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서울스토리]⑫마포에는 왜 고깃집이 많을까, 도축장도 없는데…

시계아이콘02분 50초 소요
언어변환 숏뉴스
숏 뉴스 AI 요약 기술은 핵심만 전달합니다. 전체 내용의 이해를 위해 기사 본문을 확인해주세요.

불러오는 중...

닫기

조선 물류 중심, 귀한 소금 집산지 고기 양념하기 쉬웠던 곳
토정 이지함이 상업에 뛰어들며 '경강상인'을 키워내고
北에는 산 南에는 한강, 그 절경에 시문 읊던 정자가 30여개
뱃길 대신 마포대교 강변북로로...그 시절 기억하는 상권


[서울스토리]⑫마포에는 왜 고깃집이 많을까, 도축장도 없는데…
AD


[아시아경제 김종수 기자, 박나영 기자]가을이다. 추수를 마치고 곳간 가득히 쌓이는 곡식만큼이나 마음이 풍성해 지는 계절이다. 글을 가깝게 하고 모두가 함께 즐길 수 있는 여유도 생긴다.


등화가친(燈火可親)이 가을을 얘기하고 문화행사가 이 시기에 집중되는 것도 우연이 아니다. 경기침체와 빠듯한 살림살이에 이래저래 걱정이 많은 때이지만 그래도 가을이다.

지난 12일 오후 선선한 가을바람을 따라 무작정 발걸음을 옮겼다. 그러다 강바람이나 쐬야겠다는 욕심에 5호선 마포역에서 내렸다. 날씨에 따라 강변 풍광이 달라보이는게 늘 신기했던 곳이다. 특히 북쪽의 산들과 남쪽의 한강을 배경으로 절경을 자랑한다.


그래서일까. 풍류시객과 중국 사신들이 경치를 조망하며 시문을 읊던 정자(亭子)가 서강 지역만 30여개가 넘었으며 전하는 시문(詩文)도 50여수나 된다고 한다.


◆조선의 모든 물류가 모이던 곳, 마포나루 = 500년전 조선의 수도 한양. 상업을 천시하던 당시의 분위기에서 명문가 출신의 선비가 직접 배를 타고 상행위를 했다면 믿어질까?


조선 중기의 학자 이지함은 마포나루의 역동적인 모습이야말로 조선을 이끌어갈 힘이라고 생각했다. 대대로 경강(한강의 옛 명칭)변에 터를 잡고 살아온 이곳의 상인들은 고기 잡는 기술 뿐만 아니라 장사 수완도 뛰어났다.


이지함은 팔을 걷어붙이고 직접 장사를 시작했다. 선주들에게 곡식과 배를 빌리고, 항해술이 뛰어난 어부를 골라 배에 태워 직접 선단을 이끌었다. 그는 조선 최초의 양반 상인이었다.


이지함은 또 행상이 생업으로서 충분히 가치있는 일이라는 점을 설파하고, 실제 행상을 할 수 있도록 경강변 유민들에게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그 덕분에 자신감을 얻게 된 경강변 유민들은 장사꾼이 돼 이 마을 저 마을로 물건을 팔러 다녔다.


18세기 후반, 이지함의 영향을 받은 상인과 일반 백성은 '경강상인'이라는 별칭을 얻을 정도로 영향력이 컸다. 그 중에서도 크게 성공한 상인들은 '강상대고'라 불리며 조선경제의 주역으로 떠올랐다.


강상대고의 성장과 함께 경강변은 한양 최대의 도매시장이 됐다. 특히 마포나루에는 어염전(생선 및 소금), 미전(쌀), 칠목전(옷칠), 잡물전(생필품) 등이 가득 메웠다.


그러나 20세기 들어 쇠락의 길을 걸었다. 서양 열강이 조선을 넘보기 시작한 것이다. 마포나루 역시 고유의 기능을 잃고 빛을 잃어갔다. 더불어 강상대고의 운명 또한 저물어갔다.


[서울스토리]⑫마포에는 왜 고깃집이 많을까, 도축장도 없는데…

◆깊어가는 가을, 뿌리깊은 상인문화 = 옛 마포나루의 상권은 지금의 서울 마포구 도화동, 용강동 일대로 이어진다. 1970년대로 접어들면서 육로 운송의 발달과 마포대교의 건설 등으로 조금씩 쇠퇴해 갔지만 여전히 수많은 상인들이 이곳에서 삶을 꾸리고 있다.


경강상인의 후예들은 이곳의 역사를 짠맛의 감각으로 기억하고 있다. 전성기 마포나루에는 곡식, 목재, 어물 등 다양한 물자들이 전국에서 올라왔다.


그중에서도 가장 유명했던 것이 바로 소금이었다. 마포나루에서 소금이 날 리도 없건만 조선시대 마포나루에서 거래되던 소금은 '마포염'이라고 할 정도로 유명했다. 질 좋은 소금이 모이는 곳이다보니 더불어 젓갈의 명성도 높았다.


