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희준 기자]유로존(유로사용 17개국)의 상설 구제금융기관인 유럽안정화기구(ESM)가 8일 공식 출범한다. 위기를 겪고 있는 스페인의 구제 등을 위해 5000억 유로 규모로 출범할 예정이지만 실탄은 마련되지 않았고 작동방식도 제대로 정립되지 않는 등 과제가 산적해 있다.
뉴욕타임스(NYT)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스페인 구제금융을 실시하고 채권시장 투기꾼들 겁줘서 국채수익률을 낮추기 위한 ‘바주카포’ ESM은 현지시간 8일 이사회 소집을 시작으로 공식업무에 들어간다. 이사회 의장으로 장 클로드 융커 룩셈부르크 총리를 임명할 것으로 예상된다. ESM 출범은 2010년 유로존 정상들이 설립에 합의한 지 2년만으로 대규모 자금투입을 통해 금융시장 안정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그러나 NYT는 ESM이 이론 만큼 고상하지 않으며 유로존 재무장관들 사이에 상당한 이견이 있다고 보도했다. 이견은 재원은 어떻게 조달하고 어떤 일을 하는 가 등 두가지로 요약된다.
우선 ESM이 실탄없이 출범한다. ESM은 2014년에 장기대출을 위해 유로존 회원국들이 갹출한 800억 유로와 이를 담보로 발행한 채권으로 조달한 자금 등 총 5000억 유로의 가용자금을 운용할 계획이다.
이 가운데 320억 유로를 11일까지 납부해야 한다. 이어 내년중 2차 납입금 320억 유로, 2014년 160억 유로를 납부해야 한다. 문제는 유로존 회원국들은 지급보증이 아니라 출자해야 한다는 점이다. 현재의 어려운 경제여건 속에서 경제규모에 비례해서 출자해야 하는 만큼 독일과 핀란드,네덜란드 등 북유럽 국가 유권자들의 반발이 적지 않다.
둘째는 향후 임무에 대한 이견이다.독일과 핀란드,네덜란드 등은 은행 구제는난 현재의 부실처리를 위해서가 아니라 미래 문제가 생길 때 해야 한다고 제안해놓았다. 이들의 제안이 득세한다면 부실한 은행들에게 지원을 구제금융자금 400억 유로를 ESM에 신청할 스페인의 희망은 수포로 돌아갈 수도 있다. 이 문제를 둘러싼 이견은 8일 모임에서 해결될 것 같지는 않고 내연을 계속할 전망이다.
더욱이 유로존 정상들은 지난 6월 ESM 자금을 직접 은행에 투입하고 자국 은행들이 유럽중앙은행(ECB)의 감독을 받기로 합의했지만 어떤 조건하에서 직접 지원할 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이견이 남아 있으며, 감독을 받는 은행의 범위를 놓고서도 프랑스와 독일이 옥신각신하고 있다고 NYT는 전했다.
분석가들은 설사 ESM이 장래에 은행을 직접 지원할 수 있게 되고 그것이 스페인 등의 문제해결에서 ESM의 첫 번째 기능이 되면 유로존 회원국들은 더 많은 돈을 갹출해야 할 것으로 경고한 적이 있다.바로 이 때문에 북유럽 국가들은 강한 불신의 눈으로 ESM을 보고 있다.
ESM이 앞으로 수행할 주요한 역할을 회원국 국채매입도 논란거리가 될 전망이다. 국채매입은 채권시장에서 회원국 국채수익률을 낮추는 것을 돕기 위한 것이지만 대상국은 재정 규율을 엄격히 준수해야만 한다. 스페인의 경우 성장률이 뒷걸음질치고 실업률이 25%에 이르러 세수확대가 어려운 상황에서 공무원 급여와 연금삭감만으로는 재정적자를 약속한대로 줄일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게 중론이다.
정치컨설팅업체 유라시아그룹의 무즈타바 라먼 분석가는 “ESM이 위기를 겪고 있는 국가에 대출을 할지 여부는 투자자들의 ESM 채권 매입여부에 달려있다”면서“이것이 최대의 미지수”라고 단언했다.그는 “ESM을 위기 진화 소방수로 만들기 위한 여러 가지 개선이 이뤄졌지만 아직도 검증받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박희준 기자 jacklond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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