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고형광 기자] 농지 면적이 급감하고 있다. 최근 20년간 사라진 농지는 서울면적의 6.5배에 이른다. 혁신도시, 기업도시 등 대규모 개발 탓이다. 특히 벼를 재배하는 논의 감소폭이 크다. 식량안보 차원에서 농지 감소를 최소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5일 농림수산식품부와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우리나라 농지의 총 면적은 169만8000ha로, 농지 통계가 처음으로 작성된 1974년 223만8000ha에 비해 54만ha(24%) 줄었다. 1975년 한 해만 조금 늘었을 뿐, 농지는 40년 동안 매년 평균 1만4600ha씩 감소했다.
특히 90년대 들어 국토 개발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농지 전용(轉用)이 급속도로 진행됐다. 1991년 209만1000ha에 달했던 농지는 지난해 169만8000ha까지 쪼그라 들었다. 최근 20년간 매년 평균 1만9600ha씩, 총 39만3000ha나 줄어든 것이다. 서울 전체 면적이 6만ha 정도니, 20년새 서울의 6.5배에 이르는 농지가 사라진 셈이다.
농지 중에서도 논의 전용이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논 면적은 1988년 135만7000ha로 정점을 기록한 후 해마다 감소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96만ha로 집계됐다. 20년 전(133만5000ha)과 비교하면 37만ha(28%)나 감소했다. 20년 동안 줄어든 농지 전체면적(39만3000ha)의 94%(37만ha)가 논이란 얘기다.
이처럼 농지 전용이 크게 늘어난 것은 수도권의 신도시 조성과 국토 균형 개발이라는 명분으로 각종 국책 사업이 잇따라 추진됐기 때문이다. 90년대 중반에는 한 해 3만~4만ha의 농지가 전용되기도 했다. 2000년대 들어서는 행정중심복합도시, 혁신도시, 기업도시 등의 추진이 농지 감소를 부추겼다.
국가가 성장하면서 국토를 개발하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다만 지난해 곡물 자급률이 역대 최저치(22.6%)를 기록하고, 애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는 상황에서 무분별한 농지 개발보다는 장기 계획을 수립한 후 농지 전용이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농식품부는 2020년 식량자급률 목표와 국제곡물가격 등을 감안한 최소 농지 면적을 160만ha 정도로 추정했다. 그러나 농촌경제연구원은 향후 도시 개발에 따른 농지전용 및 유휴화 등의 영향으로 2020년 이후 158만ha까지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때문에 농지 잠식이 계속될 경우 식량안보 차원에서 확보해야 할 최소 농지(160만ha)를 지키기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농촌경제연구원 김홍상 박사는 "식량 안보 차원에서도 최소한의 농지는 보전하는 것이 옳다"며 "장기적인 토지이용 계획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농지 또한 좀 더 효율적으로 이용할 필요가 있다"며 "현재 농지 이용률이 104% 정도인데 이모작, 삼모작 땅을 늘려 (농지 이용율)130~140%까지 높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고형광 기자 kohk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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