이곳 토박이인 김기순(80·여)씨는 "불교방송에서부터 서울가든호텔 있는 데까지 새우젓 파는 데가 양쪽으로 쫙 있었다"면서 "소금도 팔고 새우적 비린내가 진동했다"고 회상했다.


이 때문일까. 이곳은 마포주물럭, 마포갈비 등 고기가 유명하다. 소금은 이들 고기의 기본양념이다.


직장인 권기현(42·남)씨는 "마포는 교통편, 먹을거리 등을 감안하면 직장 생활하기 아주 좋은 동네"라며 "특히 주물럭, 갈매기살 등 퇴근길 소주 한잔 꺾고 가기엔 제격"이라고 말했다.


또한 경강상인들에 의해 유통되는 미곡은 '강미' 또는 '강상미'로 따로 불릴 정도로 인기가 높았다. 이로 인해 마포나루 인근에는 창고가 많았다. 일제시대에는 근대식 정미소와 쌀창고가 새롭게 들어섰다.


한국전쟁과 근대화로 인해 그 흔적은 대부분 사라졌는데, 유일하게 용강동에 쌀창고 건물이 하나 남아있다. M팰리스웨딩홀 옆골목에 위치한 '맹씨네 숯불갈비'가 그 곳이다.


이 식당 종업원은 "여기가 원래 쌀창고 였는데, 이를 기억하고 고향에 왔다고 말하는 손님들도 있다"면서 "이 옆의 웨딩홀은 예전에는 정미소였다"고 설명했다.


17세기 중엽 마포나루는 수많은 사람이 드나들면서 조선 최초의 여객주인업이 탄생한 곳이기도 하다.


초기의 여객주인업은 각지에서 몰려드는 상인들에게 숙식을 제공하거나 물건을 맡아주는 등의 일을 했다. 그러다 상인들을 대신해 물건을 팔아주는 선(先)판매와 창고업, 중개업, 금융업 등 상행위와 관련된 활동을 종합적으로 운영하는 주요 상인으로 부상했다.


경제체계가 현대적으로 바뀐 지금, 여객주인업은 유통업으로 녹아들었고 주막 대신 여관이라는 간판을 달았다.


마포역 4번 출구로 나와 골목길로 들어서면 '동림여관'이 있다. 50년이 넘도록 이곳을 지켜온 터줏대감이다. 이 여관에서 일하는 한 종업원은 "요즘도 꾸준히 손님들이 찾고 있다"면서 "주로 여행객이나 인근에서 일하는 근로자들"이라고 말했다.


◆불씨 되살리는 강상대고의 후예들 = 마포나루는 사람을 불러들이는 묘한 힘을 지녔다. 사람들은 옛날의 뱃길 대신에 마포대교와 강변북로를 따라 마포로 들어온다. 어제의 뱃사공 대신에 전국의 맛 탐방객들이 이곳을 찾는다.


비릿한 생선 냄새로 가득했던 곳에선 고기 굽는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오른다. 사람들은 둥그렇게 둘러앉아 숯불을 피우며 일상의 고단함과 삶의 희로애락을 굽는다. 역사책 속에서 보았던 우리 역사의 현장이 지금 우리 곁에서 함께 숨 쉬고 있는 것 같다.


박홍섭 마포구청장은 "마포나루는 한강변 상인들이 지역 상인들을 하나로 묶고 인간중심의 문화를 펼쳤던 강상대고의 정신이 살아있는 곳"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과거 조선시대 경제중심지의 역사와 전통을 계승·발전시키면 미래의 마포나루는 전 세계에 한국의 문화와 전통의 맛이 살아있는 음식문화 상권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마포는 다시 흥성하고 있다. 경강상인들의 후예들이 더 나은 상권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기 때문이다. 옛날에는 마포나루가 상인들을 길러 냈다면, 이제는 상인들이 지금의 마포를 되살리고 있다.




김종수 기자 kjs333@
박나영 기자 bohena@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
AD

당신이 궁금할 이슈 콘텐츠

AD

맞춤콘텐츠

AD

실시간 핫이슈

AD

놓칠 수 없는 이슈 픽

  • 25.12.0209:29
    자식 먹이고자 시도한 부업이 사기…보호망은 전혀 없었다
    자식 먹이고자 시도한 부업이 사기…보호망은 전혀 없었다

    "병원 다니는 아빠 때문에 아이들이 맛있는 걸 못 먹어서…." 지난달 14일 한 사기 피해자 커뮤니티에 올라 온 글이다. 글 게시자는 4000만원 넘는 돈을 부업 사기로 잃었다고 하소연했다. 숨어 있던 부업 사기 피해자들도 나타나 함께 울분을 토했다. "집을 부동산에 내놨어요." "삶의 여유를 위해 시도한 건데." 지난달부터 만난 부업 사기 피해자들도 비슷한 상황에 놓여있었다. 아이 학원비에 보태고자, 부족한 월급을 메우고자

