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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리더學]68세 신하, 17세 王에게 "이간하는 者 조심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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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속 리더십 키워드 5-퇴계 이황
학문을 가까이한 청빈·무욕의 리더십
뛰어난 인적 네트워크, 영남학파 형성

[포커스리더學]68세 신하, 17세 王에게 "이간하는 者 조심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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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조슬기나 기자]"성학(聖學)으로 정치의 근본을 삼고, 도덕과 학술로 인심을 바로 잡으십시오. 충성되고 어진 신하를 찾아 중요한 자리를 맡기고, 어진 이에게 맡겼으면 두 마음으로 하지 말고, 사특(私慝)함과 의심을 버리십시오."

무진년(1568년) 17세의 젊은 군주(선조)가 즉위하자 늙은 신하는 7400여 글자 6조목으로 된 '무진육조소(戊辰六條疏)'를 올린다. 이 때 상소를 올린 퇴계 이황의 나이가 이미 68세였으니, 그간 쌓아온 삶의 지혜와 리더십의 요건이 모두 이 안에 집약된 셈이다. 선조는 이 소를 천고의 격언, 당금의 급무로 여기겠다고 답했고, 상소의 내용을 도표로 그려 병풍을 만들고 다스림의 표본으로 삼았다.


무진육조소는 크게 6가지 내용으로 요약된다. 지난 임금들의 뜻을 이어받아 인과 효를 온전히 할 것, 아첨하는 말로 이간하는 자들을 막아 양궁(兩宮)이 친하게 지낼 것, 성학으로 다스림의 근본을 세울 것, 도덕과 학술을 밝혀 인심을 바로 잡을 것, 충성되고 어진 신하를 찾아 눈과 귀를 통하게 할 것, 모든 다스림에 있어 하늘의 사랑을 이어받을 것. 이황이 쓴 여러 소 중에서도 특히 이 무진육조소에는 리더가 조직을 경영함에 있어 갖춰야 할 리더십이 빠짐없이 담겨있다.

먼저 퇴계는 이간하는 자를 경계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는 선조에게 "세(勢)를 갈라 많은 것을 다투고 작은 것을 비교하는 통에 은원(恩怨)이 손가락질 할 사이에 생기고, 이해(利害)가 등 뒤에서 결정된다"며 "보통사람에 있어서는 말 할 것도 없고 제왕의 가정에 있어서도 이런 폐단이 많다"고 지적했다.


다만, 이는 "인군(人君)의 다스림 여하"에 달려 있어 "진실로 능히 자치(自治)만 한다면 걱정이 없을 것"이라는 게 퇴계의 말이다. 그는 "옛 사람들의 실도(失道)한 것을 오늘의 명감(明鑑)으로 삼아 뜻을 굳게 잡고 도를 일월(日月)같이 밝혀 요기(妖氣)를 물리쳐 간여 못하게 한다면, 선비와 백성이 다 대도(大道)에 오를 뿐 아니라 전날의 간사한 무리들도 변하게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를 위해서는 리더부터 스스로 배움을 가까이 해야 한다는 게 퇴계의 가르침이다. 퇴계는 고사를 인용해 "배움은 뜻을 겸손하게 하고 시종(始終) 끊임없이 배움을 생각하면 덕이 모르는 사이에 닦아진다"고 전했다.


실제 그의 삶도 이와 같았다. 비교적 늦은 나이인 34세에 출사한 그는 평생 부와 명예보다 학문을 가까이하며 청빈, 무욕의 리더십을 몸소 실천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퇴계는 70세 고향에서 세상을 뜰 때까지 조정에서 140여 직종에 임명됐으나 그중 79번을 고사했고, 또 46번은 마지못해 자리를 맡았다. 부임과 사퇴를 거듭하면서도 맡은 직책에 있어서는 완벽을 다했다.


퇴계는 선조에게도 인사행정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리더의 성패는 사람을 어떻게 쓰느냐에 달렸다는 것을 확실히 알고 있었던 것이다. 퇴계는 "일국(一國)의 체(體)는 한 사람의 몸과 같다. 사람의 몸에 머리가 위에 있어 아래를 통솔하고 복심(腹心)이 가운데서 이어받아 일하고, 이목(耳目)이 옆에서 호위해야 몸이 편안하다"며 군주가 곧 인주(人主), 대신(大臣)은 복심, 대간(臺諫)은 이목이라고 말했다. 그는 "머리만으로 홀로 될 이가 없다"며 "인군으로서 대신을 신임하지 않고 대간의 말을 듣지 않는 자는, 사람이 그 복심을 끊고 이목을 스스로 막는 것과 같다"고 강조했다.


이어 임금이 자기욕심을 채우는 자를 복심으로 삼지 말 것도 당부했다. 퇴계는 "잘 다스리는 조정(朝廷)일지라도 이러한 징조가 생기면 악(惡)에 영합(迎合)해 국권을 도적질 할 것을 꾀하려는 자가 있고, 세력 있는 자에 아첨해 자기의 사리를 탐하려는 자가 있다"며 "전날의 복심이 변해 오늘의 도적이 되고, 전날의 이목이 오늘의 눈가림이 되고, 멸망의 사태가 당도하게 된다"고 경계했다.


인사행정의 중요성은 퇴계가 올린 다른 상소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그는 '무진사직소'를 통해 인사행정의 실패를 바둑과 장기에 비유했다. "바둑과 장기는 한 수만 허투루 두면 전국(全局)을 패하게 된다. 하물며 임금이 즉위해 정사를 베푸는 마당에 사람을 잘못 뽑아 씀으로써 그 판이 지게 되는 것을 어찌 염려하지 않으십니까." 명종에게 올린 '무오사직소'에서는 맹자의 말을 인용해 "신하들이 입을 모아 추천하더라도 그것만으로 기용해서는 안 된다"고 인사검증의 중요성도 강조한다. 아울러 퇴계는 충성되고 어진 신하를 찾아 중요한 벼슬자리에 맡기는 것 뿐 아니라, 맡긴 이후에는 두 마음을 갖지 말고 믿음을 가질 것을 당부했다.


오늘날 퇴계의 리더십 평가에서 주목받는 것 중 하나는 인적 네트워크다. 퇴계는 출신과 신분에 관계없이 학식이 깊은 자들을 서로 사귀게 해 학문을 닦게끔 했다. 퇴계의 제자들이 또 다시 많은 제자들을 배출하며 그의 네트워크는 사후 영남학파라는 학파 형성의 기반이 된다.


수많은 선비들은 그의 깊은 학식뿐 아니라, 배려와 섬김에도 감명을 표했다. 다산 정약용은 "도가 천지간에 가득 차 있으니 선생의 덕은 높고 크다"고 언급했다. 퇴계는 선비를 존중했다. 권력의 실세인 김안로가 만나자 했을 때는, 선비가 나아갈 길이 아니라며 찾아가지 않았고, 아들 뻘인 26세 연하의 고봉(高峰) 기대승과 서신을 통해 논쟁을 벌이면서도 예의를 갖췄다.


1558년 겨울, 성균관 대사성이었던 퇴계는 막 과거에 급제한 기대승으로부터 날카로운 질문을 받았다. 이후 퇴계는 한 통의 편지를 보낸다. "논박을 듣고 잘못된 점이 있음을 깨달았다. 이를 고쳐보았다." 신분과 나이를 막론하고 학문하는 이를 존중했던 퇴계의 섬김 리더십이 도산서원에 선비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도록 한 셈이다.




조슬기나 기자 se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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