글로벌 경기 회복 기대가 조금씩 살아나는 가운데 경기 부양을 위해 지난 달 올 들어 두 번째로 금리를 내린 정책 효과를 지켜보자는 심리가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중수 한은 총재는 이날 금융통화위원회 정례회의 후 가진 간담회에서 "현재 상태로 봐서는 지금이 저점이라고 예단하기는 어렵다"면서 "다만 앞으로 더 악화될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한은 금통위는 올 들어 7월과 10월 각각 0.25%p씩 기준금리를 두 차례 인하해 현재 연 2.75%로 통화정책을 운용하고 있다. 기준금리는 작년 5월 3.0%에서 6월 3.25%로 오른 뒤 13개월 만인 올해 7월 3.0%로 낮아졌다. 2011년 2월(2.75%) 이후 20개월 만인 지난 10월부터 2%대로 떨어졌다.
우리나라 경제가 회복세로 접어들었다는 주장도 이번 금리 동결에 힘을 실어준 것으로 보인다. 기획재정부에서 지난 6일 발표한 '11월 최근경제동향(그린북)'에 따르면 10월 수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2% 증가했다. 이는 7월 이후 마이너스 행진을 이어오다 넉 달 만에 반등한 것이다.
수출의 증가로 10월 무역수지는 38억 달러 흑자를 기록, 9개월째 흑자행진을 이어갔다. 지난 9월 생산ㆍ소비ㆍ투자 등 실물지표 역시 회복세를 보였다. 특히 제조업을 포함한 광공업생산은 전월 대비 0.8% 증가해 지난 5월 이후 넉 달 만에 반등했다.
또 국내에서는 대선이 한 달여 앞으로 다가왔고 미국과 중국이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있다는 정책적 관점도 일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국내외 주요국의 경제정책 방향이 정해지기 전까지는 일단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추가적인 완화 정책을 자제하는 분위기로 이번 금리 동결에 한몫했다. 유럽중앙은행(ECB)과 호주중앙은행(RBA) 등도 이달 통화정책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한 채권시장 전문가는 "유로재정위기에 대한 불안감도 최근 들어 완화되고 있고 올해 들어 두 차례 금리인하 효과에 대해 지켜봐야 한다"면서 "향후 경기 불확실성에 대비한 정책여력을 비축하기 위해서라도 연내 추가 인하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말했다.
김 총재는 "이번 금리동결은 금통위원들의 만장일치로 결정된 것"이라며 "앞으로 해외 위험요인 및 이에 따른 국내외 금융·경제상황 변화를 면밀하게 점검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강욱 기자 jomar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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