  • 25.12.0206:30
    "부끄러워서 가족들한테 말도 못 해"…전문가들이 말하는 부업사기 대처법 ⑤
    "부끄러워서 가족들한테 말도 못 해"…전문가들이 말하는 부업사기 대처법 ⑤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를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 보려고 한다. 전문가들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확산하는 부업 사기를 두고 플랫폼들이 사회적 책임을 갖고 게시물에 사기 위험을 경고하는 문구를 추가

  • 25.12.0112:44
    부업도 보이스피싱 아냐? "대가성 있으면 포함 안돼"
    부업도 보이스피싱 아냐? "대가성 있으면 포함 안돼"

    법 허점 악용한 범죄 점점 늘어"팀 미션 사기 등 부업 사기는 투자·일반 사기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구제 대상에서 제외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부업 사기도 명확히 전기통신금융사기(보이스피싱)의 한 유형이고 피해자는 구제 대상에 포함되도록 제도가 개선돼야 합니다."(올해 11월6일 오OO씨의 국민동의 청원 내용) 보이스피싱 방지 및 피해 복구를 위해 마련된 법이 정작 부업 사기 등 온라인 사기에는 속수무책인 상황이 반복되

  • 25.12.0112:44
    의지할 곳 없는 부업 피해자들…결국 회복 포기
    의지할 곳 없는 부업 피해자들…결국 회복 포기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들을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보려고 한다. 나날이 진화하는 범죄, 미진한 경찰 수사에 피해자들 선택권 사라져 조모씨(33·여)는 지난 5월6일 여행사 부업 사기로 2100만원을 잃었다. 사기를 신

  • 25.12.0111:55
    SNS 속 '100% 수익 보장'은 '100% 잃는 도박'
    SNS 속 '100% 수익 보장'은 '100% 잃는 도박'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들을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보려고 한다. 기자가 직접 문의해보니"안녕하세요, 부업에 관심 있나요?" 지난달 28일 본지 기자의 카카오톡으로 한 연락이 왔다.기자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인스

  • 25.12.0513:09
    김용태 "이대로라면 지방선거 못 치러, 서울·부산도 어려워"
    김용태 "이대로라면 지방선거 못 치러, 서울·부산도 어려워"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박수민 PD■ 출연 : 김용태 국민의힘 의원(12월 4일) "계엄 1년, 거대 두 정당 적대적 공생하고 있어""장동혁 변화 임계점은 1월 중순. 출마자들 가만있지 않을 것""당원 게시판 논란 조사, 장동혁 대표가 철회해야""100% 국민경선으로 지방선거 후보 뽑자" 소종섭 : 김 의원님, 바쁘신데 나와주셔서 고맙습니다. 김용태 :

  • 25.12.0415:35
    강전애x김준일 "장동혁, 이대로면 대표 수명 얼마 안 남아"
    강전애x김준일 "장동혁, 이대로면 대표 수명 얼마 안 남아"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강전애 전 국민의힘 대변인, 김준일 시사평론가(12월 3일) 소종섭 : 국민의힘에서 계엄 1년 맞이해서 메시지들이 나왔는데 국민이 보기에는 좀 헷갈릴 것 같아요. 장동혁 대표는 계엄은 의회 폭거에 맞서기 위한 것이었다고 계엄을 옹호하는 듯한 메시지를 냈습니다. 반면 송원석 원내대표는 진심으로

  • 25.11.2709:34
    윤희석 "'당원게시판' 징계하면 핵버튼 누른 것"
    윤희석 "'당원게시판' 징계하면 핵버튼 누른 것"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11월 24일)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에 출연한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은 "장동혁 대표의 메시지는 호소력에 한계가 분명해 변화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또한 "이대로라면 연말 연초에 내부에서 장 대표에 대한 문제제기가 불거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동훈 전

  • 25.11.1809:52
    홍장원 "거의 마무리 국면…안타깝기도"
    홍장원 "거의 마무리 국면…안타깝기도"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마예나 PD 지난 7월 내란특검팀에 의해 재구속된 윤석열 전 대통령은 한동안 법정에 출석하지 않았다. 특검의 구인 시도에도 강하게 버티며 16차례 정도 출석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윤 전 대통령의 태도가 변한 것은 곽종근 전 육군 특수전사령관이 증인으로 나온 지난달 30일 이후이다. 윤 전 대통령은 법정에 나와 직접

  • 25.11.0614:16
    김준일 "윤, 여론·재판에서 모두 망했다" VS 강전애 "윤, 피고인으로서 계산된 발언"
    김준일 "윤, 여론·재판에서 모두 망했다" VS 강전애 "윤, 피고인으로서 계산된 발언"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미리 PD■ 출연 : 강전애 전 국민의힘 대변인, 김준일 시사평론가(11월 5일) 소종섭 : 이 얘기부터 좀 해볼까요? 윤석열 전 대통령 얘기, 최근 계속해서 보도가 좀 되고 있습니다. 지난해 국군의 날 행사 마치고 나서 장군들과 관저에서 폭탄주를 돌렸다, 그 과정에서 또 여러 가지 얘기를 했다는 증언이 나왔습니다. 강


다양한 채널에서 아시아경제를 만나보세요!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