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미주 기자]웅진그룹 계열의 시공능력평가순위 38위 중견건설사 극동건설이 결국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를 신청했다. 당초 지주사인 웅진그룹의 자금 지원을 전제로 채권단과 어음 만기연장 등을 논의했으나 웅진그룹 역시 자금 사정이 좋지 않아 만기 도래한 어음 150억원을 갚지 못한 탓이다.
26일 극동건설은 지난 25일 만기 도래한 어음 150억원을 갚지 못해 결국 법원에 법정관리를 신청했다고 밝혔다. 극동건설의 법정관리 신청은 지난 1998년 IMF 외환위기 이후 두 번째다. 법원은 관련 서류를 심사해 정리 절차 개시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극동건설의 PF 대출잔액은 지난 2분기 기준 5825억원이다. 이중 1년 이내 만기가 돌아오는 PF는 1700억원에 달한다. 당장 10월5일까지 PF와 CP 등 총 950억원가량을 갚아야 한다. 150억원의 어음 말고도 줄이어 도래하는 어음을 웅진그룹에서 감당하기 어려웠던 것으로 풀이된다.
탄탄하던 웅진그룹의 웅진씽크빅은 작년 처음으로 적자를 기록했으며 핵심 사업인 웅진코웨이는 매각이 성사되는 듯 하다 이날 다시 매각추진이 중단됐다. 추가 계열사 매각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지는 등 그룹의 사정도 여의치 않다.
법정관리 이후의 극동건설의 회생계획안은 아직 불투명하다. 극동건설 관계자는 "급작스럽게 법정관리를 신청해 구체적인 자구책은 아직 마련하지 못한 상태"라며 "감자를 할 수도 있는데 법정관리 후 한 달간은 법원이 요구하는 대로 자본계획안이 계속 바뀌기 때문에 그때 까지는 기다려 봐야 알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같은 소식을 접한 극동건설 직원들은 상당한 충격을 받은 모습이다. 이날 극동건설이 입주한 충무로 극동빌딩 안팎에 삼삼오오 모인 직원들의 표정은 어두웠다.
극동건설 한 직원은 "오전에 '극동건설 부도'가 포털 검색어 1위였다"며 "친지들도 다 알 텐데 추석인데 고향에 내려갈 면목이 안 선다"고 털어놨다.
법정관리가 그나마 대안이라는 의견도 있다. 극동건설 관계자는 "어제 갚지 못한 150억원의 어음뿐 아니라 앞으로 돌아오는 것들도 많아 총체적으로 재점검해야 할 시기가 됐다"며 "오히려 법정관리에 들어가면 어음 1년 연장할 것을 10년까지 연장할 수 있어 회사의 건전성에는 더 좋을 수 있다"고 전했다. 다만 "법정관리에 들어가면 자구책을 내놓아야 하는데 구조조정 같은 후속절차를 피하기 힘들 것으로 보여 걱정스럽다"고 덧붙였다.
극동건설의 회사 사정은 지난해에 비해 현격히 나빠졌다. 극동건설 관계자는 "지난해 수주액은 1조원 이상이었으나 올해에는 현재까지 6건의 수주밖에 하지 못했고 금액도 수천억원에 불과하다"면서 "이달 사임한 대표도 원래 계획대로라면 해외수주 30% 이상 늘리는 등 실적이 있어야 했지만 그렇지 못해 그룹 차원에서도 CFO출신을 대표로 올리고 내부 관리에 들어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극동건설 관계자는 "올초 유상증자 1000억원을 지원하고 각종 지급보증도 서주는 등 웅진그룹에서 이미 도와줄 만큼 도와줬다"면서 "더 바랄 여지가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론스타가 껍데기만 남겨놓은 채 수익을 다 챙겨간 후 웅진그룹의 품에서 다시 한 번 과거의 영광을 재현하기 위해 몸부림쳐왔다"며 "이렇게 곤경에 처하게 돼 안타까울 따름"이라고 했다.
박미주 기자 beyo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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