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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김영란법(法) 시작하자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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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김영란법(法) 시작하자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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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최대열 기자]김영란 국민권익위원장이 돌연 사의를 표명했다. 남편인 강지원 변호사가 대선출마 결심을 굳힌 상황에서 현재 자신이 앉아있는 장관급 자리를 유지하는 게 부적절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평소 스스로 주장하던 '공직자가 이해관계에 얽매여선 안 된다'는 소신이 반영된 용단(勇斷)으로 읽힌다. 그러나 왕성한 활동 와중에 갑작스런 사의표명은 적잖은 아쉬움을 남긴다.

불과 2주 전 국민권익위원회는 '부정청탁금지 및 공직자의 이해충돌방지법'을 입법예고했다. 지난 2010년 김 위원장이 취임 후 가장 중점을 두고 추진했던 사안으로, 안팎에선 '김영란법(法)'으로 불리는 법이다. 권익위는 앞으로 남은 절차를 차질 없이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위원장이 물러나는 상황에서 동력이 떨어지는 일은 불가피해 보인다.


특히 이 법안이 1년 넘게 표류하며 우여곡절 끝에 입법예고됐지만 앞으로 국회심사 등 남은 과정이 더 많은 점을 감안하면, 김 위원장의 '뚝심'이 어느 때보다 필요한 상황이었다. 김 위원장은 최근 기자들과 만나 "처음 구상했던 법안을 다듬는 데 많은 공을 들였다"면서 입법예고까지도 녹록지 않았다는 점을 토로한 적이 있다. 공직사회나 국회에서 드러내놓고 반대하진 않지만 이 법안을 탐탁지 않은 시선으로 보고 있는 건 부정하기 어렵다.

불현듯 물러나겠다는 뜻을 밝힌 과정도 개운치 않다. 당장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조직 내부 구성원들은 김 위원장이 총리를 만나 사의를 표명했다는 걸 언론보도를 접하고서야 알게 됐다. 권익위 한 고위간부는 "김 위원장이 최근 주변에 남편의 대선출마 결심을 만류하고 있다는 정도의 얘기만 했다"고 전했다.


전직 위원장에 이어 김 위원장까지 임기 중간에 물러나면서 현 정권 들어 야심차게 출범했던 국민권익위원회라는 조직의 미래도 불투명해졌다. 초대 양건 위원장과 직전 이재오 위원장 모두 자의반 타의반 임기를 절반도 채우지 않고 사퇴한 전례가 있다. 김 위원장마저 도중에 그만두면서 불명예 기록을 이어가게 됐다. 현 정권 임기가 몇달 남지 않은 점을 감안하면 후임인선도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김영란' 개인의 소신이나 가정사를 들먹이고 싶지는 않다. 그러나 '위원장'으로서 김영란의 처신에는 선뜻 박수를 보내기는 어렵다.




최대열 기자 dycho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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