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하필 '安 딱지' 논란때…금태섭, 녹취록 진짜 없나
[아시아경제 이경호 기자]6일'안철수협박전화'에 대한 금태섭(45)-정준길(46) 두 당사자의 폭로와 반박 기자회견을 놓고 정치권의 설왕설래가 한창이다.
우선 둘의 관계다. 금 변호사는 기자회견에서 정준길 공보위원을 실명 거론했지만 둘의 관계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그런데 정 위원은 반박기자회견에서 "20년 지기 친구" "태섭이"라며 절친과의 사적 통화라고 말했다.
둘은 서울대 법대 86학번 동기나 사법시험은 금 변호사(34회)가 한 기수 위다. 정 위원은 2003∼2004년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의 불법 대선자금 수사 때 '한나라당 차떼기' 사건을 수사했다. 금 변호사는 정 위원이 대검 중수부에 있을 때 대검 기획조정부 검사(2004∼2005년)였으며 내부비판의 글을 언론에 기고했다가 논란이 되자 사직하고 박원순 서울시장, 안철수 원장 등과 교류를 쌓았다. 그렇다면 둘은 친구가 맞다.
전화를 한 것은 사실이고 정 위원이 금 변호사에 안원장의 뇌물과 여자문제의 의혹이 있다고 말한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금 변호사는 정 위원이 이를 알리며 대선불출마를 종용한 협박이라고 했고 정 위원은 "그런 지위에 있을 사람도 아니고 그냥 대화한 것을 협박이라고 해 실망스럽다"고 했다. 당사자가 협박이라고 느낀다면 협박의 요건이 성립된다.
또 다른 미스테리는 시점과 장소, 대화의 내용이다. 정 위원은 지난 4일 오전 7시 57분께 금 변호사에 전화를 했다. 새누리당 공보단으로 출근하는 길이다. 당시는 안 원장의 재개발딱지에 논란이 불거진 때였다. 아무리 친구지간이라도 굳이 아침 출근길, 그것도 운전 중에 전화를 한 이유, 또 안 원장에 대한 새로운 의혹을 굳이 전화로 대화할 필요가 있었는가다. 정 위원의 처신을 두고 새누리당 내에서는 "공명심에서 한 것인지, 아니면 안 원장측에 정보를 제공한 것인지 알 길이 없다"고 말한다.
정 위원의 트윗행보도 논란이다. 8월에는 별다른 활동이 없다가 9월 4일부터 민주당, 안철수 원장에 대한 기사에 대해 실시간으로 촌평을 적어놨다. 5일에는 인터넷변호사협회가 안 원장,금변호사 등을 선거법 위반으로 선관위에 신고한 것을 두고 "금태섭 변호사 바빠지겠네요"라고 적었다.
전날 금 변호사의 기자회견에 앞서 오후 2시에는 본지의 안철수 네거티브 관련 기사(6일자 3면)를 링크시켜놓고 "어느 정도 내용이면 핵폭탄일까요?"라고 적어놓기도 했다.이 트윗은 네티즌 사이에서 폭발적인 관심을 불러 일으켰고 "자기 얘기 할줄 몰랐어ㅋㅋ" "자기 협박이 통했을 것이라고 쾌재를 불렀던 듯" "한치 앞을 몰라" "제대로 자폭" 등의 댓글을 남겼다. 감정이 섞인 정 위원의 반박기자회견 직후에는 "울먹거리지 말고 그냥 사과했으면"이라는 동정의 글도 있다.
금 변호사의 폭로회견도 마찬가지 의혹이 나온다. 민주당 대선경선의 최대승부처인 광주전남 경선이 개최되는 오후3시에 기자회견을 한 것이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박 후보가 광주를 방문해 잔칫상의 재를 뿌리더니 안 원장측에서 기자회견을 해 상을 엎어버렸다"는 푸념이 나왔다. 7일자 조간들은 대부분 금태섭-정준길 협박논란을 다루었고 민주당 경선과 관련된 기사들은 상대적으로 적게 처리됐다.
이경호 기자 gung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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