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상미 기자]방은 따로 쓰되 부엌과 거실 등 커뮤니티 공간은 나눠 쓰는 '셰어하우스'가 눈길을 끌고 있다. 원룸이 독립적인 공간에 이웃과 단절된 형태라면 셰어하우스는 혼자 사는 대신 입주자간의 교류를 충분히 즐길 수 있는 새로운 주거 형태다.
최근 우리나라에도 셰어하우스가 선보였다.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에 자리한 '수목 마이바움(MAIBAUM) 연희'는 지하1~지상 5층에 37개실로 이뤄진 셰어하우스다. 북카페, 스터디 공간 등 입주자 간의 대화와 교류할 수 있는 별도의 공용공간이 마련돼 있다. 혼자 사는 원룸이 진화한 형태인 셈이다. 월 평균 임대료와 관리비를 합치면 월 80만원대로 주변시세보다 높은 편이지만 지난해 임대를 시작한 이후로 공실률이 제로일 정도로 인기다.
서용식 수목건축 대표는 "1인가구, 싱글맘, 싱글대디가 많아지는 한국도 일본에서처럼 이웃들과 인간관계를 맺을 수 있는 셰어하우스를 통해 밝고 쾌적하게 살 수 있다"며 "이런 주거문화를 지향함으로써 더불어 사는 사회를 만들고 사회적 문제까지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0년 한국의 '1인 가구'비율은 전체의 23.9%에 이른다. 2035년에는 전체의 34.3%를 차지해 가장 보편적인 가구형태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1인가구가 늘어나면서 '도시형 생활주택'이라는 소형주택이 공급되고 있으며 , 소형세탁기와 밥솥, 냉장고 등 효율성을 강조한 1인용 상품도 인기를 끌고 있다.
그런데 우리에 앞서 20년 전부터 1인가구를 위한 '소형주택'보급에 나섰던 일본에서는 또 다른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다. 최근 5~6년 사이 혼자 사는 대신 여럿이서 함께 살면서 커뮤니티를 형성할 수 있는 '셰어하우스'가 큰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이다.
현재 일본의 셰어주거 현황은 매물 수 1100동, 호수 1만5000호 수준이다. 문의건수는 월간 2000~2600건이며 현재 누계 8만5000건 수준으로 지난 2005년 이후 폭발적인 증가세를 유지해왔다.
일본의 '셰어하우스'열풍을 일으킨 히츠지 부동산의 키타카와 다이스케 대표는 "1인용 삶보다 일상생활이 풍요로워지고 재밌어진다는 점이 셰어하우스의 가치"라며 "셰어하우스는 단순히 화장실을 공용으로 사용하는 게 아니라 부엌과 거실 등 사람들이 교류할 수 있는 공간을 제대로 갖춘 곳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7일 서울시립 청소년직업체험센터에서 열린 '한일 청년 현장포럼'에서 참석한 키타카와 대표는 일본의 셰어하우스가 큰 인기를 끈 이유로 2가지를 꼽았다. 첫째는 셰어하우스가 돈 없고 가난한 사람들이 사는 곳이라는 인식을 전환했다는 것이다. 키타카와 대표는 "초반에는 사람들이 셰어하우스에 대해 가지고 있는 인식부터 바꿔야만 했다"며 "더럽고 가난한 사람들이 사는 곳이 아니라 새로운 일상과 커뮤니티를 만들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공간이라고 인식을 전환하는 게 가장 어려웠다"고 밝혔다.
둘째는 '사업자 개입형'모델의 정착이다. 셰어하우스를 만들기 위해서는 직접 건물을 사들이고 함께 살 사람들을 모집할 수도 있지만 경영리스크와 생활리스크가 크다는 단점으로 인해 보편화되기 어려웠다. 이에 반해 '사업자 개입형'은 기존의 임대주택과 같이 운영사업자가 따로 있고, 입주자가 모여서 월세를 내면서 생활하는 모델이다.
키타카와 대표는 "사업자개입형의 경우 리스크를 사업자가 관리할 수 있게 되고, 입주자들이 안심하고 들어올 수 있게 되면서 셰어하우스 시장이 급속하게 성장했다"고 설명했다. 현재는 시설설계, 운영관리 등 셰어하우스 전반에 걸친 종합적인 계획 하에 입주 및 관리가 이루어지고 있다.
그는 "함께 사는 즐거움, 공용으로 사용하는 넓은 부엌과 거실, 입주자들 간의 커뮤니티 등 장점은 최대한 끌어내고, 위생문제, 리스크 등 단점은 줄이자 평범한 사람들도 새로운 삶의 방식을 안심하게 선택할 수 있게 됐다"며 "입주자의 대부분은 지극히 평범한 사회인으로 그들의 수요가 표면에 드러나기 시작했다"고 분석했다.
이상미 기자 ysm1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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