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권 인사 영입했다지만 대부분 전향한 사람들
시민.노동계 없어...대통합 선대위 인선 역풍 지적
[아시아경제 이민우 기자]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가 12일 선대위 2차 인선 결과를 놓고 '대통합 역풍'에 직면했다. 표면적으로 '과거와의 화해'를 외치며 운동권 전력을 가진 인사를 다수 포진시켰지만 속사정은 다르기 때문이다. 상대 진영의 상징성 지닌 인사 영입이 여의치 않자 대부분 전향인사로 채워 '호박에 줄을 긋고 포장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박 후보는 전날 선대위 인선을 발표하며 '100% 대한민국대통합위원회' 구성을 가장 먼저 발표했다. 박 후보가 직접 대통합위원장을 맡을 정도로 특별히 관심을 가졌다. 그는 "갈라진 땅 위에 집을 지을 수 없듯 분열을 치유해야 미래로 힘차게 나갈 수 있다"고 통합을 강조했다.
세부적인 인선을 공개한 이상일 대변인은 대통합위 인선을 발표하면서 부위원장으로 김중태 전 서울대 민족주의 비교연구회장을 '인혁당 사건의 피해자'로 소개했다. 김준용 위원은 '전 전노협 사무차장'으로, 김현장 위원은 '부산 미국문화원 방화사건의 주인공'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박 후보의 임명된 인사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전태일의 친구'로 80년대 노동운동에 참여한 김준용 위원은 일찌감치 전향한 대표적인 인사로 평가된다. 그는 제3노조를 표방한 국민노총의 상임자문위원, 뉴라이트 신노동연합 공동대표를 역임했다. 2008년 총선 당시 옛 한나라당 공천을 신청하며 일찌감치 당에 발을 들여놓았다. 지난 8월 박 후보의 전태일재단 방문을 주도하면서 현장에서 수행역할을 맡았다.
김현장 위원의 사정도 비슷하다. 미문화원 방화 사건으로 사형 선고를 받았던 김 의장은 80년대 운동권 출신에서 전향한 인물이다. 지난 2007년부터 공개적으로 박 후보를 지지해왔다. 올해 4월 총선 때는 통합진보당 비례대표 강종헌 후보에게 "남파 간첩"이라며 "북으로 돌아가라"는 등의 색깔론을 제기했다.
과거 운동권 전력을 홍보한 13명의 대통합위원 중 9명은 일찌감치 전향한 뉴라이트 출신 혹은 뉴라이트 성향의 인물이다. 김용직 위원은 '과거사위원회 상임위원'으로 소개됐지만 당시에도 새누리당 몫으로 추천된 인물이다. 이른바 뉴라이트 교과서인 '대안교과서 한국근현대사' 집필에도 참여했다. 유성식 위원은 이명박 대통령의 시민사회비서관을 지냈다. 김중태 부위원장은 선고 후 18시간 만에 사형이 집행된 '2차 인혁당 사건'이 아닌 1차 인혁당 사건 연루된 인사다.
심용식 위원은 전북지역 뉴라이트 운동의 견인차를 표방한 '자유주의 전북포럼' 대표다. 이종철 위원은 '고려대 총학생회장'으로 소개됐지만 90년대 중반 스스로 "주사파였다"고 양심고백한 대표적인 전향인사다. 운동권 출신의 최홍재 위원, 전향자들의 박근혜 지지모임인 동서남북 포럼 출신의 이대용, 최회원 위원도 마찬가지다.
이를 두고 박 후보가 무리하게 통합의 상징성을 치중하다보니 실무진이 보여주기에 급급했다는 지적이 당내에서 나왔다. 김성태 의원은 "시민사회계나 노동계 등 사회 약자를 대변하는 인사들이 부족해 아쉽다"고 말했다. 한 새누리당 당직자는 "지나치게 보수 쪽으로 우향우를 한 인선"이라며 "애쓴 흔적은 보이지만 시대정신과 맞지 않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이민우 기자 mw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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