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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료 인하, '보험사기' 덫에 허우적

시계아이콘읽는 시간01분 21초

한해 누수금액 3조5000억원
1인당 추가 부담만 7만원꼴
솜방망이 처벌·온정주의도 한몫


[아시아경제 최일권 기자] 경기불황으로 보험료 인하에 관심이 쏠리는 가운데 금융당국과 보험업계가 보험사기 적발에 주력하고 있다. 보험사기로 보험금 지급이 늘어날 경우 궁극적으로 보험료 인상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12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보험사기로 인해 누수되는 금액은 한해 약 3조5000억원에 달한다. 이 가운데 지난해 보험사기 적발금액은 4237억원으로 전년의 3747억원 보다 13.1% 증가했다. 하지만 이는 전체 보험사기 추정금액의 13% 수준으로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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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연구원은 보험금 누수에 따라 가입자가 추가로 부담해야 하는 금액이 1인당 7만원을 웃돈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한명의 보험사기로 다수의 선량한 가입자가 피해를 입는 것이다.

보험사기 가운데 금융당국과 업계가 주목하는 부문은 자동차보험과 장기손해보험이다. 지난해 차보험 관련 사기 적발금액은 전체의 절반 이상인 2408억원(56.9%)에 달했으며 허위 및 과다 입원으로 대표되는 장기손해보험이 1029억원(24.3%)으로 그 뒤를 이었다.


사고 차량에 대한 수리비를 보험금으로 충당해 부풀려 청구하는 사례는 대표적인 보험사기에 해당한다. 따라서 보험료를 인하하려면 보험사기를 근절하는 것이 가장 지름길이다.


보험사기는 끝없이 진화하고 있다. 최근엔 '모텔형 병원'도 등장했다. '모텔형 병원'이란 진찰하는 의사는 없고 환자에게 잠자리만 제공하는 병원이다. 개인병원 사무장이 의사명의를 빌려 개원한 후 환자를 유치, 보험금을 타도록 부추기는 것이다. 최근에는 230명의 환자가 가담해 50억원의 보험금을 부당 수령한 건이 적발되기도 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서류상으로만 입원하는 등의 허위 입원 비중이 2009년 57.5%에서 2010년 69.9%, 지난해에는 77.7%로 늘어났다.


정준택 금감원 보험조사국장은 "병원과 환자, 심지어 보험설계사까지 가담해 사기를 벌이는 유형이 최근 들어 눈에 띄게 늘었다"면서 "적발하기가 상당히 어렵다"고 토로했다.


보험사기가 활개를 치는데는 솜방망이 처벌도 한 몫 하고 있다. 형사정책연구원이 발표한 '보험범죄 형사판례 동향'에 따르면 2003년부터 2007년까지 보험사기자에 대한 실형선고비율은 75.9%로 압도적이었다. 징역형은 24.1%에 불과했고 그나마 1년 이하가 71.7%를 차지했다. 또 벌금형의 경우에도 1000만원 이하가 90% 이상에 달했다. 100만~500만원이 57.1%로 나타났다. 보험 사기가 중대범죄라는 인식이 옅다는 방증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험사기를 친 사람은 엄연히 범죄자지만 우리 사회는 아직 '오죽하면 저렇게 했겠냐'는 온정주의적인 시각이 지배적"이라고 말했다.


정 국장은 "심지어 형량을 결정하는 법원 조차 '보험사기가 다른 사람에게 많은 피해를 준 것도 아니지 않느냐'라고 얘기할 정도"라고 지적했다.


금감원은 보험사기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것과 함께 자체 사기적발 시스템을 업그레이드하기로 했다. 현재 '보험사기 인지시스템'을 가동중인데, 내년 말까지 소셜네트워크분석(SNA) 기능을 추가하기로 한 것이다.SNA는 입력된 무작위의 보험사기 데이터를 스스로 분석해 사기유형을 적발하는 방식으로 현 시스템 보다 효과적으로 사기 여부를 파악할 수 있다.


이종환 금감원 조사기획팀장은 "시간과 비용을 줄이면서 보다 효과적으로 보험사기를 찾아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최일권 기자 igchoi@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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