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산업개발 경영권 참여 안해···韓 신기술 보유 중소기업 주목
[아시아경제 서소정 기자]"꾸준한 수익률을 내기 위해서는 글로벌 분산 투자가 필수입니다. 한국 시장에만 투자하는 것보다 이머징 마켓(신흥시장)에 투자하는 게 현명해요."
최근 방한한 마크 모비우스 템플턴자산운용 이머징마켓그룹 회장은 21일 여의도 메리어트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한국 투자자들은 유행 따라 인기 있는 시장에 몰리다 보니 실패가 따른다"며 "지금이야말로 장기적인 안목으로 해외시장에 적립식 분산투자할 때"라고 말했다.
이머징 마켓에 주목하는 가장 큰 이유는 성장율이다. 모비우스 회장은 "지난해 이머징 마켓 평균 성장율은 6%대로 선진국 전체 평균인 1.4%보다 훨씬 높은 수치를 보였다"며 "올 한해도 이머징 마켓 평균 성장율은 5.4%대로 예상되는 반면 선진국 전체 평균은 1%에 못미치는 0.8%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신주발행규모, 국내총생산(GDP) 대비 총 부채비율, 인플레이션과 금리, 외환보유액, 국가 부채 리스크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이머징 마켓의 투자매력도는 높을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유망 투자처로는 소비재와 원자재를 꼽았다. 모비우스 회장은 "이머징 마켓의 인구 증가 수혜를 입을 수 있는 소비재 시장의 전망이 밝다"며 "원자재도 변동성은 있지만 대표적인 국제 원자재값 지수인 'CRB 상품지수'가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으며 구리·백금·콩·옥수수·쌀·금·원유 가격은 오르는 추세"라고 언급했다.
특히 이머징 마켓 가운데 프런티어 마켓으로 분류되는 슬로바키아, 카타르, 파키스탄, 캄보디아 등의 성장 잠재력을 높게 평가했다. 모비우스 회장은 "프런티어 마켓에 해당하는 국가들은 미국 등 선진국과 상관관계가 낮아 분산투자 효과를 얻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이들 국가는 여신성장세가 가파르기 때문에 은행권에 대한 투자비중을 높게 두고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이머징 마켓은 변동성이 크다는 점이 리스크인데 오히려 장점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모비우스 회장은 "시장은 마치 롤러코스터와 같아서 올라갈 때가 있으면 내려갈 때가 있는데 이런 변동성 증대는 저가매수에서 고가매도가 가능한 기회를 만들어 준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머징 마켓은 지난 1988년부터 지난해까지 1997년 아시아경제위기, 2001년 닷컴버블, 2008년 전세계 금융위기 등 3번의 베어마켓(약세장)이 존재했지만 이를 제외하고는 모두 불마켓(강세장)이었다"며 "불마켓이 베어마켓보다 시기가 길었다는 점에서 시장에 투자하는 것이 완전히 발을 빼는 것보다 낫다"고 말했다.
중국의 경기 둔화에 대해서도 크게 우려할 필요 없다는 입장이다. 그는 "투자자들이 중국의 연착륙과 경착륙을 얘기하는데 중국은 아예 착륙 없이 계속 날아다닐 것"이라며 "두자릿수 성장은 아니더라도 꾸준한 성장세는 유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국 시장에 대해서는 "투자 비중을 유지하되 크게 늘리지는 않을 것"이라며 "인터넷·화학·장비쪽 신기술을 보유한 중소기업의 잠재력에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템플턴이 현대산업개발 최대주주에 올라 경영권 분쟁 가능성이 거론된 점에 대해서는 "한국 주택시장이 침체기여서 관련 종목의 주가가 많이 하락해 저가 매수에 나서다보니 상대적으로 지분율이 늘어난 것"이라며 경영권 참여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모비우스 회장은 "20일 현대산업개발 측과 만났지만 경영권에 대한 언급은 전혀 없었다"며 "장기적인 관점에서 투자에 나선 것"이라고 일축했다.
현재 템플턴 이머징마켓그룹은 홍콩과 싱가포르를 기반으로 전 세계 18개국에 진출해 있으며, 운용자산은 52조원에 달한다.
서소정 기자 ss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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