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지연진 기자]미국 주택시장 회복세를 보이면서 집을 팔아도 대출금을 갚을 수 없는 이른바 ‘깡통주택’ 소유자도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주택가격이 오른데다, 경매로 집을 잃은 가구가 늘어난데 따른 것이다.
블룸버그 통신은 23일(현지시간) 부동산전문업체 질로우의 통계를 인용, 2분기 깡통주택 가구수가 전 분기 보다 0.5% 줄었다고 보도했다. 6월 30일 기준으로 깡통주택 소유자는 1530만 가구로 전체 모기지 대출의 31%를 차지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미국의 2분기 전체 깡통주택 규모는 1조1500억 달러로, 전 분기 보다 420억 달러가 감소했다.
스탠 험프리즈 질로우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이것은 긍정적인 신호”라며 “역마진 현상은 주택 시장을 침울하게 해왔다”고 평가했다. 험프리즈에 따르면 역마진 주택은 집을 팔아도 손해를 보기 때문에 이사도 힘들게 했고, 경매로 넘어가는 비율도 높다. 특히 40대 이하의 주택 소유자 중 48%가 깡통주택을 갖고 있다. 이는 생애 첫 주택구매를 움츠리게 하는데다, 이사수요를 감소시켜 주택시장 회복 속도를 더디게 하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미국 주택시장은 최근 꾸준한 회복세를 기록 중이다. 전미부동산중개인협회(NAR)가 전날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7월 기존주택 판매건수는 447만건이 늘었다. 평균 매매 가격은 18만7300 달러로 전년 대비 9.4%나 올랐다.
은행에서 그동안 깡통주택을 차압 등을 통해 처분한 것도 역마진 현상을 줄인 요인이다. 2분기 대출기관이 회수한 주택은 모두 16만개다. 전분기 18만 주택 보다는 숫자가 줄었지만 10만개 가량이 '숏세일(short sale, 대출기관고 집주인이 합의해 주택을 처분하는 방법)'로 처분됐다.
하지만 집 값은 낮은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미국 20개 주요 도시의 주택가격을 측정하는 S&P 케이스 씰러 지표에 따르면 집값은 주택시장이 가장 호황이던 2006년 6월 보다 33% 떨어진 상태다. 조시지역 집값은 22% 가량 떨어져 2004년 수준이다. 이는 지난 8년간 새롭게 주택을 구매한 사람은 현재 손해를 보고 집을 팔아야 한다는 의미다. 험프리즈는 주택가치가 매년 2~3% 속도로 성장할 것으로 보여 집값 폭락 이전의 상태로 돌아가는데는 향후 10년 가량이 걸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연진 기자 gy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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