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명진규 기자]"원달러 환율이 1002원까지 하락한 2005년. 삼성이 미국에서 생산한 하드디스크와 DVD롬 드라이브가 국내에 병행 수입됐다. 미국산 삼성 브랜드가 국내에 수입된 것은 환율이 크게 하락하면서 국내 생산 제품보다 가격이 저렴했기 때문이다."
원달러 환율이 1000원대에 임박하면서 한국, 일본, 중국 브랜드를 단 미국산 제품들이 국내로 유입되는 현상이 재현되고 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이어 환율까지 하락하면서 미국산 제품이 가격경쟁력을 갖춘 것이 배경이다. 특히 엔고로 고전하고 있는 일본 브랜드가 한미FTA에 이은 환율하락 틈을 이용, 미국에서 생산된 제품을 국내에 들여오고 있다.
22일 국내 산업계에 따르면 FTA와 원달러 환율 하락의 여파로 미국에서 생산된 제품들의 가격경쟁력이 높아졌다. 이 틈을 이용해 일본 등지의 브랜드가 국내로 들여오는 제품을 일본산이나 중국산 대신 미국산으로 돌리고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전세계 환율 변동성이 커지자 현지 생산 비중을 더욱 늘리면서 국내 브랜드를 단 미국산 제품의 국내 유입 가능성도 점쳐진다.
원달러 환율이 900원일 때 국산 브랜드의 미국산 제품 수입이 나타났던 것 처럼 이번에는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를 비롯한 PC 부품과 중소형 생활가전 제품의 병행 수입이 다시 진행될 가능성도 높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우리나라 제품이지만 미국서 생산된 제품들이 국내에 다시 유입되는 셈이다.
한미 FTA 이후 나타난 도요타, 혼다, 닛산 등 일본차 업체들의 미국산 자동차 국내 공급도 확대될 전망이다.
한미 FTA 효과로 관세가 낮아졌고 엔화 가치는 높지만 달러 가치는 낮아지다 보니 미국산 일본차의 가격 경쟁력이 한층 높아졌기 때문이다.
도요타는 지난해 미국서 생산된 미니벤 시에나를 처음으로 국내에 선보인데 이어 뉴캠리, 내년 초에는 중대형 세단 아발론까지 미국산으로 들여올 계획이다. 혼다는 미국 오하이오 주 공장에서 생산한 신형 어코드를 비롯한 신차를 국내에서 판매할 예정이다.
닛산이 지난 17일 선보인 5세대 알티마 역시 미국 테네시주 스머나 공장에서 생산됐다. 2500cc 모델의 가격이 3350만원에 책정돼 국내 중형 세단 시장에서 일본차와 국내차의 본격적인 경쟁이 시작될 전망이다.
중국산이나 일본산 골프채도 미국을 거쳐 국내로 유입되는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골프채의 경우 중국에서 부품을 생산한 뒤 미국에서 조립을 거쳐 미국산 제품으로 판매되는데 최근들어 중국에서 부품을 생산한 미국산 완제품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
일본 브랜드인 후지쿠라 샤프트의 경우 일본과 미국 샌디에고 칼스베드에 공장을 두고 있는데 미국산을 국내에 들여오는 비중을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 고위 관계자는 "FTA와 원달러 환율 하락의 여파로 미국에서 생산된 제품들이 일본, 우리나라 등에서 생산되는 제품보다 가격이 싸지는 현상이 연이어 나타나고 있다"면서 "글로벌 기업들의 미국 생산 제품들이 대거 유입되고 있다"고 말했다.
명진규 기자 ae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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