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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공신, 그 쓸쓸한 뒷모습에 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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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에셋, 교원, NHN 창업공신 연이어 퇴진…창업주와 갈등이 원인

창업공신, 그 쓸쓸한 뒷모습에 관하여… 일러스트= 이영우 기자 20w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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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대섭 기자] 조선 창업을 주도한 정도전(鄭道傳, 1342∼1398). 고려에서 조선으로 교체되는 격동의 시기에 새 왕조를 설계한 최대공신이었다. 그러나 자신이 꿈꾸던 성리학적 이상세계의 실현을 보지 못하고 창업군주인 이성계 일파에 단죄되어 이슬처럼 사라진다. 그는 조선 왕조의 끝자락에 가서야 겨우 신원(伸寃)된다.

개국 후 주요 요직을 두루 거치며 왕조의 기틀이 되는 통치규범을 정리한 경국대전의 밑그림을 그렸으며 지식인 유학자들이 나라 경영에 적극 참여하는 신권(臣權) 국가를 설계했으나 절대적인 왕권을 꿈꾸는 집권세력에 의해 제거되는 정도전. 그의 운명은, 창업공신의 화려한 시작과 쓸쓸한 끝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정치세계에서만 그렇겠는가. 기업의 창업에 기여한 공신들 또한, 각광받는 창업주의 등 뒤로 소리없이 사라지는 경우가 많다. 본지는, 유심히 살피지 않으면 잘 보이지 않는 '창업공신의 퇴장 풍경'을 추적해, 그 의미를 음미해본다.

결별은 예정된 수순..창업공신의 숙명


언제나 앞자리에 서지 않고 한발 물러나 있다. 때론 조력자로, 때론 그림자로 1인자를 지근거리에서 돕는다. 창업 일등공신이자 기업 성장에 불을 지폈지만 절대 권력을 품을 수는 없다. 이것이 창업공신의 숙명이다. 스스로 권력이 아닌 탓에 결별은 예정된 수순이다.


미래에셋의 창립 멤버이자 2인자인 구재상 미래에셋그룹 부회장이 돌연 사의를 표명했다. 구 부회장은 1997년 동원증권 압구정지점장으로 일하던 중 박현주(현 미래에셋 회장) 당시 동원증권 중앙지점장을 만나 미래에셋캐피탈을 함께 세웠다. 2002년 미래에셋자산운용 대표이사에 올랐고 2010년부터는 미래에셋그룹 부회장까지 겸임하며 승승장구했다. 그런 그의 갑작스런 퇴진은 결국 창업공신의 숙명과 오버랩된다.


'일신상의 이유'라는 퇴진 배경은 함수가 많다. 박회장과 갈등도 짐작일 뿐이다. 그는 15년간 일했던 미래에셋을 떠나는 착잡한 심정을 "이제는 쉬고 싶다"고 토로했다. 창업공신의 고난한 삶을 드러내는 대목이다. 1인자가 아니기에 말 한마디, 행동거지 하나 신중해야 하는 살얼음판 인생인 게다.


절대 권력에 항거했다가 파경을 맞기도 한다. 교원그룹의 씁쓸한 현주소다. 그룹의 시작과 성장을 함께 해온 장평순 회장과 이정자 전부회장이 소송전을 불사하며 서로에게 비수를 꽂고 있다. 장 회장과 이 전 부회장은 1985년 그룹의 모태인 중앙교육연구원을 함께 설립했다. 30년 매출 1조원이 넘는 기업으로 성장하기까지 두 사람은 동반자이자 파트너였다. 하지만 30년 지기도 내몫, 네몫을 따지면서 낯을 붉히며 등을 돌렸다.


비슷한 시기에 포털의 강자 네이버의 전성시대를 일궈온 NHN 초기 멤버들도 잇달아 사표를 던졌다. 한게임 대외커뮤니케이션실장, NHN 연구개발 부문을 담당했던 핵심 임원들이다.


공교롭게도 창업주와 창업공신의 결별은 기업이 성장하면서 불거져 나온다. 창업 초기에는 생존이 절실한 만큼 협력이 지상과제이지만 기업이 성장하고 조직이 커지면 이해관계가 얽히면서 갈등을 피할 수 없다. 2세 체제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창업공신들의 '숙청'도 종종 자행된다.


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에서 이병헌은 "난 왕이 되고 싶소이다"라고 외쳤지만 왕은 단 한 명만이 누릴 수 있는 자리다. 권력은 '가지고 싶은 것'이면서 '나눌 수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정치가 그렇듯 기업도 '권력'은 단 한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절대지위다. 이는 결코 창업자의 몫이지만 창업공신의 것은 아니다.




김대섭 기자 joas11@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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