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원ㆍ달러 환율이 뚝뚝 떨어지고 있다. 4일 연속 하락하며 연중 저점을 경신했다. 달러당 1090원 선이 위협받고 있다. 지난 7월 이후 환율 하락폭이 주요국 통화 중 가장 크다.
경제위기 때는 통상 환율이 올라간다. 1997년 말 외환위기 때 달러당 2000원에 육박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도 1400원을 넘었다. 그런데 이번은 다르다. 유럽 재정위기 여파로 세계경제가 침체한 가운데 우리 경제도 6분기 연속 0%대(전기 대비) 성장률을 기록했으나 환율은 떨어지고 있다. 환율이 내려가면 달러화 표시 수출제품 가격이 높아져 그만큼 수출에는 부담이다. 한국 등 신흥국의 환율을 끌어내린 주된 요인은 선진국의 돈 풀기다. 미국ㆍ유럽연합ㆍ일본이 잇따라 양적완화 조치를 취하자 갈 곳 없는 자금이 경제가 상대적으로 괜찮은 신흥국 시장에 몰린 결과다.
이런 상황을 인식한 대선 후보 진영에서 투기성 단기 외환(핫머니)을 규제하자는 주장이 나왔다. 새누리당은 핫머니에 의한 외환시장 변동성을 줄이기 위해 '토빈세' 도입을 공약으로 검토하겠다고 했다. 토빈세는 외환거래에 1%씩 세금을 매기자는 제임스 토빈 교수의 제안에서 나온 개념으로 핫머니의 유출입을 제한하는 효과를 낼 수 있다. 민주통합당도 검토하던 사안이라며 후보들끼리 정책토론회를 열자고 했다. 민주당은 평상시에는 낮은 세율을, 환율변동이 심한 시기에는 높은 세율을 적용하는 '2단계 토빈세'를 제안할 움직임이다.
토빈세 문제는 대선의 표와 직접적으로 관련된 핫 이슈도, 재정이 대거 투입되는 포퓰리즘적 공약도 아니다. 작금의 상황으로 볼 때 중요한 대외경제정책 중 하나이므로 정치권과 정부가 머리를 맞대고 진지하게 논의할 만하다. 수출의존도가 높은 우리 형편에서 지나친 외환 변동성은 위협 요인이므로 적절한 방어벽은 필요하다.
그렇다고 지나치게 정치 이슈화할 일은 아니다. 토빈세 도입에 따른 효과와 부작용을 면밀히 살펴야 한다. 정부가 우려하는 대로 우리가 앞장서 도입할 경우 건전한 투자자금까지 빠져나갈 수 있다. 주변 국가의 움직임을 주시하며 보조를 맞출 필요가 있다. 한국ㆍ중국ㆍ일본이 공조해 낮은 단계의 토빈세를 함께 시행하고 이를 통해 거둔 세금으로 동아시아연대기금을 조성하는 것도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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