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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벌배상제 기업에게 부정적 효과 더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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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경련 '징벌배상제 무엇이 쟁점인가?' 모의재판 개최

[아시아경제 임철영 기자]징벌배상제가 기업현실에 실제 적용될 경우 대기업의 불공정거래행위에 대한 사전예방효과 보다는 무분별한 남소와 과도한 배상으로 대기업은 물론 중소기업 모두에게 부정적인 효과가 더 크다는 주장이 나왔다.


18일 전국경제인연합회(회장 허창수)와 기업소송연구회(회장 전삼현) 공동주최로 한국거래소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징벌배상제 무엇이 쟁점인가?' 제목의 모의재판에대·중소기업 관계자 등 300여명이 참석해 뜨거운 관심을 보였다. 이날 모의재판은 한국중소기업학회(회장 임채운)와 한국상사법학회(회장 최준선)가 후원했다.

피고측 대리인으로 변론에 나선 신보경 변호사(법무법인 바른)는 "징벌배상제의 대상이 되는 기술자료 범위나 부당한 단가인하 개념이 모호한 가운데 대기업의 경과실까지 징벌배상제가 적용됨에 따라 전문소송브로커에 의한 악의적인 소송이 남발될 경우 수많은 선의의 기업들까지 치명적 손실을 입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징벌배상으로 대기업이 문을 닫거나 기업활동이 위축되면, 중소기업은 납품기회가 오히려 줄고, 일자리를 감축해야 하는 등 국가적으로 큰 손실이 초래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정호 교수(연세대 경제대학원)는 피고측 증언을 통해 "징벌배상제가 명백한 악의적인 의도와 상관없이 무차별적으로 적용되면, 대기업은 외국으로 납품처 전환을 선호하게 되는 등 중소기업에도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날 모의재판에서는 기술자료의 범위, 경과실에 대한 징벌배상제 적용여부, 부당한 대금결정의 기준, 도입시 순기능과 역기능 등 징벌배상제의 주요 쟁점을 둘러싸고 원고측 대리인 및 증인, 피고측 대리인 및 증인간에 사실관계 입증, 법적논거와 경제적 손익에 대해 팽팽한 설전이 오갔다.


기술유용행위에 대한 징벌배상의 대상이 되는 기술자료의 범위를 두고 원고와 피고는 서로 상반된 주장으로 맞섰다.


원고측 강승준 변호사(김앤장)는 “현행 공정거래위원회의의 기술자료심사지침상 취업규칙 등 사내규정으로 임직원에게 비밀유지의무를 부과하는 등 중소기업 내부에서 비밀로 관리하면 기술자료의 범위에 해당돼 징벌배상의 대상이 된다”고 주장했다.


피고측 대리인 신보경 변호사는 이에 대해 "고의가 아닌 경과실까지 징벌배상을 적용하는 것은 악의적인 불법행위를 징벌하려는 제도의 입법취지에 맞지 않는다"며 "해당 자료를 중소기업 내부에서 비밀로 관리했더라도 중소기업이 기술자료라는 사실을 대기업에 알리지 않은 경우에는 악의적 고의에 의한 위법행위로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피고측 증인으로 나선 김정호 교수는 “대기업의 연간 구매계약이 50만건에 이르고, 이 과정에서 수백만 건의 자료가 오가는데, 징벌배상의 대상이 되는 기술자료의 범위가 불명확하면, 무분별한 남소가 유발되고 대?중소기업간 기술교류만 크게 위축시키는 부작용을 키운다"고 지적했다.


기술유용행위에 대한 징벌배상의 대상이 되는 부당한 대금결정의 기준을 두고 원고측과 피고측간 치열한 공방도 이어졌다.


원고 대리인 김경태 변호사(법무법인 바른)는 “개정된 하도급법상 일반적으로 지급되는 가격보다 1원이라도 싸게 구매하면 부당한 납품단가 결정에 해당되고 수의계약으로 전년보다 낮은 단가에 재계약을 요구하는 것은 대기업의 이익을 늘리기 위한 악의적인 고의로 봐야 한다”고 포문을 열었다.


하지만 피고 대리인 신보경 변호사는 “일반적인 가격보다 현저히 낮은 가격도 아님에도 이를 부당한 대금결정으로 보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며 “시장의 가격인하 압력에 따라 하도급 단가인하는 정상적인 기업활동상 불가피하며, 이를 악의적인 행위로 판단하면 기업은 글로벌 경쟁력을 유지할 수 없게 된다”고 반박했다.


원고측 증인으로 나선 정주호 대표(에이지에스홀딩스)는 “납품대금을 깎는 것은 대기업이 중소기업의 성과를 빼앗아 가는 것으로 대·중소기업의 균형성장을 위해서는 징벌배상을 확대하여 대기업의 불공정 거래행위를 근절해야만 경제민주화가 실현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피고측 증인인 김정호 교수는 “납품단가를 낮췄다고 과징금, 벌금, 징벌배상으로 규제하는 나라는 전 세계적으로 입법유례가 없고 더군다나 손실액의 3~5배까지 과징금을 부과하고 최대 10배의 징벌배상까지 추가하는 것은 과도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김 교수는 “징벌배상의 도입·확대로 대기업의 납품단가 인하요구가 줄어들게 되면,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당장은 좋을지 모르나, 중장기적으로 대기업이 가격경쟁력을 잃게 돼 판매가 줄어들면 중소기업도 함께 어려워진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밖에 이날 모의재판에는 서울고등법원 판사를 역임한 강훈 법무법인 바른 대표 변호사가 재판장을 맡고 정주교 시민과함께하는변호사들 대표와 한종철 삼일회계법인 전무가 배석판사로 참여했다. 또한 이재상 변호사(법무법인 태평양)와 전철용 변리사(특허법인 명인), 김현수 변리사(특허법인 명인)가 출연했으며 김유나 변호사(법무법인 바른)가 사회를 맡아 모의재판 개요를 소개했다.


한편 이날 개회사에서 전삼현 기업소송연구회 회장은 “징벌배상제는 남소를 부추길 위험 때문에 지난 정부에서 도입되지 않았는데, 이러한 근본적인 문제점을 보완하지 않은 채 지난해 3월 기술유용행위에 대한 징벌배상이 도입됐고 최근 이를 대·중소기업간 거래전반에 확대하려는 시도는 우리나라의 하도급 거래를 전반적으로 고사(枯死)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며 강한 우려를 표시했다.




임철영 기자 cyl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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