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목인 기자]우리나라 금융시스템의 안정성을 높이기 위해 외환안정기구의 설립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9일 신현송 프리스턴대 교수는 정규일 한국은행 경제연구원 실장 등과 함께 발표한 '한국 금융시스템의 위기대응력 강화를 위한 장기적 제안' 보고서에서 "한국은 지속적인 경상수지 흑자를 기록하는 채권국가임에도 항상 다른 나라의 위기로 인해 발생하 수 있는 자본유출을 우려하는 상황인 만큼 한국 금융시스템의 체질개선을 위한 장기적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신 교수는 "이번 글로벌 금융위기를 통해 한국의 금융시스템이 통화불일치와 만기불일치에 취약하다는 사실을 알게됐다"며 "이러한 취약성이 발생하게 된 주요원인 가운데 하나는 기업들의 선물환 매도거래의 상대방이 된 은행들이 선물환 매입에 따른 외화자산 매입초과의 환위험을 헤지하는 과정에서 해외차입을 증대시켰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거래로 인해 은행부문의 대차대조표상 외화자산과 부채의 규모는 일치하게 되지만 이 과정에서 해외차입이 늘어났고 이런 이유로 2008년 금융위기 당시 해외 단기차입의 차환이 중단되면서 한국 금융시스템이 혼란에 빠지게 됐다는 것이다.
신 교수는 그러면서 한국의 금융시스템 안정성 제고를 위해서는 기업의 헤지거래가 은행의 해외차입으로 연결되는 파급경로를 차단할 제도적 장치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제도적 장치로는 은행 대신 기업의 선물환 거래 수요를 충족시켜 주는 외환안정기구가 제시됐다.
특히 이러한 외환안정기구는 이윤극대화를 추구하지 않고 영업자금 전액을 부채가 아닌 자본금으로 조달할 수 있어야 하며 기구의 자산과 부채 평가는 모두 미 달러화로 이뤄져야한다고 주장했다. 또 기업이 실수요에 따른 헤지거래를 위해 선물환을 매도할 경우 외환안정기구가 이를 수동적으로 매입한 다음 이에 따른 외화자산 증가를 다른 외화자산 축소로 상쇄하게 되며 이에 따라 외환안정기구는 외화표시 자산과 부채를 일치시키기 위한 헤지목적의 해외차입 유인을 갖지 않게 된다고 덧붙였다.
신 교수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세계경기가 완전히 회복되기에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이는 만큼 당분간 기업부문의 환헤지 수요는 늘지 않을 것이지만 장기인 안목에서 외환안정기구는 반드시 설립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이러한 외환안정기구가 현실화되기 위해서는 재원조달이나 지배구조 문제, 외환시장 발전과 기존 금융기관과의 관계 등 세부사항에 대한 추가적인 검토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조목인 기자 cmi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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