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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의 스토리]'말춤 정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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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금융지주 임직원들이 낄낄 웃었다

"브라우니, 물어" 유머도..망가질수록 카리스마 커진다는 금융 CEO의 웃음 경영학


[금요일의 스토리]'말춤 정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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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조영신 기자]"브라우니, 물어! "

하나금융 본점의 대회의실.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이 회의 도중 임원을 가르키며 불쑥 말한다. 회장의 돌발 발언에 지목된 임원은 당황해한다. 일부 임원들은 여전히 상황을 이해 못하겠다는 표정이다. 하지만 이미 여기저기서 웃음보는 터졌다. 김 회장은 요즘 임직원들이 자신의 말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할 때, 개 인형 '브라우니'를 찾는다고 한다.서로 얼굴을 붉히지 않고 상대방의 잘못을 지적하고 알려주는 그만의 방식이다. 임직원 입장에서도 회장에게 꾸중 듣는 '어려운 상황'을 유머 코드로 살짝 넘길 수 있다.


기자와의 만남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김 회장은 저녁 식사 도중 기자가 술을 좀 자제하겠다고 하자, 대뜸 "브라우니, 물어!"라고 했다. 동석자들 모두가 박장대소를 터트렸다. 이후의 저녁 시간이 더욱 화기애애해진 것은 물론이다.

김 회장의 이같은 유머는 전략적이다. 김 회장의 지론인 '펀(Fun)경영'을 위한 것이다. 치밀하게 계산된 유머란 뜻이다. 그리고 그 목표는 조직의 성과다. '직원들이 즐겁고 재밌어야 조직의 성과가 나온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는 직원들 앞이라면 '꼭지점 춤', '마빡이 춤', '말춤'도 마다하지 않는다. 자신이 망가져 직원들이 즐거워하고 이것이 성과로 이어진다면 나쁠 게 없다는 생각이다.


김 회장의 '펀경영'은 하나대투증권 사장때부터다. 당시에는 마빡이 춤과 노래로 직원들에게 큰 웃음을 줬다. 합병으로 인해 불안감을 느끼던 하나대투증권 직원들을 위해 그는 스스로 망가졌다. 김 회장은 "나이 먹은 임원들이 나서야 직원들의 기가 사는 법"이라며 "임원들에게 마빡이 춤을 추자고 제안했다"고 당시를 기억했다. 결과는 대성공. 직원들은 너무도 즐거워했고, 하나대투증권은 합병이후의 여러가지 어려운 문제들을 딛고 빠르게 성장 했다.


김 회장의 파격적인 언행은 하나은행장 시절에도 이어졌다. 하나은행 본점에서 열리는 임직원 신년 인사회에서 그는 행원들과 함께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라며 개그콘서트의 '감사합니다'코너에 나오는 춤을 선보였다.


김 회장은 기자에게 가수 싸이의 '말춤' 스텝을 직접 보여주기도 했다. '몸치'도 쉽게 할 수 있다며 스텝의 기본 원리를 가르쳐줬다.그러면서 그는 "직원들과의 간담회 일정이 잡혔다고 해서 내가 최흥식 사장에게 함께 말춤을 추자고 제안했다"며 최근 직원들 앞에서 '말춤' 춘 사연을 소개했다. 덕분에 간담회는 내내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진행됐다고 한다.


김 회장에게 개그맨의 피가 흐르는 것일까. 아니다. 그의 몸에는 '뱅커'의 피가 흐른다. 다만 조직을 위해서라면 스스로 얼마든지 망가질 줄 아는 리더십이 있을 뿐이다. 그러면서 김 회장의 권위와 카리스마는 더욱 빛을 발한다.


그는 자신을 낮춰 '운장(運將)'이라고 한다. 용장(勇將)과 덕장(德將), 지장(智將)이라는 화려한 수사보다 '운 좋은 리더'라는 것이다. 자신을 낮추는 겸손의 리더십이다.


지금 그의 머리 속에는 하나금융그룹이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지에 대한 '전략적' 고민으로 가득차 있다. 김 회장이 최첨단 중앙처리장치(CPU)가 장착된 불도저라고 불리는 이유다. 김 회장의 '펀경영'은 그 중앙처리장치가 작동하게끔 만드는 운용 체제인 셈이다.




조영신 기자 ascho@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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