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리먼사태 이후 A등급 받았던 기업 잇단 부실
[아시아경제 이승종 기자] 웅진 사태를 계기로 “신용등급 A의 저주”라는 말이 회자되고 있다. 2008년 소위 리먼 사태 이후 A등급을 받았다가 부실을 일으키는 기업들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근본적인 이유로 신용평가사들의 도덕적 해이를 지적하고 있다.
28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웅진홀딩스는 1997년 이후 처음으로 A등급 회사가 바로 'D'등급으로 급전직하한 경우다. 이 회사는 지난 26일 기업회생 절차를 신청할 때까지도 신용등급이 'A-'였지만 바로 'D'로 추락했다. 'D'는 채무불이행(디폴트)을 의미한다.
문제는 이와 유사한 사례가 적지 않다는 점이다. 지난해 말 워크아웃에 들어간 고려개발은 지난해 상반기까지 신용등급이 A였다. 한국신용평가 등 신평사들은 지난해 6월 초 이뤄진 정기평정에서 이 회사의 사채에 대해 'A-'를 부여했다. 신용등급은 18개로 나뉘어 있는데 AAA부터 BBB급까지가 투자등급, 아래가 투기등급이다. A는 투자등급 중에서도 우량 기업을 의미한다. 고려개발의 워크아웃이 확정되자 신평사들은 부랴부랴 등급을 'CCC'로 변경했다.
지난해 초 법정관리를 신청한 대한해운은 2009년만 해도 신용등급 A급의 회사였다. 이후 해운업계 침체가 이어지며 등급은 'BBB+'로 내려갔지만 여전히 투자적격이었다. 법정관리 한 달 전 유상증자까지 정상적으로 마친 이 회사는 법정관리 후 등급이 D로 급락했다.
신용등급 A를 자랑하다가 부실 사태를 빚은 곳은 이들만이 아니다. 올 7월 법정관리를 신청한 삼환기업 역시 2008년까지 A등급 회사였다. 이후 등급은 투자적격인 BBB급이 됐고 올 1월까지도 이를 유지했다. 투자등급을 바탕으로 매년 착실히 회사채를 발행해온 이 회사는 법정관리 후 D급으로 내려앉았다.
A등급의 잇따른 전락은 신평사의 등급 인플레가 배경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전문가들은 2008~2010년 경기 회복기에 등급 상향 조정이 지나치게 많이 이뤄졌다고 지적한다.
한국기업평가에 따르면 28일 현재 등급평가가 이뤄진 437개사 중 A급 이상(A·AA·AAA)은 341개사로 78%에 달한다. 투자적격 등급인 BBB급까지 포함하면 406개사로 비중은 93%로 늘어난다. 투자자가 주의해야 할 기업이 현재 우리나라에서 7%에 불과하다는 이야기다.
한 증권사 크레디트 연구원은 “등급을 올렸으면 적당한 때 내리기도 해야 하는데 무더기로 상향 조정을 해놓고는 요지부동”이라며 “지금도 A등급 아닌 건설사가 일부 있다”고 말했다.
신평사들도 나름 사연은 있다. 한마디로 먹고 살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는 것이다. 전직 신평사 관계자는 “돈 받고 등급을 주는 건데 나쁘게 줄 수 있겠느냐. 거래를 이번 한 번만 할 거라면 모르지만 나중을 생각한다면 등급 부여에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하지만 증권사 채권 담당 임원들은 “부실한 신용등급 부여는 발행사는 물론 채권 투자자, 나아가 국가 전체적으로 손실”이라며 “신평사들의 자각과 함께 현재 구조를 바꿀 필요가 있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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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종 기자 hanar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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