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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음료업체, 왜 금요일날 가격올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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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광호 기자]식음료업체들이 여론의 관심도가 떨어지는 '금요일'에 가격인상을 잇따라 발표하거나 단행하는 '올빼미 행보'를 보여 소비자들의 눈총을 사고 있다. 금요일은 다음날이 주말(토ㆍ일요일)이기 때문에 뉴스가 거의 다뤄지지 않는 일종의 뉴스 사각지대다. 즉 식품업체들의 금요일 가격인상 러시는 소비자들이 제품 가격 인상 소식을 잘 알지 못하도록 하려는 속셈이 깔려 있는 셈이다. 증시에서 금요일 장 마감 후 회사 측에 불리한 내용을 공시하는 '올빼미 공시'와 같은 맥락이다.


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가격인상이 시작된 지난 7월 이후 삼양식품, 롯데칠성음료, 코카콜라, 오뚜기, 롯데제과 등 대부분의 식음료업체들이 금요일에 가격인상을 발표하거나 단행했다.

삼양식품은 지난달 10일 삼양라면을 비롯한 6개 품목 라면 가격을 각각 50∼60원씩 인상했고, 롯데칠성음료도 같은날 일부 음료 제품의 출고가격을 조정해 칠성 사이다, 펩시콜라 등 주요 10개 품목의 가격을 올렸다.


그 다음주인 17일에는 코카콜라가 콜라와 환타 등 대표제품 41개의 가격을 5∼9% 올렸고, 오뚜기도 같은 날 오뚜기밥과 참치캔의 가격을 각각 4.8%, 3.1% 인상했다고 밝혔다.

24일에는 해태제과가 일부 과자 제품 가격을 조정해 30일부터 5개 제품의 가격을 올린다고 자료를 배포했으며, 31일에는 오리온이 초코파이의 가격을 24.7% 인상키로 했다. 롯데제과 역시 같은 날 주력 제품인 제크의 가격을 1000원에서 1200원으로 올리기로 했다.


식음료업체들의 금요일 가격인상 러시는 어제오늘 일만이 아니다. 지난해에는 동서식품이 금요일인 4월11일에 커피 출고가격을 9.0∼9.9% 인상한다고 밝혔고, 같은 날 CJ제일제당도 설탕 출고가를 평균 9.8% 올린다고 전격 발표했다. 이어 삼양사와 대한제분도 그 다음주 금요일(18일)에 가격인상 계획을 알렸다. 이 외에도 밀가루 제조업체인 동아원이 밀가루 출고가를 평균 8.6% 인상한다고 금요일에 발표했다.

식음료업체 한 관계자는 "금요일에 가격인상을 발표하는 것은 후폭풍을 미리 차단하고 대비할 수 있기 때문"이라며 "평일에 가격인상을 잘못 알렸다가는 소비자들의 항의가 빗발치는 등 집중타를 맞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반면 대표이사와 관련된 내용이나 회사의 좋은 일은 대부분 평일에 발표한다"며 "가능하면 좋은 소식은 더 알리고, 안 좋은 소식은 숨기고 싶은게 기업의 솔직한 심정"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증권가에서는 경영실적이 나빠진 기업들이 금요일 오후 늦게 공시를 쏟아내는 경우가 많다. 특히 경영진의 횡령이나 배임 같은 악재는 금요일 공시의 단골 메뉴로, 증권가 꼼수로 자리잡은지 오래다.


한 시민은 "소비자들의 사랑을 먹고 사는 기업이 도둑고양이처럼 쉬쉬하고 어떻해서든 덮고 넘어가려 한다면 결국 소비자들은 그 기업의 제품을 기피하는 등 등을 돌리고 말 것"이라며 "차라리 소비자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당당하게 이유를 밝히는 것이 기업의 신뢰와 가치를 높이는 길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광호 기자 kw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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