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노승환 기자]평창 동계올림픽이 갈 길 잃은 '2014 인천아시안게임'의 '이정표'가 되고 있다.
총 시설 건설비의 75%를 정부가 보조할 수 있게 돼있는 평창 만큼 인천아시안게임을 지원해 달라는 인천시의 호소 아닌 호소가 갈수록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인천시의 재정난을 우려해 당초 대회 반납까지 요구해온 시민사회단체들도 인천시와 '혼연일체'가 돼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하지만 '평창 수준'의 국고지원이 실현될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 인천시의 '자충수' = 현행법 상 정부가 지원할 수 있는 보조금은 인천아시안게임 시설 건설비의 최대 30%다. 2007년 인천시가 대회를 유치한 당시부터 줄곧 유지돼온 비율이다. 이 비율을 최대 75%까지 올리겠다는 게 인천시의 계획이다. 정부는 애초 30%도 지원하지 않은 상황이다. 평창 동계 올림픽 수준(75%) 지원은 그야말로 '파격적인' 요구다. 인천시는 한 발 더 나아가 인천 '홀대론'까지 들고 나왔다. 정부 입장에선 받아들이기 쉽지 않은 안이다.
인천시는 그동안 여러 차례 '자충수'를 두어 왔다. 2009년 전임 안상수 시장 시절 인천시는 정부가 예산이 허비될 수 있다며 서구 주 경기장 신축을 완강히 반대하자 정부지원 없이 민자를 활용해 주 경기장을 짓겠다고 발표했다.
2010년엔 현 송영길 인천시장이 시의 재정난을 이유로 서구 주 경기장 신축을 백지화시켰다. 당초 정부 입장대로 2002년 월드컵을 치른 문학경기장을 주 경기장으로 활용하기로 방침을 바꿨다.
그러다 서구 주민들의 극심한 반발이 이어지자 인천시는 다시 서구 주 경기장 신축계획을 들고 나왔다. 정부가 이를 반대하자 촉박한 공사기간에 쫓긴 인천시는 지난해 5월 '정부 보조 없이 주 경기장을 짓겠다'며 방침을 한 번 더 바꿨다. 갑작스런 '평창 수준'의 정부지원 요구가 설득력을 얻지 못하고 있는 이유다.
◇ 세 더하는 인천 '홀대론' = 그런데도 요구는 갈수록 세를 더하고 있다. 그동안 인천시와 긴장을 유지해온 시민사회단체들까지 나서 인천시의 요구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공식적인 명분은 인천시의 재정위기다. 인천아시안게임 시설 건설비 1조9000억 여원 중 최대 30%인 국고보조를 뺀 나머지는 모두 빚(지방채)으로 충당된다. 이대로 대회를 치르게 되면 인천시는 향후 해마다 수 천억원의 원리금을 갚아 나가야 한다.
당장 내년부터는 정부로부터 '재정 위기단체'로 지정될 가능성이 높다. 재정 위기단체가 되면 인천시는 예산 편성과 집행과정 전반에 걸쳐 정부의 '통제'를 받게 돼 지방자치가 훼손된다는 게 시민단체들의 주장이다.
200개에 가까운 시민사회단체들은 지난 7월부터 평창 수준의 국고보조를 요구하며 이른바 '인천시민 200만 서명운동'까지 벌이고 있다.
◇ 관련법 개정 마지막 희망될까 = 인천시와 시민사회단체들의 안간힘에도 실제 평창 수준의 국고지원이 이뤄지려면 '첩첩산중'을 지나가야 한다. 인천시는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 인천지역 국회의원들과 시설비의 75%를 지원받을 수 있는 내용의 관련법 개정안 발의 합의를 이끌어냈다.
하지만 법 개정이 성사된다 해도 '관련 예산을 지원할 수 있다'는 권고 격인 조항을 정부가 지킬 개연성은 높지 않다. 정부는 국고 30% 지원을 전제한 상태에서도 가장 큰 현안인 서구 주 경기장을 1년 가까이 국고보조 대상에 포함시키지 않고 있다. 정부가 현 입장을 고수할 경우 정치권의 '압력' 외에는 평창 수준의 국고지원을 끌어낼 현실적 방안이 없는 상황이다.
노승환 기자 todif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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